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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틱 Mar 01. 2023

한 우물 파기 vs 세 개의 굴 파기

#한 우물 파기 #세개의 굴파기 #교토삼굴 #생활의 달인 #결핍의 경제학

28년간 직장 생활을 하면서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한 우물만 파라''직업에 귀천이 없다'라는 것이죠. 공중파 방송인 <생활의 달인>이란 프로그램은 수십 년간 한 분야에 종사하며 부단한 열정과 노력으로 달인의 경지에 오른 사람들의 스토리를 리얼하게 담아 오랜 시간 세간의 화제를 모았습니다. 일상에서 흔히 찾을 수 있고, 사회에서 소외될 수 있는 힘든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주인공이라는 점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것이죠.


'생활의 달인의 생애에 나타난 직업 성공 내러티브 탐구(김신영, 2016)'에 관한 박사학위 논문이 있습니다. 논문은 한국 사회의 초중고 진로교육이 여태껏 유망한 직업 탐색, 소질과 적성 찾기, 직업체험을 통한 진로정보 탐색에 중점을 두어 진행되었다고 말하면서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생활의 달인이라고 불릴 만큼 성공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은 준 달인 세 명의 삶을 집중 탐구함으로써 달인의 성공이 한국의 진로 교육에 주는 시사점이 무엇인지 파악하고자 하였습니다. 다소 흥미로운 주제였죠


논문에서 생활의 달인들의 직업 성공의 요인으로는 유년기에 경험했던 삶의 결핍을 행동으로 승화직업 전문성을 만드는 성장통직업에 대한 몰입과 기술의 숙련블루오션 시장의 개척고객 감동의 실천직업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멘토와의 우연한 만남과 동반자의 지원 등이 있었다고 합니다. 제가 볼 때 어릴 때 느꼈던 결핍에 대해 성인이 되어서도 결핍 해소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는 과정에서 성공이 자연스럽게 따라왔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심리학의 거장 알프레드 아들러는 수많은 재능과 능력은 바로 '결핍감'에서 비롯된다고 말했기 때문이죠.


《결핍의 경제학》에서는 어떤 종류의 결핍을 경험하든 그 결핍은 사람의 사고방식과 행동을 바꾸어 놓는다고 합니다. 결핍은 결핍과 관련된 인식 대상을 빠르게 포착해서 이를 해소하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이 논문의 연구 시사점은 기존의 타고난 소질과 적성 발굴에 초점을 두는 진로교육보다는 직업에 대한 유연한 생각과 태도를 기르는 진로교육이 필요하고, 높은 자기 주도성과 역경지수를 기반한 직업 역량을 키워야 하며, 다양한 직업군에 대한 체험 위주의 진로교육이 필요하고유망한 직업이 아닌 유망한 인재를 기르는 진로교육이 필요함을 강조합니다.


결과적으로 물고기를 잡아 손에 쥐여주는 것보다는 다양한 물고기 종류를 직접 낚아보고 체험함으로써 스스로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 역량을 키우게 하는 진로 교육이 되어야 한다는 뜻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이와는 너무 큰 괴리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 사회의 진로교육은 너무나 진부하고 시대착오적 사고가 만연합니다. 모든 교육이 오로지 유망 직업군에 입성하기 위한 교육에 매몰되어 있다는 것이죠. 학습 성취도가 낮거나 학업에 관심이 없는 소위 아싸 학생들의 경우 주류의 대열에서 벗어나 사회의 관심 밖 직업군에 종사해야 합니다.


출처 : Pixabay


2020년 <한국직업사전 통합본 제5판>에는 직업의 종류가 무려 16,891개로 집계되었다고 합니다. 이런 다양한 직업의 종류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대중적으로 인지되고 있거나 유망하다고 생각하는 소수의 직업군에만 매몰되어 그곳을 향해서만 모든 진로교육의 방향을 맞추고 있습니다. 사회에 대한 경험이 전무한 사회 초년생들이 아무 생각도 없이 단지 생계를 위한 직업을 찾는 경우도 많아 이때부터 잘못 끼워진 첫 단추 때문에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경험을 하기도 합니다.


