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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틱 Feb 25. 2021

Be quiet! 내성적 성격의 반란

여태껏 알고 있는 모든 상식을 뒤엎는 수전 케인의 책 <Quiet>

세상은 외향적인 사람을 원한다


평소 직장생활을 하면서 나는 항상 외향적인 사람이 되려고 노력했다. 외향적 성격을 가졌다는 것은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직장생활에서 여러모로 유리한 위치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단체생활을 하면서 의식적으로 항상 긍정적이고 적극적이어야 한다는 말을 들으면서 자라왔다. 그게 세상을 잘 사는 길이라고 굳게 믿으면서 말이다. 


하지만 난 《Quiet》의 저자인 수전 케인의 책과 유튜브 강연을 보면서 이진에 내가 가진 생각과 신념들이 조작되고 잘못된 것임을 소심하게 깨달을 수 있었다. 그의 말로는 세상을 바꾸고 혁신하는 많은 사람들이 바로 내향적인 사람들이었다는 말을 들으면서 다시 한번 확신할 수 있었다. 평소 내성적이라고 고민하는 분들이 있다면 이 글을 읽으면 좋겠다. 생각의 프레임을 바꿀 수도 있을 것이다. 


어릴 적 책벌레였고, 수줍음이 많았던 수전 케인(Susan Cain)은 커서 변호사가 되었지만 자신의 내성적인 성격이 직업의 걸림돌이라고 생각해 내향성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다. 오랜 연구 결과 내향적인 사람들의 능력을 보여주는 '시끄러운 세상에서 조용히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라는 부제의 책 《Quiet》를 출간하게 되었다. 


통계에 따르면 미국 사람의 절반 또는 3/1 이상이 내성적인 사람이라고 한다. 미국처럼 외향적인 나라에서 내성적인 사람이 이렇게 많은 것을 보면 다른 나라에서는 이 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내성적인 사람일 것이라 추정할 수 있다. 이런 통계가 이례적인 것은 생각보다 우리 주변에 내성적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이다. 


그만큼 '외향적인 척'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외향적인 척하는 이유는 사회가 외향적인 사람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사회에서는 말 잘하고, 카리스마가 넘치고, 스포트라이트 받기를 좋아하는 사람을 이상적인 사람으로 간주한다. 물론 외향적인 사람이 매력적인 사람이긴 하지만 말이다. 




현대사회는 외향적인 성향을 꼭 가져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하는 억압적인 기준을 강요하고 있다. 반면 내향성은 별로 좋지 않은 성향으로 간주하면서 자기 계발과 그와 관련된 교육을 받아야만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하지만 외향적인 성격과 내향적인 성격은 어느 성격이 우월하거나, 어느 성격이 열등한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둘 중 어느 것이 이상적인 것인지는 규정할 수 없다. 참고로 아기 때 민감한 반응을 하면 자라면서 내향성이 될 확률이 높고, 둔감하다면 자라면서 외향성이 될 확률이 높다고 한다. 편도체가 반응에 빨리 반응할 수도록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동공이 확장되고, 더 긴장하기 때문이다. 이런 새롭고 자극적인 것을 경험할 때 아이들은 더 신경 쓰고 거슬리게 되는 내향적 성격이 되는 것이다.




집단 무의식의 개념으로 심리학의 새로운 장을 개척한 스위스의 정신과 의사인 칼 융은 다음과 같이 내향성과 외향성을 정의하고 있다. 


내향적인 사람은 생각과 감정이라는 내면적인 것에 이끌리고, 외향적인 사람은 사람과 활동이라는 외부적인 초점을 둔다. 내향적인 사람은 사건들의 의미에 집중하는 반면 외향적인 사람은 사건 자체에 빠진다. 내향적인 사람은 혼자 지낼 때 자신의 에너지를 충전하는 반면 외향적인 사람은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에너지를 충전을 한다. 


