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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틱 Mar 03. 2023

직장 상사! 그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밀란쿤테라 #참을 수 없는존재의 가벼움 #토마시 #테레자 #프라하의 봄

1984년에 발표되어 미국 타임지에 의해 1980년대 '소설 베스트 10'에 선정된 밀란 쿤테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The Unbearable Lightness of Being)>은 1968년 프라하의 봄, 역사의 상처를 짊어지고 살아가는 네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200명이 넘는 여성과 잠자리를 가지며 사랑은 가볍다고 생각하는 주인공 토마시, 진지한 사랑을 추구하는 테레자, 자유롭게 살고 싶어 하는 사비나, 사비나의 가벼움에 사로잡힌 프란츠 등 네 명의 등장인물이 사랑과 공산주의의 가벼움과 무거움에 대해서 얘기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 소설은 '프라하의 봄(1989)'이라는 영화로도 제작되었죠.


폭력적인 행동을 일삼았던 부모로부터 도망친 테레자. 그녀가 신분 상승을 꿈꾸며 만난 사람은 외과의사이자 이혼남인 토마시였습니다. 토마시에게 삶과 사랑은 아무런 가치도, 무게도 없는 가벼운 것이었지만 테레자에게 삶과 사랑은 정신적 교감을 나누고 책임을 지는 무거운 것이었죠. 뼛속까지 카사노바인 토마시와의 생활을 꿋꿋하게 참고 살아가지만 결국 엄마가 암에 걸렸다는 소식을 듣고 그토록 증오했던 엄마의 품으로 다시 돌아간 테레자.


토마시는 그녀가 떠난 후 한시도 그녀를 잊지 못하다 그녀를 찾으러 떠나고, 마침내 그녀와 만나 재회하게 됩니다. 토마시는 가벼운 사랑으로 참다운 행복을 느끼지 못했던 것이죠. 테레자는 토마시에게 가벼운 사랑을 받았지만 무거운 사랑을 돌려주었습니다. 토마시의 또 다른 연인 사비나는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조국 역사의 상실에서 벗어나 자유분방하며 독립적인 삶을 즐깁니다. 안정된 일상을 누리던 프란츠는 그런 사비나의 가벼움에 매료되죠. 모든 것을 버리고 사비나에게 가겠다는 프란츠를 부담스러워하며 그녀는 그를 떠나 외로운 존재로서 자신의 삶을 계속 살아갑니다.


영화 <프라하의 봄> 포스터 vs 테레자와 토마시 vs 사비나와 프란츠


인간의 삶이란 오직 한 번뿐이며, 모든 상황에서 우리는 딱 한 번만 결정을 내릴 수 있기 때문에 과연 어떤 것이 좋은 결정이고, 나쁜 결정인지를 확인할 수 없다. 여러 가지 결정을 비교할 수 있도록 두 번째, 세 번째, 혹은 네 번째 인생이 우리에게 주어지지 않는다. - 밀란 쿠테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359p -


사랑과 성(性), 이데올로기의 소용돌이 속에서 끝없이 갈등과 반목을 거듭하는 네 명의 남녀들은 오랜 방황의 시간이 끝난 후에야 인간의 존재가 참을 수 없을 만큼 가벼운 존재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이 소설은 니체의 '영원회귀(永劫回歸)' 사상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영원회귀 사상에 의하면 인간의 삶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영원히 무한 반복된다고 하며, 결코 그 원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니체는 '운명애(amor fati)'라는 사상을 주창하며 진정한 행복은 무한 반복 속에 숨겨져 있다고 말합니다. 현재를 충실하게 살아가는 것에 생의 자유와 구원이 있다는 뜻이죠.


