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정보의 홍수시대다! 하루에도 수많은 자극성 기사와 영상들이 무차별적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방송도 지상파, 종편, 개인 유튜브 방송에 이르기까지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넘쳐흐른다. 정보화시대에 우리가 맞닥뜨리는 위험 가운데 한 가지는 지식의 양이 아무리 많아도 우리가 '실제로 아는 것'과 우리가 '안다고 생각하는 것'과의 격차는 더 크게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TMI(Too Much Information)는 이제 누구나 쓰는 용어가 되었다.
지금처럼 변동성, 불확실성, 복잡성, 무질서가 판치고, 4차 산업혁명, AI, 빅데이터, 자율주행 등 과도할 정도로 복잡 다단한 첨단 기술이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시대에서 미래를 예측하고 대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의 영역이 되었다. 변수들이 너무 많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런 정보의 홍수 속에서 소위 말하는 가짜 전문가들은 우리들에게 손을 내밀면서 세상은 예측 가능하다고 말하며, 자신만의 이론과 모델로 그것을 설명하려고 한다. 전문가는 금융회사 임원, 대학교 교수, 돈 많은 투자가, 베스트셀러 작가일 때도 있다. 세상은 이런 가짜 전문가들에 의해서 많이 조작되어 왔다.
《신호와 소음》의 저자 네이트 실버는 정보가 많다고 예측이 쉬워지지 않는데, 이는 정확한 정보인 신호와 이를 방해하는 소음을 잘 분리해 잡아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그의 책에서 말하고 있다. 저자는 특이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시카고 경제학과를 졸업한 그는 회계 컨설팅에서 근무하면서 야구선수의 성적을 예측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포커게임으로 돈을 번 뒤 회사를 그만두고 전문적인 통계예측 회사를 설립했다. 그 후 미국 총선과 대선의 결과를 정확히 예측해서 명성을 얻게 되었다. 지금은 전 세계가 주목하는 통계학자로 변신을 했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확률적 사고를 하기보다는 감정이나 감에 의한 감정적 사고를 하는 경우가 더 익숙하다. 저자는 생각의 속도를 늦추고 직감을 믿지 말아야 할 때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며, 군중의 지혜를 점점 더 회의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기존의 합의 내용은 조금은 덜 신뢰해야 하고, 기존의 통념에 조금 더 의문을 품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Garbage In, Garbage Out'이라는 용어가 있다. 쓸모없는 데이터가 입력되면 쓸모없는 결과물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IBM에 따르면 날마다 2.5 퀸틸리언(조의 1만 배, 100경) 바이트나 되는 데이터를 생산하고 있지만, 이 중 90퍼센트는 최근 2년간 생산된 데이터라고 한다. 이러한 가운데 유용한 정보의 양은 제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정보의 대부분은 소음에 지나지 않는다. 사실 소음 속에서 신호를 잡아내기는 무척 어렵다. 가설을 세우고 검정을 하는 데 있어 변수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많은 전문가들은 이런 복잡하고 지루한 작업들을 건너뛰고 단순 변수만을 고려해 정보 값을 분석하고, 자신의 감과 직관으로 미래를 예측하곤 한다. 전문가들은 주목받기 위해 검증되지 않은 내용들을 아무 여과 없이 과장되게 말하기도 한다. 다행히도 모든 전문가들이 오류를 저지르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올바르게 정보를 필터링하고 프로세스화 할 수 있을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좋은 정보와 나쁜 정보를 구별하는 능력과 소음 속에서 신호를 찾아내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블랙스완》과 《안티프래질》의 저자 나심 탈레브는 그의 책에서 가짜 전문가들의 위험을 경고했다. 가짜 경제학자와 금융 종사자들은 잘못된 이론을 외치고 돈을 벌고 있는데도 오히려 그 피해는 선량한 서민들만 받는다고 말이다. 그들은 이론과 모델이 틀렸어도 다시 개정 매뉴얼을 만들고, 이론과 모델을 만들어 다시 신뢰를 회복한다.
그들은 파산할 것 같은 은행은 정부의 구제금융 지원을 받기도 한다. 매뉴얼을 따른 사람들만 고스란히 피해를 받게 된다. 이제 사회, 경제, 금융 분야에 절대적 이론은 없다. 왜냐하면 현대사회는 변동성, 불확실성, 복잡성, 무질서가 판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같은 '블랙스완'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론과 모델만으로 복잡한 이 세상을 설명하는 것은 많은 취약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러한 이론과 모델만으로 세상을 이해하는 전문가들이 매우 많다는 점을 볼 때 우리는 자신만의 경험 위에 삶을 설계하고, 세상을 이해해야 한다. 그럼 소음 속에서 신호를 필터링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자
첫 번째는 가짜 전문가를 선별해야 한다. 가끔 우린 생각의 속도를 늦추고 곰곰이 생각해야 할 필요가 있다. 최근 주가지수와 부동산이 급상승하면서 소위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이 우후죽순 생겨서 유튜브 방송을 하고 있다. 그들 대부분은 주식에 대해서 대담하게 예측을 한다. 지금처럼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큰 시점에는 단정적으로 방향성을 제시하는 전문가를 선호하는 경향이 높아진다. 하지만 단정적으로 말하는 사람이나 기사는 조심하고 의심해야 한다.