내향적인 사람들은 갈등을 피하려고 하는 반면 외향적인 사람들은 정면으로 부딪히려고 하며, 솔직하고 심지어 따지기 좋아하는 방식으로 싸움을 벌이는데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고 한다. 부부 싸움과 갈등에도 많이 나타나는 유형으로 이런 성향을 좀 더 이해한다면 지혜롭게 상황을 대처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내향적인 사람들은 우호적인 상황에서 만난 사람들을 좋아하는 반면 외향적인 사람들은 자기와 경쟁하는 사람들을 더 좋아한다. 내향적인 사람은 행동하기 전에 사색하고, 정보를 철저히 소화하고, 쉽게 포기하지 않는 반면 외향적인 사람은 빠르고 간편한 접근법을 선택해서 정확도와 속도를 맞바꾸며, 도중 실수가 많으면 포기하는 경향도 높다. 


주의를 기울이는 방식도 내향적인 사람은 가만히 않아서 이것저것 생각하고 상상도 하고, 과거의 일을 회상하기도 하고, 미래의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반면 외향적인 사람은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좀 더 초점을 맞추면서 '현재 상태'를 보는 경향이 크다. 


결론적으로 내향적인 사람은 좀 더 사색적이며, 명상을 즐기며, 업무를 꾸준하게 하며 무작정 달려들기보다는 차분히 고려한다. 내향적인 사람은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지기보다는 부드러운 리더십을 가진다. 사람들의 의견을 잘 경청하고, 혼자 있을 때 일에 더 집중하는 경향이 높다. 이렇게 내향적인 성향은 상황에 따라 장점이 많다.




내향적인 사람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외향적인 가면을 쓰고 프레젠테이션을 멋지게 해내고, 조직 내 리더십도 잘 발휘하고, 파티에 가서 사람들과 잘 어울리기도 한다. 한마디로 면접 시, 소개팅 자리에서, 새로운 사람과 만날 때 외향적인 사람인 것처럼 멋지게 해낼 수 있다는 뜻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행위를 '자유 특성'이라고 말하는데 자신에게 핵심이 되는 프로젝트에 한해서 일부 기간 동안 자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 자기가 아끼는 사람, 혹은 다른 귀중한 것을 위해 성격에서 벗어난 외향적인 사람처럼 행동을 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자연스러운 행동이다. 목적을 위해 잠시 내 성격을 벗어난 행동을 하는 것도 자유 특성인 것이다.



자기만의 핵심 프로젝트에 몰두할 때 우리 삶은 극적으로 향상된다고 한다. 필요할 때 현명하게 활용해야 할 기술 중 하나다. 어릴 때 무엇을 좋아했는지 회상하는 것, 자신이 좋아하고 끌리는 일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 등은 내향적인 사람들이 자신들의 핵심 프로젝트를 찾기 위해 필요한 방법이다. 


그러나 내향적인 사람들이 주의해야 할 것은 가면을 무리하게 착용하는 것이다. 외향적인 성향이 사회에서 선호되자 외향성의 프레임에 자신을 무리하게 끼워 맞추는 사람이 늘고 있다. 자유 특성을 넘어서 자신의 본질인 내향적인 성격까지 거부하는 행동은 결국 자신의 삶을 불행하게 만들며, 심지어 정신적, 신체적 건강까지도 해칠 수도 있다. 우리가 감정을 바꾸려고 노력할 때 발생하는 감정 노동은 스트레스, 탈진, 심지어 심혈관 질환 같은 증상과도 연결되며, 세상을 좀 더 부정적인 관점으로 바라보게 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돌이켜 보면 나도 그랬던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난 이후에야 나는 그간 세상에서 요구하는 바람직한 외향성의 틀에 맞추어 열심히 가면을 쓰고 살아왔다는 것을 절실하게 깨닫게 되었다. 나의 이런 내향성에 관한 이야기를 주변에 털어놓았더니 아무도 이해하는 사람들이 없었다. 타인이 볼 때 강한 업무 추진력, 프레젠테이션 능력, 대인관계, 언변력, 주도적인 술자리 등에서 비친 나의 모습은 누가 봐도 전형적으로 외향적인 특성을 가진 유형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의 내용에 나오는 것처럼 나 또한 어릴 때부터 혼자 있는 걸 좋아했고, 새로운 사람과 만나는 것을 꺼려했고, 특히 발표하거나 리더로 선출되어 타인 앞에서 노출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성격이었다. 성인이 되어서도 가장 좋아하는 일이 혼자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는 것이었다. 


