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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틱 Feb 25. 2021

가난과 결핍의 심리학

가난에는 대가가 따른다!

지금 가난하다는 것은 나중에 더 가난해지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 당장 치약 칫솔을 살 돈이 없는가? 그럼 내년에는 임플란트 비용을 청구받을 것이다. 지금 당장 새 매트리스를 살 돈이 없는가? 그럼 내년에는 척추 수술을 받게 될 것이다. 지금 당장 그 혹을 검사받을 비용이 없는가? 그럼 내년에는 3기 암 치료비를 내게 될 것이다. 가난에는 이자가 붙는다. -Tay Zonday-


누구나 동일한 하루 24시간을 살아간다. 글쎄, 대중교통을 사용하세요? 그럼 당신의 24시간은 개인 제트기를 가진 사람의 24시간과 같지 않다. 직접 요리하고, 청소하고, 아이를 키우는가? 그렇다면 당신의 24시간은 입주 가정부를 둔 사람의 24시간과 같지 않다. 모두가 동등한 24시간을 가졌다는 개소리 좀 집어치워라. -Shailja Patel-


가수인 테이 존데이(Tay Zonday)와 케냐 시인이자 운동가인 샤일자 파텔(Shailja Patel)이 트위터에 남긴 메시지가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한마디로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지 않고, 가난에는 이자가 붙는다는 내용이다. 가난에 이자가 붙는다는 말은 훗날 대가를 치른다는 말로 이해하면 쉽다. 가난에 대한 두려운 것은 바로 가난이 초래하는 기회비용들 때문이다. 가난하기 때문에 원하는 교육을 받지 못하고, 가난하기 때문에 쉬지 않고 일을 해야 한다. 가난하기 때문에 자기 관리나 다이어트는 꿈도 못 꾼다. 몸은 점점 살찌고, 자존감을 갉아먹는 불평등의 악순환은 되풀이 된다. 이렇게 가난한 사람들의 시간은 고되고, 가난에는 비용이 들고 이자가 붙게 되는 것이다.



신라호텔의 예식비용은 하객 1인당 25만 원이 넘는다. 할인을 해줘도 결혼 비용은 1억을 훌쩍 넘는 것이다. 축의금도 10만 원이 기본이 되었다. BMW5 시리즈는 미국만큼 잘 팔리고, 벤츠 E클래스는 독일보다도 더 많이 팔린다. 백화점의 명품 매출은 신장률이 가파르고, 주가와 부동산은 연일 최고 기록을 경신 중이다. IMF 이후 최고 실업률과 최저 취업률을 동시에 기록하면서 실물 경기는 최악의 상태로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 블루로 우울한 감정은 커지고, 코로나 레드로 분노의 감정이 확산되면서 빈부 격차도 더욱 벌어지고 있다. 건물주도 힘들고, 다주택자도 힘들고, 임차인도 힘든 시대가 되었다. 돈 있는 사람에게는 세금이 이제 큰 골칫거리로 부상했고, 가난한 사람들은 신용불량자가 생기면서 이자 부담이 늘고, 연체 이자까지 쌓이게 되었다. 빈익빈, 부익부! 빈부의 격차가 심해진 것이다.


한번 가난해지면 좀처럼 벗어나기 힘든 시대가 되었다. 가난한 사람은 물질적 가난보다는 정신적, 시간적으로 가난한 사람을 말한다. 《죽음의 수용소를》의 저자이자 정신의학자인 빅터 프랭클은 '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공간이 있다. 그 공간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우리의 삶이 결정된다'라는 말을 그의 저서에서 언급했다. 자극은 선택할 수 없지만 반응은 우리의 자유의지로 선택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인간은 살면서 자기 주도적으로 삶의 환경과 태도를 만들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빌 게이츠는 '가난하게 태어난 것은 당신의 잘못이 아니지만, 가난하게 죽는 것은 당신 책임이다'라고 말했다. 가난을 물려주지 않으려는 결핍의 고통은 가난을 벗어나게 하는 동기와 자극제가 될 수 있다. 결핍은 깨달음과 각성을 일깨우는 중요한 동인이기 때문이다. 




자수성가한 부자들을 인터뷰하면 대부분 어릴 적 겪었던 가난과 결핍에서 부를 일구겠다는 결심을 다졌다고 한다. '없는 것을 의미하는 부정적인 의미의 결핍''채워야 할 무언가를 느끼는 긍정적 결핍'은 삶의 태도에서도 많은 차이가 난다. 이처럼 우리가 평소 결핍을 경험하게 될 경우 직접적으로 결핍에 의해 많은 영향을 받는다. 센딜 멀레이너선(Sendhil Mullainathan)과 엘다 샤퍼(Eldar Shafir)가 지은 《결핍의 경제학》이라는 책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 부족할수록 마음이 더 끌리고, 결핍이 삶의 사고방식을 지배한다고 말하고 있다.


시험이 닥치면 우리는 통상 벼락공부를 한다. 딱 하루가 더 주어지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벼락치기 공부는 생각보다 효과가 좋다. 월급날이 며칠 남지 않고 수중에 돈이 거의 없으면 초절약 모드로 들어간다. 이렇게 살면 금세 부자가 되겠지만 다시 월급이 들어오면 보상심리가 작동해 소비 모드로 바뀐다. 


다이어트를 위해 오랫동안 초식 생활을 했다면 굶주림에 익숙해진다. 기름진 음식을 조금만 먹더라도 만족감이 극대화된다. 사막에 버려져 며칠간 물을 먹지 못해 혀가 갈라졌다가도 입에 물이 들어가는 순간 행복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오로지 정신을 집중할 수밖에 없는 절박한 심정이야말로 결핍을 극복하게 하는 원동력인 것이다.



