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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틱 Mar 01. 2021

삼시세끼 자급자족 프로젝트!

작소은(작지만 소박한 은퇴계획)을 소개합니다

오십이 넘다 보니 옛날 같지 않게 자주 잠에서 깨고, 조바심과 걱정이 많아진다. 정년을 보장받지 못하는 사기업의 특성상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조심스럽다. 유능하고, 성과지향적인 선배들이 갑자기 회사를 떠나는 것을 보면서 '나도 곧 저렇게 될 거야'라는 불안감이 항상 도사리고 있었을 것이다. 기대수명은 100세로 늘었지만 퇴직 시점은 더 빨리지는 상황이 이어지다 보니 이젠 은퇴조차 위협을 받는 시대가 되었다.


요즘 젊은 세대에게는 'FIRE족(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이 유행이다. '경제적 자립과 빠른 은퇴를 목표로 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가장 빨리 부자가 되는 법>의 알렉스 베커는 '많은 여전히 사람들이 자신의 '컴포트 존(comfort zone, 안전지대)'에서 벗어나기를 꺼려한다. 그리고는 트래픽 파이터(traffic fighter)가 된다'라고 말했다. 


트래픽 파이터는 '자신의 직장과 삶이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을 말한다. 이들에게 성공은 좋은 대학을 나오고, 좋은 직장에 취직해 일과 저축을 열심히 해서 나이가 들면 은퇴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이 공식대로 살려면 절대로 해고되면 안 되고, 기업이 망하면 안 되고, 자신도 건강해야만 한다. 만약 한 가지라도 잘못되면 바닷가의 모래성처럼 순식간에 무너지게 된다.




<부의 추월차선>에서 엠제이 드마코가 얘기한 '서행 차선'의 삶을 살고 있는 대부분의 오십 대 직장인들에게 'FIRE족'은 그냥 언감생심일 뿐이었다. 파이어족의 핵심은 젊었을 때 모든 가용한 수단을 활용해 부를 일찍 축척하는 것인데 지금 오십 대의 나이에 뭔가를 준비해서 퇴직을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결국 남은 삶은 회사에 저당을 잡힐 수밖에 없고, 불안에 떨면서 해고 통보를 기다리는 수밖에는 없는 것이다. 


파이어족의 핵심은 경제적 부를 조기에 달성해서 시간적 자유를 누리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자의 마인드가 있어야 한다. 바로 시간의 가치가 돈의 가치가 동등하며, 심지어 시간의 가치가 우선한다는 마인드를 말한다. 죽음을 앞둔 재벌에게 시간만큼 가치 있는 것은 세상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부자들은 돈과 시간을 분리한다. 부자들은 노동소득을 통해 부를 창출하기보다는 돈을 버는 시스템 구축에 시간을 쓴다. 이를 '수동적 소득(passive imcome)'이라고 한다. 다른 말로는 '불로 소득'이라고도 한다. 


'트래픽 파이터'로 살거나 '서행 차선'을 달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간을 저당 잡히고 소득을 받는다. 그들 대부분은 퇴직은 아직 멀었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퇴직 후 구체적으로 뭔가를 해야겠다는 계획조차 없는 경우도 많다. '어떻게든 해결되겠지, 안되면 단순 노무직이라도 하면 되겠지'라는 다소 안일한 생각들을 하면서 살고 있다. 


하지만 은퇴 후 국민연금을 받기 전까지는 보릿고개가 이어진다. 매월 일정액의 현금을 버는 것과 얼마 되지 않는 은퇴자금을 쓰는 것은 시간이 갈수록 격차가 커진다. 은퇴 이후 현금 흐름이 끊겨 최저 임금 수준의 일자리를 나가지만 그것조차도 여의치 않다. 남은 여생 동안 마지못해 계속 일만 하다가 결국 사고나 병이 나면 노동을 멈추게 되는 것이다. 후회와 회한만이 남게 된다. 



우리 세대는 '부모를 모시는 마지막 세대이고, 자식에게 버림받는 첫 세대'라고 한다. 직장생활을 할 때 제대로 사치를 부리거나 요즘 세대처럼 '욜로(YOLO)' 생활은 꿈도 꾸지 못했다. 직장생활에서는 신의성실과 희생정신을 배웠고, 빚을 내서 집을 장만하다 보니 장시간 인생을 즐길만한 여유와 여력도 없었다. 하지만 트래픽 파이터로 살아왔던 내게도 퇴직 후 나만의 꿈이 있다. 그건 바로 '최소한의 돈으로 최대한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삼시세끼 자급자족 프로젝트(일명 삼.자.프)'를 수립해서 진행할 계획이다. 


