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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틱 Dec 22. 2022

언어를 갖는 것은 영혼을 갖는 것이다!

#언어는 영혼을 갖는 것이다 #나라별 언어의 태도 #한류드라마 인기 비결

신성 로마제국의 황제 카롤루스 대제는 '두 번째 언어를 갖는다는 것은 두 개의 영혼을 갖는 것이다(To have another language is to possess a second soul)'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이 말은 언어가 사고방식을 만든다는 뜻이죠. 언어는 그 사람이 세상을 보는 관점인 동시에 세계관이기 때문입니다. 언어에는 그 언어를 쓰는 사람들의 문화, 습관, 어투, 감정, 전통 등이 담겨 있기 때문에 그 언어를 배우는 것만으로도 또 다른 자아를 가질 수 있다말이죠.


카롤루스 대제(742-814)


실제 우리는 한국어가 아닌 외국어로 말할 때 내 태도가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프랑스어로 말하면 왠지 지적이며(sophisticated), 우아하고(elegant), 정중하다(suave)고 느끼는 반면 영어로 말할 때는 진취적이고, 적극적으로 느끼는 것과 같습니다. 이런 현상은 단순한 느낌이 아니라 쓰는 언어에 따라 실제 내 태도, 내 성격이 달라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코네티컷대 연구팀에 따르면 남미계 미국 여성들은 영어와 스페인어로 자기 성격을 묘사하도록 했는데 영어로 할 때 자신을 더 '외향적이며, 친화적이고, 성실하다'라고 답변했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각 언어, 문화권에 대한 특정한 인식을 갖고 있는데 그 언어를 사용할 때 이런 특정한 인식이 자신의 정체성에 투여되어 나타난다고 합니다. 영어권은 친화성, 성취, 자기주장 등의 가치를 높이 사기 때문에 그런 인식이 자신의 정체성에 투영된다는 것이죠.


음악을 들을 때 스테레오로 들으면 더욱 풍부한 음량을 느끼는 것처럼 언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외국어로 배울 경우 당신은 세상을 바라보는 색다른 시각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중 언어의 사용자라면 두 가지 관점을 넘나드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라고 사이언스 중개의학 온라인판(2015.5.16)에서 필립 울프 에모리대 교수가 말했습니다.


출처 : Pixabay


저는 대학 학부 시절 중국어를 전공했고, 졸업 전 S그룹 공채로 합격을 했습니다. 주임 시절 저는 운 좋게도 그룹 외생관(외국어생활관)에서 주관하는 중국어 과정에 입과 할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 '독파(독신자해외파견)', 즉 해외 주재원 제도가 시행된 지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라 외생관 입소는 앞날에 탄탄대로가 펼쳐지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대부분 과장급 이상이 대상자인데 그것도 주임이라는 직급으로 현업을 떠나 4개월간 어학 공부만 하는 것 자체는 제게 엄청난 행운이자 분에 넘치는 선물과 같았죠.


약 4개월간 진행된 과정에 약 40명이 입과를 했고, 입과 테스트를 거쳐 수준에 따라 초급, 중급, 고급반으로 분류가 되었습니다. 저를 포함해 4명, 즉 주임, 과장, 부장 2명이 고급과정에 선발되었죠. 그중 부장 두 분은 중국 현지 경험을 갖고 계셨습니다. 연수원 입소 시 연수생들이 지켜야 할 규칙이 한 가지 있었는데 그건 과정 중 절대 한국어를 사용해서는 안되며 만약 쓰다 적발될 경우 즉각 퇴소 조치를 당하게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때부터 언어 지옥이 펼쳐졌습니다.


고급과정은 북경대 현직 교수 세 분이 전담해서 과정을 이끌어 나갔습니다. 아침 8시에서 오후 3시까지 진행된 과정은 중국 문화, 중국신문, 중국 고문, 중국어 회화 등 다양한 수업 커리큘럼으로 짜여져 있었고, 매일매일이 엄청난 분량의 수업 내용과 과제 발표가 이어졌습니다. 연수원 시설과 식사는 기대 이상으로 좋았지만 수업 과정을 쫓아가느라 피트니스, 당구장 등의 복지시설을 제대로 즐길 여유조차 없었습니다. 다음날 수업준비를 위해서 새벽까지 과제 발표 준비를 해야만 했습니다. 숙소에 TV가 있었지만 중국어 채널만 송출되었죠. 한국어를 전혀 쓰지 못하는 날들이 이어지자 정말 머리가 팽팽 돌 지경이었습니다. 내가 한국인이지??? 정체성의 혼란까지 왔죠.


과정 커리큘럼에 중국어 웅변대회, 중국어 연극제 행사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저는 운이 좋았는지 직급이 낮아서인지 모르겠지만 두 행사 모두 사회를 보게 되었습니다. 물론 나름 준비를 철저히 한 덕분에 행사를 성공적으로 끝마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한국어를 전혀 쓰지 못하다 시간들이 쌓이다 보니 저는 여기서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느 순간 생각도 중국어로 하게 되었고, 심지어 자면서 꿈도 중국어로 꾸게 된 것이죠. 예전에는 한국어를 먼저 떠올려 중국어로 변환하는 과정을 거쳤지만 더 이상 그럴 필요가 없었습니다. 마치 중국인처럼 중국어로 생각하고 말을 하게 된 것이죠. 제게는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이었습니다.


