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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이프란츠 Feb 17. 2024

비 맞아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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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비 맞으며 걸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오늘처럼 부슬부슬 비 오는 날, 아득한 감성에 빠져 온종일 설렜던 적이 있습니다. 석진 도서관 창가 앉아, 낡고 빛바랜  냄샐 큼큼며, 하니 떨어지는 비를 구경하곤 했. 빗방울들이 작은 소동을 일으키는 동안, 겨울인데도 어디선가  안개가 몰려와 주변 자욱해졌던 것 같습니다. 부러 비를 맞아본지가 언제였나 문뜩 기억나질 않습니다.


빗방울처럼 떨어지는 음악을 듣고 있습니다.


요즘 음원 플랫폼들은 취향, 기분 또는 날씨에 맞는 곡들을 추천해 줍니다. 주로 사용하는 플랫폼에선 '날마다 떨어지는 물방울: Daily Drops'란 기능이 있는데. 이제껏 호감을 표시했던 곡들과 유사한 것들 한데 묶어 플레이리스트 만듭니다. 덕분에 일 아침 배달되는 우유처럼 선한 음악을 습니다. 가끔 래식을 좋아하는 친구 멋진 선곡을 듣기도 하고요.


누군 큐레이터의 플레이리스트를 듣는 걸, 줏대 없이 게으른 태도라 평가할지 모릅니다. 그데 큐레이터의 플레이리스트는 평소 접근하지 못했던 개성 넘치는 들이 꽤 습니다. 결국 음악이란 것도 음식과 같아서, 세상에 얼마나 이채로운 재료와 레시피가 는지 알아야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는 거죠. 래서 술의 독창성과 문화의 다양성 존중되어 할 것입니다.


우리가 자신만의 컬렉션을 만드는 건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겁니다.


단순히 사람과 사물에 대한 애착 때문일 수 있고, 영감이나 아이디어를 얻 위 방편일 수 있고, 부정적인 감정들을 지우기 위한 수단일 수도 있습니다. 치열한 다툼, 자신감 상실, 불편한 관계 유지 등으로 발생되는 마뜩잖은 감정이 보챌 때마다, 게워내고 되새김질할 곡들을 차곡히 모았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저만의 플레이리스트를 혼자 반복해서 듣다 보면, 단단했던 마음도 눈 녹듯 사라질 때가 있습니다.


심리학자들은 수집의 습관을 통해 우리의 취약점이 심해지는 걸 막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수집가에게 새로운 하나가 수집될 때마다 폭발적인 도취감이라는 게 발생된다는 거죠. 그러니 우리가 지금 어떤 스트레스나 불안을 겪고 있다면 무언갈 수집해 보는 건 어떨까요? 익히 알고 있었던 것부터 잘 알지 못하는 낯선 것들까지, 하나씩 천천히 경험해 보는 겁니다. 그리고 작은 노트에 빼곡히 그것들을 기록해 나가는 거죠. 그러다 보면 멋진 나만의 리스트가 완성될 겁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좋아하는 플레이리스트의 가사가 있습니다.


"빗방울이 계속 머리 위에 떨어진다 해도, 나는 울지 않을 겁니다. 운다고 해서 비가 멈추진 않으니까요. 그렇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조만간 행복이 찾아올 테니까요."  


행복이 당신 발치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영화 내일을 향해 쏴라 OST < Raindrops falling on my head >


부암동 노가구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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