영원성이 묵직함이라면 일회성은 가벼움입니다. 테라자의 사랑이 묵직함이라면 토마시의 사랑은 가벼움인 것이죠. 가벼움을 추구한 사비나를 짓누른 것은 존재의 가벼움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참을 수 없을 만큼의 무거움이기도 했죠. 가벼움과 무거움! 이분법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 소설은 너무나 다른 네 명의 남녀 주인공들의 사랑을 통해 묵직함과 가벼움, 책임과 자유, 영원한 사랑과 일회성 사랑 등의 상반된 개념을 덧입힘으로써 존재의 한계, 즉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명확하게 표현하려고 했습니다.


말란 쿤테라 작가는 이 책에서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요? 살면서 우리는 수많은 선택을 하지만 대안의 선택을 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기회는 알 방법이 전혀 없습니다. 결코 돌이킬 수 없는, 오직 한 번뿐인 인생이기 때문에 늘 후회가 따르고, 그로 인한 삶의 가벼움은 더 커져만 갑니다. 가벼움과 무거움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공존하기 때문에 더 의미가 있습니다. 한정된 시간을 살기 때문에 살아있는 시간의 소중함이 더 커지고, 질병이 있기 때문에 건강한 몸의 소중함이 더 커지는 것처럼 말이죠.


출처 : Pixabay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찰리 채플린의 말처럼 인생은 얽히고설킨 실타래처럼 끊임없는 고통과 슬픔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누구나 평범한 삶을 원하지만 그건 저절로 오는 게 아닙니다.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이죠. 평범(平凡)의 사전적 의미는 '뛰어나거나 색다른 점이 없이 보통이다'라는 뜻입니다. 고로 비범(非凡)하지 않은 보통 수준의 삶, 그것이 평범한 삶입니다. 흔히 평범하게 산다는 건 무리 속에서 튀지 않고 조용하게, 안정적으로 사는 것을 의미하지만 그렇게 살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남다른 노력과 실행력이 필요합니다.


평범하게 산다는 것은 남들만큼 산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남들이란 가준을 면밀하게 들여다보면 생각보다 높은 수준임을 알 수 있습니다. 남들처럼 산다는 건 사회가 정한 인생의 정답을 따르며 사는 것을 의미합니다. 인생의 정답은 열심히 공부해 좋은 대학과 좋은 기업에 들어가고, 적정 나이에 결혼해 출산과 육아를 하며, 연령대에 맞는 재산과 집의 규모를 가져야 하죠. 게다가 가족이 모두 건강해야 합니다. 이 정도가 남들처럼 평범하게 사는 것이죠. 그러려면 남들 이상으로 노력과 헌신을 해야 합니다. 남들도 이런 비범한 노력을 통해 평범해진 것이죠. 아이러니하게도 열심히 노력하며 살아야 겨우 평범해지는 겁니다.


어릴 때 저는 큰 꿈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이나 주변 어른들은 자주 네 꿈이 뭐냐고 자주 물으셨죠. 만약 솔직하게 말하면 조롱거리가 될 게 뻔했기 때문에 그냥 '군인'이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그러나 원래 제 꿈은 평범한 가정의 아빠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좋은 아빠가 되는 것! 그것이 제 꿈이었던 것이죠. 아마 가난한 유년 시절을 보냈던 탓에 그리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막상 어른이 되어서 남들처럼 좋은 기업에 취직하고, 적정 연령대에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아 양육하고, 집을 장만하는 모든 삶의 여정이 생각만큼 녹록지 않았습니다. 평범하게 살려고 애쓸수록 삶의 무거움은 가벼운 나의 어깨를 더욱 짓눌렀습니다.


출처 : Pixabay


'블랙 스완'과 유사한 용어로 '회색 코뿔소'라는 말이 있습니다. 코뿔소는 몸길이가 최대 4m나 되고, 몸무게는 5톤에 달해 엄청난 크기를 자랑합니다. 초식동물로 평소에는 온순하지만 위험이 눈앞에 있다고 판단하면 마치 탱크처럼 저돌적이고 맹렬하게 돌진합니다. 회색 코뿔소라는 용어는 2013년 다보스포럼에서 발표된 용어입니다. 만약 직장에서 매일 대면해야 하는 독한(?) 상사가 자신을 향해 맹렬하게 달려온다고 상상하면 여러분들은 두려움과 공포로 온몸이 뻣뻣해지고, 두려움의 감정이 엄습할 겁니다. 어떻게 하면 달려오는 회색 코뿔소의 위험을 현명하게 대응할 수 있을까요?


