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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이프란츠 Feb 14. 2024

누구나 얼룩을

세탁

가슴속 끓어오른 말들을 거르지 못한 때가 있습니다.


걷어내지 못하고 뱉었던 말들 때문에, 누군가의 맘을 아프게 한 적도 있습니다. 불편한 감정에 몰입되어 나 자신을 추스를 수 없었던 때도 있었고요. 결국 마음에서 꿀렁이던 국물들을 쏟은 후에 뒤늦은 후회를 합니다.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얼마나 많은 실수와 후회를 할는지요?  


감정을 '이모션(Emotion)'이라고 합니다. 그건 우리의 감정이 늘 무언갈 향해 움직(Motion)이기 때문이죠. 움직임이 필요한 건 결핍된 감정을 채우기 위한 여정일 수도 있고, 아니면 넘치는 감정을 덜어내려 것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감정에게 쓸모의 가치를 들이대는 건 맞지 않습니다. 왜냐면, 감정이란 본래 내 것이니까요. 다만, 통제할 수 없는, 벅찬 감정이 있을 뿐입니다. 그래서 감정사용설명서 같은 게 있다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에게 아무것도 아닌 감정이란 없습니다.


그래서 과잉 감정이라고 꼭 나쁘다고 여기진 않습니다. 감정 표출의 한계선을 지키며 조심은 하겠지만, 우리가 항상 이성적인 판단만 하는 건 아니니, 간혹 과잉이 발생하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오히려 넘치는 감정 덕에 우리는 힘들고 곤란한 상황을 극복하고 위로받았는지 모릅니다. 특히 슬픔, 좌절, 분노 같은 감정으로 엉망진창일 때 더 그랬던 것 같아요. 그런 감정들이 일어날  마음 한 구석이 무척 헛헛했으니까요. 그런 허전한 속을 과잉 감정들이 대신해 채워주었을 겁니다.


우리는 어떤 감정을 추슬렸다고 합니다. 자연스레 얼룩의 색이 바래지고 꿉꿉함이 말라집니다. 푸르고 화창한 날엔 언뜻 얼룩이 보이지 않기도 하고요. 하지만 마음은 이미 얼룩덜룩해져 있는 겁니다. 그렇다고 마음의 얼룩을 드러내질 못할 만큼 더럽다고 치부하려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얼룩은 용감하게 살아왔던 내 삶의 흔적이니까,  얼룩진 걸 부끄러워할 이유는 없습니다. 우리가 살면서 극복했던 시련과 고통을 문신처럼 마음에 새기는 거죠.


어차피 우리의 얼룩들을 다 지 순 없습니다.


그러니 일일 과제로 얼룩을 생산해야 하는 게 아니라면 세탁을 했으면 합니다. 꾀죄죄한 땟구정 혼자서 세탁기 돌려보고, 만약 그래도 빠지지 않는 얼룩이 있다면 동네 세탁소 같이, 믿을 만한 사람에게 세탁을 맡기는 겁니다. 물론 친절하고 섬세한 사람이면 좋겠요. 우리 모두가 아기처럼 순백의 마음을 가질 순 없을 테니까, 모든 새하얘져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일단 잊는 겁니다. 다만, 심하게 얼룩지고 구겨진 마음은 날 위해서라도 지우고 반듯하게 폈으면 해요.


누구나 얼룩 하나씩은 가지고 있으니까요.


통인시장 세탁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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