3개월 차가 되자 교수님이 말씀하시는 내용의 상당 부분을 이해하는 수준까지 이르렀습니다. 심지어 교수님과 말을 하면서 농담까지 할 정도였죠. 대학 4년간 배웠던 중국어는 새 발의 피라고 표현해야 될 것 같습니다. 태어나서 이렇게 열심히 공부했다면 아마 이 과정에 입과할 필요도 없었을 거란 생각도 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4명 중 4등의 부진한 성적으로 입과를 했지만 수료를 할 때는 전체 중국어 과정 수료생들 중 1위의 성적으로 '우수상'까지 받는 영광을 얻게 되었습니다.


마지막 수료식 날, 상장 수여식을 할 때 북경대 교수님의 쩌렁쩌렁한 중국어 사성(四聲) 발성이 식장에 정말 멋지게 울려 퍼져 저는 영어, 일어 우수상 수상자들보다 훨씬 큰 주목과 박수갈채를 받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아직도 저는 그때 그 순간을 잊지 못합니다. 저의 자랑을 한 것 같아 무척 부끄럽지만 한 나라의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그 나라의 영혼을 얻는 것이라는 생각을 저도 하게 되었습니다. 잠시지만 마치 중국인으로 살다가 온 것 같습니다. 언어가 가진 위력은 생각보다 컸던 것 같습니다.




만약 외국어를 잘한다면 현지를 여행할 때 현지인과 직접 소통하고 유대감을 형성함으로써 여행의 즐거움을 더 많이 누릴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현지에서 책이나 영화, 뮤지컬 등을 감상할 때도 전달하는 메시지나 맥락을 본질적으로 이해할 수 있어 더 큰 울림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다중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상황을 인식하는 능력과 유연성, 그리고 표현력과 의상 소통력이 뛰어나다고 합니다.


외국어를 배우지 않더라도 저는 요즘 한국어만 제대로 이해하고 구사해도 좋다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왜냐하면 한글만큼 우수한 언어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 증거가 바로 한류 열풍이죠. 만약 한류 드라마가 아랍어나 베트남어로 제작이 되었다면 과연 지금처럼 많은 인기를 누릴 수 있었을까요? (베트남어나 아랍어를 비하는 건 절대 아닙니다 ㅠㅠ)


미국 메릴랜드대 교수인 로버트 램지는 "한글보다 뛰어난 문자는 세계에 없다. 한글은 소리와 글이 서로 체계적인 연계성을 지닌 과학적인 문자이다"라고 말했을 정도입니다. 그리고 유네스코는 1997년 훈민정음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기도 했는데 전 세계에서도 언어를 등재한 것은 유일무이하다고 합니다. 한국인으로서 정말 큰 자부심이 느껴집니다.


한글의 우수성에 대해 말하자면 '검다', '가맣다', '거멓다', '가무스레하다', '거무뎅뎅하다', '거무스름하다', '거뭇거뭇하다' 등 총 77개의 종류나 있다고 합니다. 이렇듯 세상에는 수많은 언어가 있으나 곤충이나 동물의 울음소리를 들은 대로 쓸 수 있고 쓴 것을 다시 읽기가 가능한 언어는 한글이 유일하다고 합니다. '아장아장', '깡충깡충', '부들부들', '대롱대롱', '허겁지겁' 등의 의태어의 수는 무려 1,296개나 달한다고 하죠. 반면 영어나 다른 나라 언어들은 의성어도 적을뿐더러 심지어 '의태어'라는 용어조차도 없다고 합니다.


한글에만 있는 이런 다양한 의성어와 의태어의 표현이 어쩌면 한국인의 감성을 풍부하게 만들고, 한국인만의 독특한 감정을 만들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만약 한류 드라마의 내용을 베트남어나 아랍어로 표현을 한다면 감정이나 감성이 제대로 드러날 수 없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일전에 동양의 인기 배우가 자기 나라의 언어로 드라마를 하는 것에 대한 불만을 언어적인 탓으로 돌리는 것을 보면서 다시 한번 한글의 우수성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한글의 우수성 #1. 네티즌 증거 사례들]



[한글의 우수성 #2. 실제 자료]



언어를 배우는 것은 단지 언어를 익히는 것을 넘어 그 나라의 언어가 가진 유구한 문화, 역사, 습관, 감정, 전통, 어투, 사고방식 등을 배움으로써 언어가 가지는 다양한 장점들을 흡수할 수 있습니다. 만약 다양한 영혼, 아니 다양한 삶을 경험하고 싶다면 외국어를 한번 배워보는 것은 어떨까요? 언어를 배움으로써 그 언어가 가진 영혼을 직접 체험하고 싶다면 말이죠. 저도 조만간 뇌리 속에서 잊혀졌던 언어의 영혼들을 다시 소환할 예정입니다. 오십 대 중반이지만 여전히 남은 시간이 많기 때문이죠. 저도 여러분들의 새해 결심과 각오를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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