소위 유망 직업군에 입성을 하더라도 직장과 삶이 만족스럽지 못해 불만이 있지만 직장을 벗어나지 못하는 '트래픽 파이터(traffic fighter)'의 삶을 살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장 빨리 부자 되는 법》의 저자 알렉스 베커는 트래픽 파이터의 삶에 대해 "이들에게 성공은 좋은 대학을 나와 좋은 직장에 취업해 일과 저축을 열심히 해서 나이가 들면 은퇴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공식대로 살려면 기업이 망해서도 안 되고, 자신도 건강해야 하며, 절대 해고가 되면 안 됩니다."라고 따끔하게 충고합니다.



직장을 다니면서 독한 상사를 만나더라도 충돌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안되고, 큰 업무적 과오나 실수도 없어야 하며, 성적 윤리에 어긋나서도 안되며, 힘들어도 꾹 참고 계속 다녀야 한다는 것이죠. 만약 이 중 한 가지라도 삐끗하면 그간 조심스럽게 쌓아왔던 자신의 업적과 이미지가 바닷가의 모래성처럼 일순간에 무너지고 사라져 버리는 악몽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런 위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취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어 더욱 안타까울 뿐입니다.




우리 속담에 '우물을 파더라도 한 우물만 파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물을 파는 이유는 땅을 파서 지하에 있는 물을 찾기 위해서죠. 만약 땅을 조금만 파 놓고 물이 안 나온다며 다른 땅을 판다면 어느 구덩이에서도 물이 나오지 않을 것입니다. 이처럼 우물을 파더라도 한 우물을 파야 물이 나올 수 있다는 말입니다. 한 마디로 일을 자꾸 바꿔서 하지 말고 하나의 일을 끝까지 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뜻이죠.


그런데 요즘에는 다른 트렌드가 있습니다. 교토삼굴(狡兎三窟)'이 바로 그것입니다. 교토삼굴은 '영리한 토끼는 세 개의 굴을 판다'라는 뜻입니다. 사기(史記) 맹상군열전(孟嘗君列傳)에는 '교토삼굴(狡兎三窟)'이라는 고사 성어가 나오는데 교활한(영리한) 토끼는 굴을 세 개나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만약에 닥칠 미래의 위험을 대비해서 사전에 철저히 준비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직장인들에게 있어 한 우물을 판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아 보입니다. 기업의 특성상 개인은 시계에 들어가는 톱니바퀴, 즉 부품과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한 분야만 전문적으로 파기도 힘들뿐더러 판다고 하더라도 톱니바퀴 정도로는 그 분야의 전문성을 외부로부터 인정받기가 쉽지도 않습니다. 안타까운 건 직급과 직책이 올라갈수록 스페셜리스트에서 제너럴리스트로 업무의 범주가 확대되기 때문에 그나마 가지고 있던 전문성조차도 시간이 갈수록 경쟁력이 없어질 뿐만 아니라 본인의 능력과 열정에 관계없이 회사의 의도에 따라 언제든지 부품 교체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죠.


대기업에서 선호하는 인재상 또한 전문적 지식을 갖고 있는 인재보다는 기본적으로 업무의 유사성이 높거나 반복적인 업무를 묵묵히 수행할 수 있거나 조직 내에서 마찰이 적을 것 같은 인재를 대체적으로 선호하는 편입니다. 작동하는 시계 안에서 톱니바퀴의 역할은 그다지 크지 않을 뿐만 아니라 다른 톱니바퀴와 맞물려 마찰 없이 잘 작동하는 정도면 충분한 것이죠. 대기업 직원의 경우 한 가지 톱니바퀴 역할을 한다면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 직원의 경우 여러 톱니바퀴 역할을 수행하는 것 정도가 차이점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경험한 대기업 생활을 되돌아보면 대기업에 입사하는 것보다는 오히려 처음부터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에 입사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대기업 직원들의 경우 임원을 단 소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고만고만한 직무를 경험하다 퇴사라는 사회적 죽음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기업 평균 퇴직 연령인 50세를 감안할 때 사회적으로 가장 돈이 필요한 시점에 퇴직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죠. 대기업에서 퇴직을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사회에 나가서 그 업무와 연계해서 재취업할 수 있는 분야는 매우 한정적입니다. 한 마디로 전문성도 결여되지만 업무의 연속성도 결여되어 있다는 말이죠.