샐러리맨들은 인생의 1/3이란 소중한 시간을 직장이란 전쟁터, 아니 지옥에서 보냅니다. 신입사원 시절 가볍게 일을 시작하지만 직급과 직책이 올라갈수록 어깨의 짐은 점점 무거워져 갑니다. 높은 경쟁률로 대기업에 힘들게 입사한 경우 비범한 동료들 사이에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은 정말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일은 일정 시간이 흐르면 어느 정도 해낼 수 있는 역량과 스킬이 만들어집니다. 하지만 인간관계의 경우 아무리 시간이 흐르고 경력이 쌓여도 뚯밖의 복병을 만나면 고전을 면치 못할 때가 많습니다.


만약 나와 전혀 맞지 않는, 적합도가 제로에 가까운 이기적 상사를 만나게 되면 여태껏 힘들게 쌓아온 나의 경험과 평판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멘붕의 순간'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평범한 직장 생활을 원하지만 평범한 직장 생활을 어렵게 만드는 직장 내 존재들을 저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라고 정의하고, '독한 상사'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독한 상사는 지독한 워커홀릭(workaholic)이거나 소시오패스 또는 사이코패스일 확률이 높습니다. 부하직원들과의 공감, 교감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지고, 자신의 성공에만 집중해 부하직원의 성과를 가로채거나 자신의 이용 가치에 따라 부하직원들을 편향적으로 대하합니다. 이들은 '강약약강(强弱弱强)', 즉 '강한 사람에게는 약하고, 약한 사람에게는 강한' 유형들이 많습니다. 다시 말해, 자신의 상사에게는 아부하고, 부하직원에게는 고압적으로 대하는 유형인 것이죠.


이들의 공통점은 자신을 객관화해서 보는 능력인 '메타인지'가 현저하게 떨어집니다. 본인은 열심히 일하고, 능력도 있는데 부하직원들의 능력과 노력이 미흡해 받쳐주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부하직원들이 힘들어해도 그것을 당연시 여기며 모든 일을 본인 위주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경향이 짙습니다. 산업심리학자인 보드는 연구 논문을 통해 '영국 최고경영자들의 인격적 특성을 분석한 결과 다수가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의 특성과 일치했다'라는 것을 밝혔죠.


이들은 동료나 선배들을 추월해서 거침없는 행보로 승승장구하기 때문에 경영자에게 촉망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기간에 고성과를 만들어내야 하는 기업의 특성상 경영진들은 덕을 겸비한 '덕장(德將)'보다는 '무지막장(無知莫將)'을 선호하는 경향이 높습니다. 경영진들의 속내를 보면 그들 대신 악역을 대행할 수 있는 '무지막장'이 필요한 것이죠. 왜냐하면 기업의 실적이 악화되어 구조조정을 해야 할 경우 이런 유형의 상사들은 일말의 미안함과 주저함도 없이 부하직원들을 사지로 내몰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결국은 적당하게 쓰고 버릴 '토사구팽' 카드인 것이죠.


만약 이런 유형의 상사에게 찍히면 직장 생활은 전쟁터가 아니라 지옥이 펼쳐집니다. 차상급자(독한 상사의 상사)에게 자신의 부하직원은 무능력하며, 충성심도 결여되어 조직 내 리스크가 높은 존재라고 어필하면서 가스라이팅을 계속해 축출(퇴출) 분위기를 조성합니다. 부하직원이 그간 쌓아왔던 업무 경력과 성과, 평판은 한순간에 무너지고, 그 충격으로 인해 무기력감과 우울증에 시달리면서 끝내 회사를 그만두게 됩니다. 정말 소름 끼치는 유형인 것이죠.