첫 번째는 은퇴 후 '현금 흐름' 만들기이다. 아무리 없이 살아도 최소한의 돈은 필요하기 때문에 '수동적 소득(=불로소득)'을 만들어 놓기로 했다. 그래서 난 얼마 전 신도시 상권에 구분 상가 한 채를 풀(full) 대출로 구매했다. 초기 6개월은 상권이 형성되지 않아서인지 공실로 운영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입점한 업종은 학원이었다. 금액은 크진 않지만 나름 현금 창출이 이루어지고 있다. 


임대업을 하고 싶은 분께 한 가지 조언을 드린다면 첫째, 절대 신도시 상권에 형성된 상가를 구매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상권이 형성되기 전까지 공실로 운영될 확률이 높을 뿐만 아니라 임대 경쟁으로 임대료까지 낮아지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상가의 가치는 임대료에 기반하는데 '렌트 프리(rent free)'기간을 몇 개월 주더라도 임대료는 절대 깎지 말기를 추천한다. 일단 한 가지는 해결되었다. 




두 번째, 지금 살고 있는 도심지 아파트를 처분하고 전원주택으로 이사할 예정이다예전부터 난 자연인을 꿈꿔왔다. 다만 아내의 극심한 저항에 부딪혀 꿈을 현실로 이루긴 어려울 것 같았다. 그래서 나온 타협안이 바로 전원주택이다. 물론 아내는 바로 전원주택에 사는 것은 반대한다. 일 년간 전세로 살다고 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게 붙였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아내의 말이 맞다. 그래서 도심지에 작은 아파트 1채, 전원주택지에 농막 1채를 병행 소유하는 것으로 타협을 봤다. 오도 이촌(五都二村, 오일은 도시 이 일은 촌)을 하게 될 것 같다. 그러다가 정말 괜찮으면 전원주택을 짓는 것으로 말이다. 


이 정도면 충분히 만족한다. 그래서 십 년 전 도심지 인근 읍면지역을 선정해 전원주택지를 구매했다. 예전부터 꿈꿔왔던 곳은 아니지만 그래도 공기도 좋고, 조망도 좋고, 햇볕도 좋은 곳이어서 만족하는 편이다. 농막이라도 최근 별장과 같이 좋은 모델이 많이 나와 있어 그곳에 짓는다면 나름 뽀대가 날 것 같다. 조만간 지금 살고 있는 집을 팔면 조만간 전원주택지에 농막을 지을 예정이다. 


물론 지금 계획으로는 친구들도 불러 바비큐 파이도 하고, 별장처럼 쓸 계획을 가지고 있는데 그건 차후 생각하기로 했다. 그리고 농막과 더불어 작은 텃밭을 운영하고, 주변에는 과실수를 심어 자급자족의 토대를 마련할 예정이다. 봄, 여름, 가을은 텃밭에서 나오는 채소로 충당하면 되고, 과일은 과실수를 통해서 해결하면 식비를 절감할 수 있을 것 같다. 남는 농작물이나 과일은 이웃주민들과 물물교환을 통해 필요한 농작물과 교환할 예정이다. 기회가 되면 양봉과 버섯재배도 해보고 싶다. 닭을 길러 계란 비용도 절감할 예정이다.


세 번째, 연금을 좀 더 보완하기로 했다. 회사 퇴직 연금, 개인연금이 55세부터 순차적으로 지급될 예정이다. 물론 65세에 국민연금도 나오니 그때까지만 버티는 게 퇴직 후 나의 계획이다. 그래서 퇴직을 하게 되면 퇴직금을 IRP 연금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그러면 65세까지 버티는 게 다소 수월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최소한의 목돈은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이다. 혹시 모를 인생의 컨틴전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네 번째, 약초 공부를 체계적으로 할 예정이다. '알면 약초지만 모르면 잡초'라는 말이 있다. 현대의학을 대체할 수 있는 게 바로 약초이다. 아는 사람에게만 보이고, 아는 사람에게만 약효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삼.자.프'를 위해서라도 약초를 공부하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일단은 두꺼운 《산야초 동의보감》이라는 책을 구매해서 읽고 있다. 물론 봐도 모르겠다. 하지만 퇴직 후에는 가까운 문화센터에 등록해서 체계적으로 배울 예정이다. 참고로 동물이 먹을 수 있는 모든 야생초가 산야초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놀랍게도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네 잎 클로버, 개구리 풀 등도 산야초라고 책에는 나와 있다. 산을 오르면 건강도 챙길 수 있고, 산야초도 뜯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가 아닌가?