출처 : Pixabay


반면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의 경우 급여와 환경은 다소 열악하지만 그곳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장점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러 톱니바퀴를 경험하면서 기업 운영 전반에 관한 다양한 업무들을 직접 배우고 습득할 수 있습니다. 특히 스타트업의 경우 기존에 없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기반으로 창업을 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사업 초기에 참여한다면 엄청난 사업의 노하우를 급여를 받으면서 체험하고 배울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것들은 돈을 주고도 배울 수 없는 값진 경험들이죠.


또한 대기업과 달리 경영진들과 수평적인 조직 분위기에서 자유롭게 의견 교환 및 소통을 할 수 있는 장점도 있습니다. 또한 스타트업의 인재 개발 방식의 경우 별도의 집체 교육이 아닌 다양한 업무를 직접 처리하고 성공시킴으로써 저절로 얻는 체험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자기 성장이 동반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기업이 성공하거나 고속 성장을 하게 된다면 추가적인 스톡 옵션이나 인센티브를 받을 뿐만 아니라 초고속 승진을 할 수 있는 기회까지 얻게 되기도 합니다. 물론 이런 경력과 커리어는 이직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게 됩니다. 젊었을 때라야 가능한 도전이라 생각합니다.


만약 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이라면 한 우물을 얕고, 좁게 파는 것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물을 파더라도 수맥을 발견하기란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는 것만큼 어려울 것입니다. 그래서 대기업 직장인의 경우 '한 우물을 파는 것'보다는 '교토삼굴'의 지혜가 필요합니다. 한 마디로 인생의 '플랜B' 또는 '백업플랜'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죠. 하지만 사업가와 자영자의 경우 '한 우물을 깊게 파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수맥만 발견하면 우물이 콸콸 끊임없이 쏟아 나오기 때문이죠.


그런데 사람들은 한 우물 파기만을 고집할 때가 있습니다. 그건 바로 '매몰 비용(sunk cost)'이 클 때입니다. 이전에 투입한 노력과 시간, 금전 등의 비용이 많으면 어쩔 수 없이 그 일을 계속해야 해야만 환경이 만들어지기 때문이죠. 만약 자영업자가 커피숍을 하기 위해 몇 억이란 비용을 투입했다면 장사가 안되더라도 쉽게 포기하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몇 번을 낙방해도 다시 도전하는 '고시 낭인' 또한 매몰 비용의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출처 : 유튜브 동영상 스틸 컷


너무나도 유명한 '1만 시간의 법칙'을 처음으로 언급한 말콤 글래드웰의 《아웃라이어》를 보면 하루 3시간 10년간 연습을 하면 누구든 어느 분야에서 최고가 될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엔젤라 더크워스의 《GRIT》을 보면 그냥 연습이 아닌 '질적으로 다른 연습' '의식적인 연습'을 해야 한다고 덧붙입니다. 임계치를 넘기 위한 의식적은 연습은 훌륭한 멘토 또는 코치의 지원이 수반되어야 합니다. 우리들 주변을 보면 조깅, 테니스, 헬스 등 10년 이상 꾸준히 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임계치를 넘기지 못하고, 일정 수준에 머무르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바로 이러한 의식적 연습 부족과 멘토의 부재 때문인 것이죠.


출처 : Pixabay


한 우물을 파서 성공한 제 친구의 성공 스토리입니다. 제 절친 중 한 명은 직장 생활을 하다 주식 광풍이 불 때 잠시 단타로 돈맛을 본 후 주식의 고수가 된 양 자신이 가진 모든 재산과 심지어 가족의 돈까지 빌려 주식에 올-인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상투를 잡았던 제 친구는 IT 버블이 붕괴되면서 한순간에 주가가 1/10토막까지 났고, 심지어 상폐가 되면서 결국 신용불량자까지 되었죠. 회사까지 그만둔 후 그는 한동안 잠적을 했었죠.