사람들은 결핍의 상태에 들어가면 거기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에너지가 모아지고, 다른 문제들은 고려대상에서 제외된다. 시야는 극도로 좁아지면서 터널 시야(tunnel vision)가 만들어진다. 터널에서는 주변 시야가 보이지 않고 좁아지는 것처럼 눈앞의 상황에만 집중하느라 주변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거나 파악하는 능력은 떨어지게 된다. 


하지만 집중력이 높아지는 상태가 된다. 터널시야처럼 과소한 주의는 시계 결핍으로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지만 적정한 수준의 주의 강도는 오히려 창의성을 높여주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결핍의 자극이 강할수록 결핍이 원동력과 동기부여가 되어 그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커지고 환경이 구축되는 것이다. 


<부의 추월차선>의 저자인 엠제이 드마코는 무언가를 이루고자 하는 사람들의 첫 번째 특징은 결핍으로 목말라하던 사림들이었다고 말했다. '삶이 너무 찌질해. 이대로 못 살겠다'라는 이유로 현 상황을 벗어나고 싶어 하는 결핍이 생기기 시작하는 것이다. 결핍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들의 긍정적 태도 중 한 가지는 자신들이 어려울 때 어떤 결핍을 느꼈는지에 따라 미래에 자신이 달라지고 나아질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레드오션의 경쟁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은 바로 아무것도 가진 게 없었기 때문에 스펀치처럼 물을 흡수하듯이 무조건 배우고 또 배우게 된다. 그리고 타인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끊임없이 채우는 과정을 통해서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누구나 인생에 한 번은 고수를 만난다. 그러나 고수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결핍을 느껴야 하며, 마음을 비워서 배우는 사람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그런데 조금만 알게 되면 안분 자족하거나 자신이 고수라고 착각하게 된다. 이렇듯 결핍이 사라지면 배움도, 나아지려는 의지도 사라지게 된다.




하지만 결핍이 일상화된 사람들에게 결핍은 오히려 독이 되기도 한다. 가난의 굴레가 반복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부자는 어떻게 하면 불필요한 것을 빼고 좀 더 효율적으로 가성비 높은 공간을 만들 것인지 고민한다. 부족한 곳이 없다고 느껴질 정도로 꽉 차 있다면 재물운도 결핍의 공간에 머물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결핍을 느낀다. 결핍의 아픔을 가졌다. 그 결핍은 어떻게 보면 매우 아프고, 슬프고, 감추고 싶은 그런 결핍일 수도 있다. 그래서 결핍이라는 조심스러운 동력을 잘 활용해야 한다. 잘 활용하는 사람에게 결핍은 축복과도 같다. 또한 사람은 자신의 결핍으로 인해 타인의 결핍에도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어릴 때 보육원에서 자란 아이는 커서 자신처럼 어렵게 자란 아이들에게 많은 관심을 가질 것이다. 어렵게 자라 독학해서 성공한 사람은 장학재단을 만들 것이다. 다리가 불편한 사람은 자라서 의공학자가 되어 보조기구를 만들 것이다. 삶이 어딘지 모르게 완벽하지 않고 결핍된 느낌은 같은 아픔을 가진 이들과 공감하고 그들과의 연결점을 만들어준다.




적당한 결핍은 건강한 결핍이다. 결핍을 통해 우리는 겸손과 너그러움을 배우고, 다른 사람의 아픔과 상처를 이해하게 된다. 결핍이 없으면 감사함도 없고, 모든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게 된다. 결핍에서 또한 소통과 공감능력을 만들어낸다. 결핍을 잘 이해하고, 통제하고, 더 나은 미래로 연결하는 사람들은 넓은 시야가 생기고, 부정적인 생각들을 밖으로 흘려보낼 수가 있다. 공동체도 풍성해진다. 결핍은 자극과 동기부여를 통해 성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결핍은 다른 사람에 비해 뒤떨어졌거나 능력이 없다고 생각하는 열등감과는 확연히 다르다. 열등감의 기준은 절대적인 것보다는 상대적이다. 미흡하다는 것은 어떤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며, 열등감에 관해서 그 기준은 사회의 평균이 된다. 사실 재벌만큼 돈이 없어 생기는 열등감은 거의 없다. 하지만 사회적 평균 지점에 도달하지 못하면 열등감이 생긴다. 열등감은 평균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사회적 평균은 생각보다 엄격하다. 이상 없는 건강, 안정적인 생계를 꾸릴 수 있는 경제력, 관심을 어느 정도 끌 수 있는 외모, 동류 집단으로부터 무시받지 않을 만큼의 자산과 차량, 자녀들의 성적 등이 바로 사회적 평균이다.




처음부터 모든 것을 다 갖추고 태어나 그늘 없이 자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바로 결핍의 유무의 차이이다. 누구에게나 삶은 공평하지 않다. 결핍이 없는 사람은 없다. 숨길 필요도 부끄러워할 필요도 없다. 결핍은 부를 만들기 위한 가장 원초적인 감정상태이기 때문에 우리는 결핍을 통해 부족하게 느끼는 것이 아닌 더 나은 미래를 채우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결핍을 원동력이나 동기부여로 잘 활용하거나 극복하면 미래의 윤택한 삶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핍은 성장에 옷을 입힌다. 일상의 삶에서 결핍이 느껴진다면 우리는 성장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한 결핍을 느낀다면 여러분들은 행동을 통해 긍정적인 성과를 만들도록 에너지를 집중해야 한다. 재테크든, 공부든, 일이든, 봉사든, 사랑이든 결핍의 빈자리를 풍요와 가치로 조금씩 채워나가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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