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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틱 Feb 25. 2021

나쁜 남자의 재발견

약하고 무능함을 착함으로 연기하지 마라

영화 <나쁜 남자>는 내 인생에 아주 강렬하게 남아있는 영화 중 하나다. 주인공 한기는 창녀촌에서 일하는 양아치다. 길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친 순진한 여대생 선화에게 욕정을 느껴 갑자기 기습키스를 한다. 키스 장면은 너무 리얼해서 보는 사람들조차 실제 기분이 나쁠 정도다. 강제 키스 후 선화가 뱉은 침에 모욕감을 느끼고, 그녀를 창녀로 만든다. 


반항적이던 선화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한기에게 길들여지고, 한기를 사랑하게 된다. 마지막 장면에는 트럭을 모는 한기와 전국을 돌며 몸을 판다는 스토리다. 영화를 보는 내내 불쾌함을 떨칠 수가 없었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이 영화를 찍은 여주인공 서원은 촬영 기간 두 달이 인생에서 가장 지옥이었고, 영화 촬영 이후 해외 어학연수를 떠나고 난 이후에는 다시는 배우 생활을 하지 않았다고 전한다.


많은 여자들이 나쁜 남자에게 끌린다고 한다. 옴므 파탈(homme fatale)의 매력을 말하는 것이다. 정작 나쁜 남자들과 연애를 한 여성들 대부분은 주변 사람들에게는 나쁜 남자와 사귀는 것을 말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처음에는 상당히 이성적으로 매력적이지만 실제로 사귄 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그냥 나쁜 남자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이성과 만날 때, 나쁜 남자들의 행동은 여성이 생각한 것과 상당히 다른 경우가 많아서 여성들은 '이건 뭐지?'라고 생각이 들 때가 많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의외성은 상대방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든다. 자기만의 성향과 개성이 뚜렷한 것도, 자기 위주의 생각과 자기애가 강한 것마저도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이다. 영화 <타짜>를 보면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고니를 보고 정마담이 혼잣말로 "이 남자 가지고 싶다"라고 얘기하는 장면이 나온다. 나쁜 남자의 매력이 이 말에 다 포함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연애는 나쁜 남자와 하고 싶은데 결혼은 모두 착한 남자와 하려고 한다. 나쁜 남자와 연애하는 것이 힘들어서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인간의 뇌는 누구나 수동적일 때 편안함을 느낀다. 몸무게의 2%밖에 되지 않는 뇌가 몸 전체 에너지의 25%을 쓰기 때문에 생존 차원에서 뇌는 가급적 선택이나 의사결정 등과 같은 능동적인 일을 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누군가 나 대신 선택하고 의사결정을 해주길 바라는 것이다. 만약 여러분이 세제를 사러 갔는데 60가지 종류의 세제가 마트 매대에 진열이 되어 있다고 가정하면 여러분은 공황상태에 빠질 것이다. 구색이 많은 대형마트보다 구색이 1~2개지만 확실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창고형 할인점이 최근 인기가 더 올라가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여러분이 점집을 찾을 때 점쟁이들 대부분은 이런 손님들의 속성을 이해하고, 보통 "동쪽으로 가! 귀인을 만날 거야!"라고 단정적으로 말을 던진다. 이런 단정적인 말투는 수동적인 사람들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갖게 해 주고, 방향성을 찾게 해 준다. 결국은 동쪽으로 가다 보면 어떻게든 귀인(?)을 만나게 되고 점장이의 명성은 더욱 커지게 된다. 


나쁜 남자는 바로 이런 수동적인 여성의 마음을 더 잘 건드리고 움직이게 한다. 의외로 여성들은 데이트를 할 때 남성들이 여러 가지 데이트 옵션을 말하며 선택하라고 할 때 상당히 지질함을 느낀다고 한다. 한마디로 여성을 리딩 하는 남성을 원하는 것이다. 물론 남성들도 나쁜 여성들을 좋아한다. 다만 나쁜 여성들은 주변에서 찾기는 쉽지 않다.


"오빠는 너무 착해, 오빠는 남자로 느껴지지 않아", "미안해, 요즘 내가 바쁜 일이 있어서 사귈 마음의 여유가 없는 것 같아", "우리 그냥 친구로 지내면 안 될까"라는 말을 사귀고 싶은 여성에게 들었다면 여러분은 이성적으로 매력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한민국의 많은 여성들이 이런 말들을 자주 한다. "나는 남자 외모 안 봐요. 성격만 좋으면 돼요", "나는 착한 남자를 좋아해요"라고 말을 하는 대부분의 인기 여성 연예인들이 자신이 내뱉은 말과 달리 잘생긴 남자 연예인들과 결혼한 것도 바로 같은 심리이다.


영화 <킹스맨>의 한 장면


여성들은 얼굴도 돈도 안 본다고 정작 말은 하지만 실제로는 다 돈 많고, 잘생긴 남자들을 만나기를 원한다. 그럼 여성들은 정말 거짓말쟁이인가? 그렇지 않다. '착하다'는 말의 뜻을 남성들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여성들은 자상하고 자기를 잘 챙겨주는 남자들을 좋아한다. 


그럼 나쁜 남자를 좋아한다는 의미는 무엇인가? 여성들이 말하는 나쁜 남자는 자기에게 '싹수없고, 못되게 구는' 그런 남자가 아니다. 여성들의 심장을 쫄깃쫄깃하게 만드는 '하트 어택(heart attack)'하는 그런 매력적인 남자를 말한다.


반면에 착한 남자들은 여성들의 심장을 쫄깃쫄깃하게 하지 못하고, 저혈압으로 만들고, 혈당을 떨어뜨려 어떤 감정적인 영향력도 주지 못한다. 이런 연애의 악순환 고리는 반복된다. 대부분의 착한 남자들이 알고 있는 착함은 '노예근성'이다. 옛날 노예들은 자기들이 노예인 줄 아는데 현대판 노예들은 자기가 노예인 줄을 모르는 것처럼 말이다. 연애만 하면 항상 여성에게 질질 끌려다니는 그런 착한 남성들은 옛날 '노예근성'을 버려야 한다.




내가 볼 때 잘생긴 남자들이나 금수저들은 노예근성 자체가 아예 없다. 하나같이 요즘 엄친아처럼 모두 자신감 있고 여유가 넘칠 뿐만 아니라 자상하고 젠틀하기까지 하다. 노예근성을 가진 착한 사람들과 어떤 것들이 다를까? 관찰해 보니 착한 사람들은 자신의 나약함과 무능함을 착함으로 포장을 한다. 약해서 다치기 싫으니깐 착함을 연기하고, 무능력해서 사람들과의 사회적 관계가 깨질까 봐 착함을 연기하는 것이다. 현실은 약하고 무능력한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나쁜 남자는 매력적인 남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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