몇 년간 도피(?) 생활을 끝내고 연고로 돌아온 친구가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건 자영업뿐이었습니다. 친구의 말에 따르면 그 당시 동생의 돈을 빌려 한 유명 음식점 사장을 무작정 찾아가 자신의 절박한 사정을 얘기한 후 돈을 줄 테니 레시피를 가르쳐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친구의 사정이 딱했는지 사장은 일정 금액을 받은 후 레시피를 가르쳐 주는 대신 눈으로만 레시피를 보고 배울 수 있도록 세 달간 열정 페이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죠. 


친구는 절박한 심정과 혼신의 힘으로 하나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꼼꼼하게 음식 레시피를 메모장에 적어 기록했죠. 세 달이 지난 후 창업을 할 때 사장 친구의 열정과 노력에 감동을 했는지 자신이 운영하는 식당의 상호명을 그대로 쓸 수 있도록 허락해 주었습니다. 그 후 친구는 가족들의 도움을 받아 도시 외곽에 위치한 싼 임대료의 상가를 임차해 장사를 시작했죠.


2년 정도는 손님이 없어 맘 고생이 정말 심했습니다. 하지만 2년이 지나니 어느 정도 단골 고객이 형성되었고, 15년이 지난 지금은 단골이 많이 늘어 안정적으로 가게를 운영 중입니다. 장사를 시작할 때 고용했던 6명의 종업원들은 아직까지 한 명도 나가지 않고 함께 근무를 하고 있는 중이죠. 제일 연세가 많으신 주방 이모님의 경우 5년 후면 일흔이 되는데 친구가 그때까지 함께 다니고 가게를 접자고 얘기했다고 합니다. 친구의 말을 빌리면 절박한 심정으로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한 우물만 계속 파면 누구든 성공할 수 있다고 하더군요. 저도 그 친구의 말에 전적으로 공감을 하지만 저는 그 친구처럼 열정을 갖고 일할 자신도, 배짱도, 용기도 사실 없습니다.


지금 제 친구는 현재 월세 120만 원 정도의 식당에서 일평균 최고 매출 300만 원까지 팔고 있습니다. 안타까운 건 일 년 365일 중 4일 정도만 가게 문을 닫는데 여태껏 휴가 한번 제대로 못 간 것이죠. 그리고 장사만 한 덕분에 외모의 노화도 빨라졌고, 연애할 시간도 없어 아직까지 미혼입니다. 여러 번 소개팅을 주선하려고 했지만 내향적인 성격 때문에 극구 부인해서 성사를 못 시켰습니다. 경제적으로 성공한 이후에는 가족들 생계도 많이 챙겨줬고, 요즘에는 예술 작품에 관심을 가지고 수집을 하면서 여유 있게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본인은 아니라고 하는데 예술에 대한 조예도 꽤 뛰어난 편입니다.


훗날 장사를 안 하면 예술 작품 한 개씩 팔아서 친구들 맛있는 것 사주겠다고 공언하는데 말만 들어도 고마울 따름입니다. 퇴직 후 그 친구를 다시 보니 한 분야에서 성공한 그 모습을 보고 왠지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전에는 제가 친구들의 부러움을 샀는데 말이죠. 그 친구가 더욱 고마운 건 제가 퇴직할 때 위로와 수고의 선물로 예술 작품을 두 점 제게 주었던 것이죠. 극구 사양했지만 친구의 강한 권유로 안 받을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예술 작품을 가치를 잘 모르기 때문에 그냥 벽장에 고이 모셔놓고 있습니다.


출처 : Pixabay


세계적으로 유명한 자기 계발의 대가 나폴레온 힐은 그의 저서 《나폴레온 힐 부의 비밀》에서 금맥을 찾으러 떠난 친구 얘기를 합니다. 골드러시 시절 자신의 친구 다비의 숙부는 금맥을 찾아 부자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서부의 콜로라도로 향했다고 합니다. 곡괭이와 삽을 메고 금을 찾기 시작했고 마침내 반짝이는 광석을 발견하게 됩니다. 하지만 채굴 장비가 없던 그는 조용히 광산을 닫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친척들에게 금을 발견했다는 소식을 조용히 전하고 돈을 빌려 장비를 구매해 다시 광산으로 돌아왔죠


