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스틱 Feb 25. 2021

실패의 향연(饗宴)

실패한 루저들의 페스티벌

아래의 글은 아주대 심리학과 김경일 교수가 강의한 내용을 참조해 정리한 것이다. 내용이 많이 유익하고, 삶의 지혜를 확장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 간략하게 소개하겠다.




데믹 이후 성공과 실패! 당신은 어느 쪽에 가까워졌는가? 당연히 실패와 좌절 쪽으로 가까워졌을 것이다. 데믹이라는 이슈와 맞물려 실패라는 단어가 올해처럼 뼈저리게 느껴지는 경우는 흔치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실패한 사람들이 만든 책은 잘 읽지 않는다. 위인전은 많지만 실패한 루저들(losers)을 기록한 책들은 거의 없다. 서점에 가도 성공 스토리는 많지만 실패 스토리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SNS를 보더라도 이런 경향은 뚜렷하게 나타난다. 주로 성공을 과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성공이란 단어로 구글 검색을 하면 1,660백만 건의 자료가 검색이 되지만 실패로 검색하면 그 절반도 안 되는 487백만 건이 검색된다. 뉴욕타임스를 봐도 성공에 대한 기사가 실패에 대한 기사보다 거의 두배 이상이 많다. 승자와 패자가 갈리는 스포츠 섹션에서도 승리 위주의 보도 경향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인생을 살다 보면 성공보다는 실패가 우리 삶에 더 가까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실패담을 통해 무언가를 배우려고 하지 않는다. 우리는 실패의 역사를 만든 누군가에 대해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거나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멀어졌다고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그 사람은 정말 멀어진 것일까? 아니면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밀어낸 것은 아닐까?




'우리들이 실패로부터 배우려고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제대로 꼬집어 내는 연구가 있다. 시카고대 부스 경영대학원 아옐렛 피시 바흐 교수 연구진이 진행한 영국의 온라인 플랫폼인 프롤리픽(prolific)에서 100명의 실험 참가자들을 모집해서 실시간 미스터리 상자 실험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에게는 3종류의 상자를 보여주었다. 첫 번째 상자는 80 센트를 얻을 수 있고, 두 번째 상자는 20 센터를 얻을 수 있지만 마지막 상자는 오히려 1센트를 잃게 된다. 참가자들에게는 세 가지 상자를 보여주고 이 중에서 두 가지를 고를 수 있다고 얘기한다. 


실험의 목적을 위해서 80센트를 얻는 상자는 절대 선택하지 못하도록 사전 실험 설계가 되어 있다. 일종의 몰래카메라 실험인 것이다. 참가자가 어떤 상자를 선택하든 20센트를 얻든지 아니면 1센트를 내놓아야 한다. 답은 정해진 것이다. 그리고 참가자들에게는 다음 참가자를 위해 자기가 고른 2개의 상자 중 한 개의 상자 위치를 알릴 수 있도록 하였다.


그러면 다음 참가자를 위해서 어떤 상자의 위치를 알려주었을까? 최선의 선택은 1센트를 잃는 상자의 위치를 알려주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1센트를 잃는 위험 선택을 피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20센트를 얻는 상자 위치를 다음 참여자들에게 알려주었다. 이 연구진은 다음 참가자들에게 잘 알려주는 조건으로
인센티브를 추가로 지급하겠다는 제안을 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1센트를 잃는 상자의 위치를 잘 알려주지 않았다. 여전히 20센트를 얻은 성공적인 상자의 위치를 공유한 것이다.


그래서 다음 참가자들에게 앞선 참가자가 어떤 상자의 위치를 알려주길 원하냐고 물었더니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역시 "앞선 참가자가 20센트의 위치를 알려주는 것이 좋겠다"는 답변을 했다. 즉 모든 참가자들은 20센트를 얻었던 '성공한 상자'의 위치를 알려주길 원했던 것이다. 1센트를 잃는 상자 위치를 알려주는 것이 훨씬 많은 이득을 주는데도 말이다. 


20센트를 얻거나 80센트를 얻는 것은 성공이지만 1 센트를 잃는 것은 실패다. 우리는 실패를 알려주기도 싫어하지만 나 자신도 실패한 사람들의 실패담을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실패사례에 귀를 기울여야 더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다.



2차 세계대전 때 영국 공군은 무사히 귀환한 비행기의 총탄 구멍이 어디에서 날아온 지를 열심히 관찰한 후 그곳을 열심히 보완했다고 한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비행기들을 그곳에 총탄을 맞고도 무사히 귀환한 것이다. 엄밀하게 말하면 그곳은 오히려 보완이 필요한 곳들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래서 격추된 비행기의 잔해를 찬찬히 살펴보니 치명적인 약점이 어디인지를 그제야 발견하고 그곳을 보완해 생환율을 높였다고 한다. 이렇게 실패를 찾아봐야 우리는 그것을 개선할 수 있다. 그런데 실험의 결과는 반대로 사람들이 실패로부터 배우지 않으려는 경향이 크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하면 실패라는 부정적인 이야기를 통해 더욱 나은 삶을 만들 수 있을까? 있는 그대로 실패를 보여주는 것보다는 실패를 잘 수용할 수 있도록 가공하고 꾸며서 사람들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 또한 실패를 통해 배우는 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매년 기업들은 그 해의 가장 큰 실패를 축하하는 자리를 연말 축제처럼 만들 필요가 있다. 성공보다는 오로지 실패에만 초점을 두고 얘기해야 한다.


물론 분위기는 축제여야 한다. 이 정도는 되어야 실패사례를 공유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된다. 우리나라에는 실패 박람회가 매년 진행된다. 실패의 경험을 나누고 멋진 실패를 한 팀을 응원하는 행사다. 어떻게 하면 성공을 할까요? 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실패를 할 수 있을까요?를 질문해야 한다. 이번에는 반드시 실패할 것이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실패할 것이다. 확실히 실패할 수 있는 방법을 10가지 찾아보아야 한다. 실패의 방법을 찾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성공의 방법을 찾을 수 있게 된다.




뛰어난 바둑기사는 대국이 아닌 복기에서 결정이 난다고 한다. 비록 원치 않는 결과가 나왔더라도 상심하지 말고 잘 기록해 두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큰 실패가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뜸 들이거나 기다리지 말고 지금 당장 검색을 해보자. 큰 실패는 기록에 오래 남지 않기 때문이다. 서버가 사라지고 기사도 쉽게 링크에서 없어진다. 실패 사례를 즉시 찾아보는 이런 습관은 성공의 위한 좋은 태도이며 소중한 데이터 베이스를 만드는 습관이다.


나의 실패가 오늘의 나에겐 속 쓰리고 속상한 일일지라도 자세히 기록해 놓는다면 향후 반드시 성과의 기폭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의 뛰어난 업적들도 궁극적으로는 지난 실패들을 제대로 보완하고 업데이트한 과정상의 누적된 결과물이다. 인간은 실패의 기록에서부터 성장해왔다. 어떤 일을 잘 해내고 싶은가? 그럼 성공한 사람들을 찾아가기보다는 오히려 쓰라리게 실패한 사람들을 찾아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실패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은 후 비웃고 조롱하고 처벌하는 문화는 좋지 못한 사회적 분위기를 형성하게 된다. 실패를 과감히 드러내고 소중한 경험으로 공유한다면 실패를 나누는 사람은 더 성장하고, 그것을 공유받는 타인들 또한 더 효율적으로 삶을 살 수 있게 될 것이다. 샤하르의 명언 중 이런 말들이 있다. "실패하는 법을 배워라. 아니면 실패할 것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