출처 : Pixabay


직장인에게 회사의 실체와 비전은 바로 단위 조직의 보스(상사)를 통해 형성이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어떤 부모를 만나느냐에 따라 내 인생의 '수저'가 결정되듯 직장 생활 또한 어떤 상사를 만나느냐에 따라 직장 내 운명이 결정되는 것이죠. 직장 생활에서 받는 상당수의 스트레스가 업무보다는 상사와의 관계 때문에 발생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직장인 1,2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퇴사 사유 중 1위가 바로 '상사의 갑질(21%)'이라고 합니다.


좋은 상사를 만나는 것은 직장 생활에서 매우 큰 행운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좋은 상사를 만나면 험준한 직장 생활에서 좋은 멘토가 되고, 좋은 연줄로 계속 이어집니다. 그 상사가 회사에서 인정받아 승승장구까지 한다면 금상첨화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저의 오랜 직장 경험으로 반추할 때 이런 유형의 상사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직장이나 개인 술자리에서 가장 큰 안줏거리가 바로 상사 '뒷담화'라는 것은 그만큼 멘토 같은 상사가 없다는 뜻일 겁니다.


직장 상사가 자주 바뀌면 엄청난 스트레스가 발생합니다. 여태껏 잘해왔던 직원의 경우 모든 노력과 수고가 원점으로 돌아가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전 상사와 관계가 좋지 않았던 부하직원에게는 '리셋'의 기회가 주어지기도 합니다. 제가 경험한 가장 유능한 상사는 대부분 '워커홀릭(Workaholic)'이었죠. 이런 유형의 상사들은 본인 성향이 이렇다 보니 신의 성실하고 희생정신이 투철하며, 충성심이 강한 부하직원들을 매우 좋아합니다. 처음 경험하는 '워라벨' 중시형 부하직원들에게는 생지옥이 펼쳐지는 것이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배울 점도 많아 후배로부터 존경을 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강약약강'의 상사, '윗사람에게는 무조건 Yes'라고 말하는 상사, 부하직원의 성과를 자기 성과로 포장하는 상사, 일을 시킬 때 윗선에서 시키는 일이라며 자기는 발을 빼는 상사, 책임질 일은 절대 하지도 않고, 책임도 지지 않으려는 상사, 모든 일을 부하 직원에게만 시키고 해답을 찾으려는 상사, 해결 방법이 없는데도 방법과 수단을 가리지 말고 해답을 찾아오라고 하는 막무가내 상사 등의 유형을 만난다면 생지옥이 펼쳐집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면 되지만 독한 상사가 싫으면 떠날 때까지 기다려야 할까요? 지시하는 일에 대해 건건이 트집을 잡고, 계속해서 해결도 못할 일들을 수시로 시킨다면 상황은 점점 악화될 겁니다. 이럴 경우 최대한 갈등을 피하고, 면피할 수 있을 정도로 최소한의 일만 하면서 그 상사가 빨리 바뀌기만을 와신상담하며 기다리는 것이 어쩌면 가장 현명한 방법이겠죠. 이때가 진짜 동면(冬眠)의 내공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하지만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상태가 되어 독한 상사와 부딪히게 된다면 어떻게 대응하는 것아 현명할까요?


- 세스 고딘, <더딥> 중에서 -


전 세계 마케터의 그루라고 불리는 세스 고딘의 저서 《더딥(The Dip)》에는 포기의 개념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제시합니다. 부제목은 '포기할 것인가, 끝까지 버틸 것인가'입니다. 이와 관련한 세 가지 개념인 '딥', '컬드색', '낭떠러지'에 관한 얘기를 꺼냅니다. 먼저 '딥(The Dip)'은 수많은 사람들이 걸려 넘어지는 '웅덩이' '어떤 일의 시작과 숙달되는 지점 사이에 놓인 길고 지루한 과정' 또는 '인공 차단막'을 말합니다. 예를 들면, 초보적 기술과 전문적 기술 사이에 놓인 간극 같은 것이죠.