다비도 숙부와 함께 금맥 찾기에 합류를 했습니다. 그들이 채굴한 금을 제련소에 보내 검사를 받아보니 가장 질 좋은 금이라는 결과가 나와 흥분한 상태였죠. 그런데 일이 터진 것이죠. 한참을 파고 들어가니 기대했던 금맥이 사라져버린 것이죠. 두 사람은 실의에 빠져 장비를 헐값에 고물상에 팔아넘기고 고향으로 돌아왔습니다. 그 후 고물상은 광산 기사를 대동해 혹시나 싶어 금맥을 탐사했는데 포기한 그 지점 1m 아래에 금맥이 묻혀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고물상은 몇 백만 달러를 손에 거머질 수 있었습니다. 포기하기 전에 전문가의 조언을 구했기 때문에 그런 행운을 거머진 것입니다.


세월이 지난 후 그 사실을 알게 된 다비는 엄청난 후회를 했지만 행운은 이미 고물상 편이었죠. 하지만 다비가 깨달은 것이 한 가지 있었습니다. 다시는 포기를 하지 않는 것이었죠. 그는 다시 생명보험업계에 입사해 영업사원으로 일을 하면서 고객이 거절해도 절대로 포기하지 않고 계약을 체결한 결과 연간 몇 백만 달러의 판매 실적을 올리는 영업사원이 되었습니다. 어떤 일이든 반드시 일시적 좌절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1m 광맥의 교훈을 떠올린다면 좌절하더라도 절대 중도에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해내는 불굴의 도전 정신이 필요하다는 것이 바로 이 얘기의 교훈입니다.


출처 : Pixbay


소상공인 창업을 하면 5년 내 폐점률이 80%에 육박한다는 통계청 자료가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퇴직 후 창업에 도전하더라도 성격이 급한 한국인의 특성상 사전 준비가 매우 어설프고, 자신이 가진 얼마 되지 않은 돈을 창업에 모두 올-인함으로써 초기 창업이 부진할 때 견딜 수 있는 자금이 부족해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친구 말을 빌리면 최소한 2년 정도는 버틸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더군요. 그래야 단골도 생기고 가게 운영도 잘 할 수 있다고요. 한 우물 파기의 전략의 핵심은 바로 업종의 희소성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수원(水原)을 찾을 수 있을 때까지 도전하는 불굴의 의지와 정신이라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지만 남들이 가길 꺼려 하는 곳에, 그리고 포기하지 않은 도전 정신에 정답이 있는 것이죠.




그렇다고 한 우물만 주야장천 파는 것이 꼭 정답이 아닐 때도 있습니다. 물이 전혀 안 나오는 곳에 계속 우물을 판다면 아무리 노력해도 성공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럴 때는 다른 우물을 파는 것이 오히려 현명할 수 있는 것이죠. 불확실성, 변동성, 가변성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어느 누구도 한치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 우물을 깊게 파지 못하는 직장인들의 경우 조기 퇴직 트렌드를 감안한다면 세 개의 굴을 파는 교활한 토끼가 되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만약 세 개의 굴 중 한 개가 살 길을 만들어준다면 더할 나위 없는 것이죠.


그래서인지 SNS를 보면 직장인들을 겨냥해 수익 파이프라인을 다각도로 구축하는 엔잡러의 삶이 마치 진리인 양 받아들여지고 또 광풍처럼 유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성공한 소수의 엔잡러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엔잡러들은 몸만 바쁘고 실질적인 부를 축척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아 보입니다. 엔잡러가 되는 궁극적인 목적은 다름 아닌 파이어족이 되는 것이죠.