다섯 번째, 'DIY''낚시'를 배울 계획이다. DIY를 배운 후 필요한 것들을 직접 만든다면 많은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낚시 또한 배운다면 맛있는 회를 자주 공짜로 먹을 수 있을 것이다. 수렵채집의 시대에 낚시는 생존의 기본 활동이었다. 아울러 인류가 육식을 하기 전 단백질 보충을 위해 가장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먹거리 또한 물고기였다. 


그러니 DIY와 낚시 이 두 가지는 삼.자.프를 실행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참고로 내 절친 한 명이 한산도에 자연인처럼 살고 있다. 해병대 출신이고, 낚시에 거의 도가 튼(?) 친구라 은퇴 후 찾아가서 낚시도 배우고, 회 뜨는 것도 그 친구에게 배울 예정이다. 아~~ 빨리 배우러 가고 싶다!


여섯 번째, '술 담그기', '산야초 효소 만들기', '양봉', '버섯재배'도 직접 도전할 예정이다. 술은 번거로워도 직접 담가 먹고 싶다. 나는 막걸리, 아내는 맥주! 둘 다 핸드 메이드의 기쁨이 있을 것 같다. 산야초 효소는 설탕만 있으면 담글 수 있으니 어렵지 않을 것 같다. 특히 주변 과실수에서 먹고 남은 과일과 산에서 채취한 산야초가 재료가 될 것 같다. 양봉과 버섯재배는 아내가 해보고 싶다고 말한 도전 영역이다.


일곱 번째, 봉사활동도 할 예정이다. 여태껏 가족만을 위해 이기적으로 살아왔다면 남은 시간은 이타적인 삶을 살고 싶다. 이전부터 월드비전을 통해 정기적 후원을 해왔고, 사후 장기기증도 신청을 했다. 남은 시간만이라도 내가 가진 재능, 육체를 이용해서 봉사를 할 예정이다. 그래야 죽는 시점에 덜 후회할 것 같다. 


여덟 번째, 퇴직 후 외국이나 국내 타지에서 한 달 살기나 삼 개월 살기를 해 볼 예정이다. 며칠 정도 여행을 한 것으로 현지의 삶을 체험했다고 말하는 건 아닌 것 같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한 달 또는 그 이상 장기 체류를 통해서 제대로 현지 체험을 해보고 싶다. 북유럽처럼 비행기표가 비싼 지역일수록 가성비가 좋을 것으로 판단된다. 국내는 제주도나 울릉도와 같은 섬이 좋을 것 같다. 아니면 내 절친이 살고 있는 한산도도 괜찮다.




거창하고 자신 있게 '자.삼.프'를 말했지만 결과적으로 별 거 없다는 걸 나도 잘 알고 있다. 가끔씩 난 죽음을 생각하면서 현재의 삶을 돌아보곤 한다. 왜냐하면 죽음 앞에선 만인이 평등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 중의 하나가 바로 퇴직 후 '자.삼.프'이다. 그러기 위해서 내게 반드시 던져야 할 질문이 한 가지 있다.


'얼마를 벌면 지금의 고된 생활을 멈출 수 있는가?' 대한 답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질문을 하지 않으면 우리는 죽을 때까지 돈만 벌다가 인생의 종지부를 찍게 될 수 밖에는 없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번 돈 다 못쓰고 죽는다고 한다. 폐지 줍는 가난한 노인들도 돌아가실 때 베개 밑에 돈을 남기신다고 하는 말이 바로 그것이다. 


여태껏 모으고 아끼는데 집중해 왔다면 퇴직 후에는 적은 돈이지만 최대한 행복하게 쓰다가 가야 한다. 아내와도 그렇게 하기로 약속을 했다. 한번 사는 인생인데 '욜로'는 아니더라도 한 번쯤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다가 가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행복의 공식인 강도가 아니라 빈도를 많이 만들기로 결심했다. 내 오랜 염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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