'컬드색(Cul-de-sac)'은 프랑스어로 '막다른 길'을 의미하는데 일을 아무리 열심해 해도 별로 달라질 게 없는 상황을 말합니다. 크게 좋아질 것도, 크게 나빠질 것도 없이 늘 그저 그런 상태로 흔히 우리가 '장래성이 없다'라고 말하는 구간입니다. '낭떠러지'드물지만 매우 위험해 마지막 끝에 이르면 추락하는 상황을 말합니다. 컬드색과 낭떠러지는 딥을 통과할 수 없게 만들며 결국 실패하게 만들기 때문에 포기를 선택해야 합니다.


반면 딥은 반드시 견뎌내고 극복해야 하는 구간입니다. 딥이 주는 역경이 어려울수록 오히려 경쟁자들을 멀리 떼어놓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는 것이죠. 그런데 딥을 뚫고 살아남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습니다. 딥을 인정하고 그것을 진정한 기회로 다룬다면 당신은 그만큼의 큰 보상을 받게 됩니다. 웨이트 트레이닝은 딥을 극복하는 과정과 비슷합니다. 근육이 결정의 피로감을 느끼는 1~2분을 버텨 주면 마지막 몇 초 동안 근육이 발달하기 때문이죠.


출처 : Pixabay


<포춘> 500대 기업의 CEO들은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평균 25년 동안이나 딥을 견뎌왔다고 한결같이 말합니다. 참고 또 참으며, 고개를 숙인 채 묵묵히 지시받은 일을 해냈던 것이죠. 목표를 달성해야 했고, 남들보다 긴 시간 일하며 상사의 비위를 맞추어야 했습니다. 단 하루도 빠짐없이, 수십 년간을 그렇게 지내온 것이죠. 그런데 이 길고 지루한 과정이 지름길이라고 합니다. 다른 어떤 길보다 당신이 가려는 곳으로 빨리 데려다준다고 합니다. 딥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희소성, 즉 높은 인공 차단막을 만들어 경쟁자가 진입하지 못하도록 해준다는 것이죠.


만약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와 같은 독한 상사를 만나게 되면 위에서 언급한 '딥'이란 역경 상황이 펼쳐지게 됩니다. 이때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버텨야 할 순간인 것이죠. 참고, 인내하고, 묵묵히 견디는 것도 나쁘진 않습니다만 독한 상사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중시 여기고, 무엇을 원하는지 등을 미리 파악해 준비함으로써 그에 맞는 대응을 한다면 조금은 내상을 받더라도 이 상황을 보다 현명하게 헤쳐나갈 수 있을 겁니다. 제가 직장 현역 시절 경험했던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하겠습니다. 물론 개인의 성향에 따라 맞지 않을 수도 있으니 이 점 헤아려주시기 바랍니다.


첫 번째, 모든 상황을 피할 수 없는 숙명으로 생각하고 그를 용서하고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마인드 셋을 설정하는 것이죠. 한국 영화 <해바라기>를 떠올려 보시기 바랍니다. '해바라기' 란 식당을 운영하는 엄마 덕자(김해숙)는 친아들을 살해한 태식(김래원)이가 수감되어 있는 교도소에 주기적으로 면회를 갑니다. 자신이 가장 사랑한 아들을 살해한 태식을 용서한 엄마 덕자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용서'를 한 것이죠. 형기를 마치고 나온 태식을 양아들로 맞이하면서 본격적으로 영화가 전개됩니다.