이들은 20대부터 소비를 극단적으로 줄이며 은퇴 자금을 마련합니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젊은 고학력·고소득 계층을 중심으로 확산됐는데, 이들은 '조기 퇴사'를 목표로 수입의 70~80%를 넘는 액수를 저축하는 등 극단적 절약을 실천합니다. 젊었을 때 사서 고생을 한다는 의미를 일찍부터 깨달은 사람들이죠. 저는 이런 파이어족의 유행이 매우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요즘 세상은 너무나 긴박하고 빠르게 다변화하고 있습니다. 어제의 성공 방정식이 오늘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때가 많고, 이전에 실패했던 사업이 다시 부활해서 성공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고객의 니즈와 욕구, 그리고 트렌드가 변하고 있습니다. 좋은 대학에 가서 대기업에 취업해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아 양육하고 집장만 해서 평생 동안 빚을 갚아야 하는 트래픽 파이터의 삶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진로교육은 예전과 같이 하나도 달라지지 않고 구시대의 성공 방정식을 따르고 있는 중이죠.


엔잡러가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사회 초년생일 때부터 구시대의 성공 방정식을 쫓기보다 생활의 달인처럼 자신이 하고 싶거나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도전함으로써 한 우물을 파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물론 직장을 다닌다면 대기업보다는 스타트업처럼 여러 톱니바퀴의 업무를 체험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훗날 기회가 되면 자신만의 사업을 한번 해보기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이러한 모든 여정들은 에너지와 의욕이 넘치는 젊은 시절에 도전을 해야 가능한 일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출처 : Unsplash


퇴직을 했거나 퇴직을 앞둔 사람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사람들은 사회가 정한 정답을 쫓지 않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들은 남들이 하길 꺼려 하거나 아니면 사회에서 따르는 정답을 벗어난 직업을 선택한 사람들이죠. 현재 그들은 일을 하더라도 하루 몇 시간 정도만 일을 하거나 아니면 직원에게 일을 맡겨 저절로 일이 돌아가도록 오토 시스템을 구축해 놓은 경우가 많습니다. 로버트 키요사키가 말한 돈이 돈을 만드는 시스템을 구축한 사람들이죠. 그들에게 일터는 더 이상 생계수단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를 위한 명함과 시간을 적당히 때우기 위한 놀이터 정도의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이들 대부분은 한 우물만 주야장천 판 사람들이 많습니다. 기존 사회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만의 생각과 태도로 꾸준하고 묵묵하게 한 우물을 집중해서 판 사람들이죠. 일을 꾸준하고 묵묵하게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잘 할 수 있게 되고, 잘 할 수 있게 되면 어느 순간 그 분야에서 전문가와 달인의 경지에 오를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일뿐만 아니라 운동도, 취미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주변 동료 중 직장을 다니면서 산악자전거나 수중 스쿠버, 심지어 암벽 등반 등 익스트림 스포츠를 좋아하는 동료가 있었는데 거의 전문가 수준이었죠. 퇴직 후 그는 자신이 좋아하던 취미 활동을 살려 현재 산악자전거 대리점도 하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스포츠를 함께 병행해서 즐기고 있어 주변의 부러움을 사고 있습니다. 취미도 한 우물만 파면 달인의 경지에 오를 수도 있다는 말이죠.


저는 인생이 무엇이고,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에 대해 자주 생각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선인들의 지혜를 따르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항상 죽음을 염두에 두고 삶을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생각을 하면 살아가는 매 순간이 소중하고, 또 충실하고 즐겁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이죠. 다른 사람들의 기대, 모든 자만심, 실패하거나 창피당하지 않을까 두려워하는 마음 등은 죽음 앞에서는 다 사라지고 진정으로 중요한 것만 남게 된다는 스티브 잡스의 말을 늘 염두에 두고 살아갑니다.


장자는 인생은 한바탕 잘 놀다가는 놀이터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삶의 의미를 추구하고 살아가는 것도 중요하고, 향락적으로 즐기면 살아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갔다고 생각하며 후회하지 않는 인생이라면 아마 최고의 인생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도 남은 시간은 어떻게 하면 한 우물을 잘 파서 수맥을 찾을 있을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한 우물을 파면서 잘 놀다 후회 없이 갈 수 있는지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이제 1m 광맥의 교훈을 되새김질하면서 한 우물 전략을 진지하게 세워보고 실천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 우물에서 수맥이 발견되어 물이 콸콸 나와 한바탕 질펀하게 놀다 갈 수 있는 물 놀이터가 되면 더욱 좋겠습니다.



백예린 (Yerin Baek) '한계' Lyric Vid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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