하지만 그들은 대담하고 과감하게 예언하고, 단정적으로 얘기를 한다. 만약 그 예측이 맞으면 전문가로 등극하게 된다. 예측이 틀렸다고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이미 그 예측을 잊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후 확증 편향(knew-it-all-along effect, '내 이럴 줄 알았다'의 뜻)'처럼 그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각종 변수를 들먹이며 설명하면 그만이다.
사실 이러한 일은 매일 일어나고 있다. 주식과 부동산뿐만 아니라 스포츠를 비롯한 확률적 예측을 해야 하는 모든 분야에도 이런 공식이 적용되고 있다. 그러므로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을 있는 그대로 믿어서는 절대 안 된다. 우리는 반드시 그들의 과거 자료를 탐색하고, 검증을 해봐야 한다.
과거의 결과에 대해서는 누구나 분석하고 설명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미래 예측은 다른 문제가 끊임없이 분석하고 새로운 변수를 적용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전문가의 학위, 기업, 명성에 휘두르지 말고 데이터로 검증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반대로 '확실하지 않지만', '잘 모르겠지만', '확인은 해봐야 알겠지만', '새롭게 깨달은 사실인데' 같은 문구를 사용하는 전문가일수록 더 많이 신뢰하는 것이 좋다. 그들이 바로 진짜 전문가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로버트 차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을 보면 '권위의 법칙'이 나온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권위 있는 사람들의 말을 쉽게 믿는 경향이 많다. 전문가라고 하면 의사, 변호사, 건축사, 정비사, 교수 등을 말한다. 권위의 법칙에 보면 의사의 권위는 절대적이고 위협적이기까지 하다. 의사의 진단에 대해 사람들은 잘 의심하지 않는다. 하지만 생각보다 의사의 오진과 오치는 많은 편이다. 큰 수술을 앞두고 병원은 환자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서류에 사인을 받는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의료사고가 일어나 의료분쟁이 발생하더라도 사실 승소하기는 쉽지 않다.
그리고 치아에 충치가 생겨 치과를 찾아가면 의사에 따라 치료 방법이 제각각이다. 레진으로 때우자는 의사부터 크라운을 덮어야 한다는 의사까지 매우 다양하다. 심지어는 임플란트를 해야 한다는 치과의사까지 있다. 만약 우리가 치과 한 곳 만을 찾아간다면 이런 권위의 법칙에 당하게 되는 것이다. 치아 치료의 본질은 보존 치료이기 때문이다. 즉 원래 치아를 최대한 보존해야 하는 것이다.
오죽하면 양심 치과까지 선언을 하는 시대가 되었을까? 의료업의 경우 이런 가짜 전문가를 만나게 되면 매우 위험한 상황이 닥친다. 그래서 우리는 특히 심각한 질환이 생겼을 때는 한 곳의 병원을 가기보다는 여러 곳을 다녀서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고, 치료도 제대로 해야 한다. 이런 의사들의 오진과 오치의 위험성을 사전에 제거하고 보완해서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은 병원이 있다. 바로 메이요 클리닉이다.
미국 미네소타주 로체스터에 위치한 '메이요 클리닉'은 '환자의 필요를 최우선으로'라는 비전과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4년 연속으로 미국 의료기관 평가에서 1위를 받았고 현재 미국 최고의 병원으로 잘 알려져 있다. 병원의 모든 시스템과 서비스가 환자 중심으로 맞춰져 있다. 일반적인 다른 시설과 달리 경제적, 정치적 논리에 지배받지 않고 참의료를 실현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메이요 클리닉의 가장 큰 핵심 서비스는 바로 '협진'에 있다. 환자가 새로 오면 담당 의사는 다른 과의 전문의 의사들, 간호사, 각종 치료사 등과 팀을 꾸려서 협력해 그 환자를 위한 최선의 치료법을 강구한다. 이렇게 하면 오진과 오치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여러 병원을 다녀도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지 못했던, 오히려 오진과 오치로 인해 몸이 더 망가졌던 환자들이 메이요 클리닉을 방문해서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고 낫는 경우가 많이 있다고 한다. 이렇게 전문가들조차 자신들의 오류를 사전에 인정하고,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서 협진이라는 최고의 시스템이 구축된 것이다.
두 번째는 통계자료를 선별하고, 잘 해석해야 한다. 좋은 전문가를 찾더라도 그들의 정보에 만족하면 안 된다. 수많은 정보 속에서 라디오가 주파수를 잡아내듯 소음을 제거하고 정확한 정보를 골라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진리와 본질은 단순하지만 선별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소음이 모든 신호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통계학에서 소음을 신호로 인식하는 것을 '과잉 적합'이라고 한다. 데이터 분석 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 추세선을 그리는 것이다. 분산이 많고 정확한 추세선은 깔끔하게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원래 추세선을 단순화해서 자료화시킨 분산이 적은 깔끔한 추세선을 선호한다. 이렇게 깔끔한 추세선을 포함한 모델은 논문에도 더 잘 실리고 프레젠테이션에도 잘 활용된다. 통계자료가 유난히 단순하거나 깔끔한 경우에도 우리는 과잉 적합을 걸러야 한다.