하지만 내가 종사하는 직업 특성상 많은 사람들과 만나서 관계를 맺어야 하고, 고객의 불만을 처리하고, 앞에 나가서 발표하거나 말을 하는 등 나를 노출해야 하는 경우가 매우 많았다. 그래서인지 유독 난 앞에서 말한 그런 상황에서 매우 민감했고, 스트레스를 받은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나는 점점 혼자만의 동굴에 들어가길 원했고, 그 속에서 책을 읽거나 혼자만의 생각에 몰두했던 것 같다. 


또한 리더가 되어서도 이런 성격은 대인관계에서도 영향을 미쳤다. 휴가 기간에는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어도 상대방에게 민폐를 끼칠까 내가 먼저 연락하거나 만나자고 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행여 약속이 잡히더라도 상대방이 불편해하지 않는지, 그리고 사전 약속은 없었는지 세심하게 살피곤 했다. 


하지만 이젠 나도 어느덧 직장에서 임원의 자리에 오르고 나니 예전만큼 억지로 외향성의 가면을 쓰고 살지 않아도 되는 것 같아 이 점이 매우 마음에 든다. 불필요한 모임이나 술자리에 억지로 가지 않아도 되고, 내가 굳이 그런 자리를 주최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타인과의 관계 맺기가 쉽지는 않다. 




만약 내성적 성격으로 스트레스가 많을 때는 '회복 환경'에 들어가야 한다. 공원 같은 물리적인 장소도 될 수 있고, 커피숍에서 따뜻한 커피 한잔도 될 수 있다. '회복 환경'이란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을 때 가는 장소'를 말한다. 개인 사무실의 경우 문을 닫는 것도, 주말에는 약속을 잡지 않는 것도 바로 이런 회복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외향적인 사람들의 경우 반대로 회복 환경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거나 이야기를 하거나, 새로운 곳을 여행하거나, 남들로부터 관심을 받는 행동을 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 


나 같은 경우 회복 환경은 나만의 공간에 들어가 혼자서 좋아하는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는 것이다. 누구든 가장 편하게 지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나는 내성적인 사람들에게 굳이 애써 외향적인 사람이 되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고 싶다. 


원하는 대로 혼자 있어도 좋고, 마음껏 내향적이어도 좋다.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하고 싶은 대로 살면 된다. 술자리에 참석하고, 불필요한 사람들을 만나고, 나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행동을 해야 유능하고 가치가 있는 사람은 아닌 것이다. 


혼자만의 시간에 빠져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은 매우 의미 있고 가치 있는 행위이다. 내향성은 그 자체로 매우 좋은 성향이다. 현대처럼 비대면이 증가하는 사회환경 속에서는 오히려 내향성의 장점이 부각되고 있다.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 혼자서 주어진 과업을 성실하게 해내는 것, 잘 모르는 생소한 사람들보다 가까운 친구나 가족에게 좋은 시간을 만들어 함께 하고, 자기 의견을 적극적으로 주장하기보다는 의견을 경청하고 차분하게 정보를 정리하는 것은 요즘 같은 시대에서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말보다는 조용하고 성실한 태도를 자신을 표현하고, 조용하지만 단호한 태도의 세계관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 내성적이라서 괜찮은 것이 아니라 내성적이어서 더 괜찮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앞으로는 외향성을 가진 사람들을 부러워할 필요 없다. 애써 외향성의 가면을 쓸 필요 없이 자신에게 맞는 삶의 방식과 프레임을 만들어 가면 된다. 내성적인 사람이여 더 내성적이어도 되니 자신감을 가지고 살자!!!




TED 강연에서 <Quiet>의 저자 수전 케인의 명강의 유튜브이다. 삶의 많은 이니셔티브(initiative)와 인사이트(insight)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https://youtu.be/c0KYU2j0TM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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