이렇듯 용서는 가해자를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피해자인 자신을 위한 것입니다. 가해자들에 대한 증오와 분노는 자신의 몸과 정신을 더 황폐화시키기 때문입니다. 분노의 감정을 더 이상 키우지 말고 한 마디로 '이기적인 용서'를 하라는 것이죠. 아무리 상사에게 분노가 치밀고 화가 나더라도 영화 <해바라기>에 나오는 엄마 덕자보다는 나은 상황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이런 생각이 들면 맹자가 말한 측은지심(惻隱之心), 즉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가지시면 됩니다. 본래 타고난 성품은 온순한데 험난한 직장 생활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렇게 변할 수밖에 없었음을 이해한다면 긍휼히 여기는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을 겁니다.


** 긍휼 : 불쌍히 여겨 돌봄을 이름


두 번째, 주어진 과업을 최대한 신의 성실하게 처리함으로써 주변 사람들에게 일을 잘하는 직원이라는 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주변 동료나 후배들과 더 좋은 유대관계를 유지해야 합니다. 만일 독한 상사가 일을 못 한다고 자신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거나 인격적 모욕을 주는 그런 상황이 일어난다면 그때 주변 사람들의 지지와 응원, 그리고 위로는 엄청난 힘이 될 겁니다.


세 번째, 상사가 공개 석상에서 면박을 주거나 인격적 모욕을 하더라도 절대 그 자리에서 되받아치거나 반박해서는 안 됩니다. 상사와 직접적인 충돌은 최대한 피해야 합니다. 상사와 충돌이 잦아 감정이 쌓이면, 최악의 평가를 받거나 정리해고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죠. 가능한 공개 석상에서는 표정을 관리하고, 침묵을 유지하며, 고개만 끄떡여야 합니다. 와신상담의 인내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굳이 할 얘기가 있다면 개별적 미팅을 통해 조근조근 차분하게 자신의 의견을 말씀하시기 바랍니다. 아니면 중간보고의 기회가 있을 때 중간 데이터 값으로 얘기하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네 번째, 독한 상사에게 오히려 도움을 요청하는 것입니다. 다양한 변수가 산재한 직장 생활에서 하급자가 상급자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도움을 요청받는 상사의 입장에서는 업무 능력에 대한 부하직원의 신뢰와 인정이 밑바탕에 깔려있다는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도움을 주면서 보람을 느낍니다. 게다가 상사에게서 좋은 업무 팁과 정보도 얻을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겠죠. 사람들은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을 때보다 도움을 줄 때 더 큰 행복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그리고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건 자신이 우월적인 지위와 능력을 가졌다는 증거이기 때문에 도와주면서 다른 부하직원과 비교해 더 친밀한 감정도 만들 수 있습니다. 다만 도움이 어려운 영역은 피해야 하겠지요.


다섯 번째, 상사에게 정중하고 예의 바른 태도로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표현해야 합니다. 나름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상사가 지속적으로 자신을 괴롭히고 가스라이팅을 한다면 상사에게 직접 면담을 요청해 자신의 현재 상황과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얘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얘기할 때는 특정 상황에서 자신이 느꼈던 감정과 그 이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던 것들, 상사에게 바라는 사항 등을 구체화시켜 얘기하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 대면 만남이 꺼려질 경우 대변자나 메일을 통해 전달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입니다.


출처 : Pixabay


여섯 번째, 여러 가지 방법에도 효과가 없다면 정공법, 즉 정면 돌파를 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입니다. 자신에게도 고슴도치 같은 기질이 있음을 알려야 하는 것이죠. 다만 최악의 상황이 일어날 경우를 대비한 시나리오도 준비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이 방법을 활용해서 상사와의 갈등을 상당 부분 해소한 경험이 있습니다. 처음에 이런 방법을 시도하면 상사도 당황하고, 많은 부담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 번 정도 이런 상황을 경험하게 되면 갈등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비 온 뒤에 땅이 굳듯이 서로 간에 생긴 오해와 감정의 앙금이 자연스럽게 치유되는 기적을 맛볼 수 있습니다. 상사 입장에서는 '이놈 봐라. 당찬 놈인데'라고 생각하며 기분이 나쁠 수도 있지만 이후부터는 말하기 전에 부하 직원의 입장과 생각을 더 헤아리는 노력을 할 겁니다.