왜 개미들은 주식에서 손해를 볼까? 왜 매년 본질을 놓치고, 이런 실수를 되풀이할까? 현재는 정보 부족이 아니라 정보 과잉의 시대다. 이런 시대에는 핵심은 늘 큰 그림을 봐야 한다. 큰 패턴을 찾고 패턴의 의미를 해석할 때 핵심이 보인다. 요인들 간의 인과관계의 맥락 속에서 의미가 보이기 시작한다. 주식시장에서 개민들은 다수의 행동을 따라가기 때문에 늘 손해를 본다. 다수가 간 길에는 내 몫은 남지 않는다. 톨스토이의 소설에 대해 쓴 벌린의 에세이를 보면 '고슴도치'와 '여우'의 두 범주로 전문가 집단을 나누고 있다.
'고슴도치'는 고집스럽고, 질서 정연하며, 이론적으로 생각한다. 또한 자신만만하고 구체적으로 생각한다. 반면 '여우'는 수없이 사소한 생각을 하며, 문제를 해결하려면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여긴다. 관심이 사방팔방 뻗치고 산만하기 짝이 없는 유형이다. 여우는 뉘앙스의 차이, 불확실성, 복잡성, 배치되는 의견 등에 더 관대한 경향이 있다. 움직이는 과녁을 맞히기 위해서는 여우 같은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세 번째는 블랙스완에 대비해야 한다. 정규분포를 보면 양끝의 분포는 일어날 확률이 거의 없다. 그래서 대비를 하지 않는다. 그러나 2008년 세계 금융위기는 바로 이런 정규 분포를 따르지 않은 것이다. 우리는 위험(Risk)과 불확실성(Uncertainty)을 구별할 수 있어야 한다. 위험은 확률을 계산할 수 있지만 불확실성은 어렵다. 어설픈 전문가들의 큰 실수는 불확실성을 위험으로 묘사하는데서 나온다.
그들은 '금융위기가 절대 일어나지 않아요. 부동산은 절대 폭락하지 않아요'라고 말한다. 이런 전문가들을 조심해야 한다. 드물지만 성실하게 자료를 축적하고 경험을 쌓아서 올바른 예측을 해온 전문가들도 있다. 오히려 이들은 신중하게 말을 꺼낸다. 이런 전문가들을 찾아야 한다. 관종이 아닌 팩트로 이야기하는 전문가가 바로 진정한 전문가이다. 불확실성에 강한 안티프래질한 사람이 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네 번째로 '생존 편향'을 조심해야 한다. 2008년도 세계 금융위기를 유일하게 예언했던 나심 탈레브는 '생존 편향(surviorship bias, 성공자들만을 대상으로 고려함으로써 잘못된 판단을 내리는 편향)''을 언급하면서 성공의 개연성을 과대평가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성공한 사람들만 보고 실패한 사람들을 보지 않는다는 뜻이다. 우리는 보이지 않는 정보를 무시하고 눈앞에 보이는 정보만 이용하도록 길들였기 때문이다.
금융, 주식투자에는 생존 편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승자는 자신의 승리를 과시하며 큰 성공을 거준 이들은 책을 쓰고 강연을 나선다. 이들을 맹신하는 투자가들은 눈이 멀어 급등주나 대박주의 환상에 젖어 전 재산을 거는 경우가 생긴다. 눈앞의 정보보다는 객관적인 데이터를 이용해서 가설을 입증하는 것이 좋다.
나심 탈레브는 《스킨 인 더 게임》이라는 그의 책에서 이익만 챙기고, 손실을 회피하는 전문가와 가짜 지식인, 권력이 어떻게 대중에게 기만하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묘사했다. 그리고 투자에 관해서는 은행, 증권, 보험사의 전문가라는 사람들을 절대 믿지 말고, 본인 스스로 관련 분야를 공부하고 스스로 리스크를 안고 결정을 해야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신호와 소음》 개정판에서 네이트 실버는 좀 더 나은 신뢰 있는 예측을 위해 '좀 더 느리게 생각하기'와 '대세 편승을 경계하기'라는 두 가지 역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신의 예측 능력을 겸손하게 생각할수록, 그리고 자기가 저지르는 실수에서 기꺼이 더 많은 것을 배우려는 마음을 먹을수록 더 많은 정보를 지식으로 바꿀 수 있고, 마침내 우리가 가진 데이터는 미래를 내다보는 통찰로 바뀔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정보의 과부하 시대에 지금 리더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 한 가지는 바로 핵심 포착 능력인 것이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선택과 의사결정이 필요한 모든 순간에 전문가에 의존하지 말고, 스스로 자료를 수립하고, 공부를 해서 데이터에 근거한 선택과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우리는 신호와 소음 구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도 각종 매체와 유부트 등 SNS에서는 가짜 전문가들이 자신의 말을 믿으라며 판을 치고 있다. 진짜 좋은 정보라면 남들과 공유하지 않는 게 세상 이치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