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설핏한 광화문 거리를 걸었습니다.앙상한 목덜미에선오돌토돌 소름이돋습니다. 뿌연 입김이버스를 기다리는 동안,옥외 전광판은 내일 날씨가 더 추울거라 예고합니다.전광판 아래산천어 조형물이 크리스마스트리같이빛납니다. 아마도화천의 얼음 밑에선 동면을 포기한 물고기들이전구처럼끔뻑거릴 것만 같습니다.
광화문을 수놓았던초롱불들이 사라지고, 광장은 본래 비어진 상태로 돌아왔습니다. 빈 공간 속에선 과거와 현재가 보이지 않는 파도로일렁입니다. 물결에드러난 수면 속 존재들, 그것들이 까맣게 점으로 부유하고, 아무것도 없던 공간에별처럼 총총 박히는상상을 합니다. 머릿속으로 점들을 찾아선을 긋고, 다시 선과 선을 연결하다 보면, 점잇기 그림처럼 서로 다른 점들이 기다란 수평선이 됩니다.
우리의 삶은 무수히 많은 관계의 점들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어떤 점들은 가까이서, 또 어떤 건 멀찌감치 떨어졌습니다. 그러한 점들 사이엔 틈과 선이 있는데, 우리는 그것을 '거리'라고부릅니다. 삶을 산다는 건, 스스로한 개의점이 되어 거리를 누비는 것과 같아요. 바닥에 꾹꾹눌러쓴 점들이 설렘과 불안 때문에 숨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다른 점을 만나고, 사랑하고, 보듬어야 행복할 수 있다는 걸요. 가끔씩 단락 된 관계에 가슴이 미어질 테지만, 그래도 찾는 걸 포기할 순 없습니다.
오늘도 우리는 어떤 점에 닿기 위해 부단히 걸었습니다.
당장엔 보이지 않는다 해도, 그렇게 걷다 보면 분명 무언갈 만날 수 있을 겁니다. 만약 걷다가 힘이 부친다면 잠시 쉬었다 가도 됩니다. 그렇다고 계속 주저앉진 마세요. 아직 제대로 시작한 게 아니니까요.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한 것들이 여전히 많습니다.이 순간에도 시간은 흐르고내일의 어딘가로 흘러갈 테지만, 우리에게 시간이 충분치 않을지 모릅니다.그러니 한 걸음씩 발을디딜 때마다진심을 담아야 합니다.
여러 점들과 선들이 우리 주위를 이질적인 원근감과 질감으로 채웁니다. 그래서 삶의 거리엔다채로운 풍경과 다양한 볼거리가 있습니다. 거기엔 익숙한 것도 있고, 불쑥 낯선 게 튀어나올 수도 있습니다. 많은 것들이 어제와 비슷해 보이긴 해도 오늘은 늘 미묘하게 다르죠. 그야 물리적인 까닭이겠지만, 사물을 바라보던 내 눈과 감정의 거리가 달라졌기 때문일 겁니다.
평소 좋아하고 사랑하는 걸 한 번 생각해 보세요. 우리가 얼마나 애틋한 감정을 품고 사는지 알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무심코 지나쳤던 일상 속 풍경도 자세히 들여다보는 겁니다. 그곳에서 어떤 엄청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말입니다. 너무나 평범하고 변함없었기에, 아무렇지 않게 바라보았던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