일곱 번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라면 타부서로 전배를 요청하는 것입니다. 무서워서 피하기보다는 더러워서 피하는 것이죠. 사실 이 방법은 의외로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입니다. 왜냐하면 갈등 제공 원인을 근본적으로 제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혹시 자신이 원하지 않는 부서로의 전배가 이뤄질 수 있으니 이 점은 감안하시기 바랍니다. 물론 반대의 경우가 있다면 땡큐 상황이겠죠.


여덟 번째, 차상위자(상사의 상사)에게 면담을 요청하는 것입니다. 이 방법은 상사를 공식적으로 엿 먹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자칫 상사와 차상위자의 관계가 친밀하고 돈독하다면 자칫 역풍을 맞을 수도 있으니 신중해서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하지만 이 방법은 극단적인 경우에만 하시길 바랍니다. 왜냐하면 당한 상사 입장에서는 자존감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홉 번째, 나름의 논리로 정신 승리를 한 후 상사를 무시하는 것입니다. 이이치이(以夷治夷)라는 말처럼 자신이 무시당한 만큼 상사를 무시하는 것이죠. 일을 못 시키거나 결과 보고를 못 받아서 답답한 쪽은 상사이기 때문에 조만간 얘기 좀 하자며 먼저 요청을 해올 겁니다. 그때까지 이이치이 전략을 계속 구사하면서 어지러운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블로그에 글을 쓰시기 바랍니다. 제목은 '독한 상사!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정도가 될 겁니다. 글을 쓰는 장점 중 하나는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정리하면서 객관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죠. 이 과정에서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 방법을 찾기도 합니다.


열 번째, 정신과 상담과 이직(창업)을 하는 것입니다. 모든 방법을 동원해도 상사와의 갈등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아마 우울증과 번아웃 증세가 나타날 겁니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불면의 밤이 이어지고, 회사 출근이 가까워지면 가슴이 쿵쾅대거나 답답해지는 증상도 나타날 겁니다. 심지어 연예인들이 걸릴 법한 공황장애 증상도 일어나는 경우도 있죠. 이럴 때 정신과 상담과 처방약은 멘탈 안정화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정신과 상담 기록은 재취업과 이직과는 전혀 상관이 없으니 부담 가지지 말고 하시기 바랍니다. 마지막 최후의 카드는 현재 처한 상황을 '컬드색'이나 '낭떠러지'라고 판단한 후 현 직업을 포기하고 이직이나 창업을 준비하는 것입니다.


이직을 하기 전에 직장을 그만두지 않는 것이 중요한 팁입니다. 인사 채용담당자 입장에서 보면 퇴직에 대한 거부감이 클뿐더러 중도 포기자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때문이죠. 가급적 이직에 성공한 지인 찬스를 활용한다면 더욱 쉽게 이직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채용 경로를 통해 자신이 평소 원하던 직업과 직장에 입사 원서를 지원하는 것도 남은 인생 피보팅을 할 좋은 기회가 될 겁니다.




독한 상사와 조우할 때 마지막까지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 중의 하나는 사직입니다. 사표를 낸다는 것은 자신이 완패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가장 현명한 방법은 바로 세스 고딘이 말한 '딥', 즉 '웅덩이'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견디며 건너는 것입니다. 만약 '딥' 상황을 슬기롭게 헤쳐 나간다면 향후 남은 직장 생활에 있어 훌륭한 경험과 내공을 만들어 줄 것이라 확신합니다. 하지만 오늘 제가 말씀드린 팁은 가급적 활용하지 않는 회사 생활이 되면 좋겠습니다.



봄여름가을겨울 - 브라보 마이 라이프 (2012 Official M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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