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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할 결심을 하다

선택

by 윤이프란츠

찰스 다윈은 어떤 기발한 상상을 했다.


그는 5년간 긴 항해와 갈라파고스 제도의 핀치 새 연구를 하면서 자연선택란 걸 생각해 냈다. 그가 <종의 기원>이라는 책을 처음 발간했을 때, 진화(evloution)라는 명사형 대신 동사형(evolved)을 사용했던 건, 자연선택이 스펜서의 적자생존처럼 강한 자만 살아남는 의미가 아니기 때문였다. 오히려 그것은 어쩌다 자신의 환경에 적합해서 이뤄진 우연한 산물이었다.


배대웅 작가는 <최소한의 과학공부>에서 "진화론의 효용은 과학에만 머무르지 않고, 어디든 시간과 생명이라는 두 가지 요소가 존재한다면, 거기에 진화가 있다."라고 말했다. 작가의 말대로 마음만 먹는다면 우리 주변 곳곳에서 진화의 태를 찾을 수 있다. 멀리서 보면 아무것도 아닐 수 있지만, 실상은 수많은 생명체가 생존과 공존을 위해 끓임 없이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윈이 자신의 책에서 진화론의 근거로 닭을 들었던 적은 없지만, 사실 닭은 그의 논리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그는 오랫동안 닭 역사를 연구하면서 갖게 된 전 세계의 닭 표본을 <사육재배되는 동식물의 변이>를 출간하기 직전 런던 자연사박물관에 기증했다. 그의 생각엔 닭이란 종은 다양한 변이를 가지고 있고, 그런 변이는 자연선택이나 인위선택의 결과로 생긴 것이라 보았다. 특히, 다른 동물과 달리 닭은 인위선택에 의해 오래전부터 품종 교배와 개량이 이뤄졌고, 그로 인해 장식, 투계, 달걀, 고기, 애완 등 인간의 욕망과 이익에 맞춰 진화하게 된 것이 생각했다.


닭의 원조인 적색야계가 히말라야와 원시 밀림에서 벗어나 우연히 인간 마을에 근처 살면서부터, 인간은 위적인 선택으로 닭 진화키기로 결심다. 결과, 현재까지 전 세계에 500종 넘는 품종들이 생겼다. 독립적 습성을 지닌 적색야계가 어떻게 가축으로 진화했는지는 여전히 미스터리지만, 분명한 건 닭이 인간은 먹지 않는 풀이나 곤충 따위를 먹으며 먹이경쟁 없이 인간과 공존려 했었고, 인간은 그런 닭을 이용했다는 실이다.


맨해튼 계획은 아인슈타인, 오펜하이머 등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과학자들을 모아 2차 세계대전을 종식시킬 원자폭탄을 개발했다. 비슷한 시기인 1948년 미국의 <내일의 닭> 계획은 고기 식량난을 단번에 해결해 줄 슈퍼닭을 발굴하는 것이었다. 계획을 위해 정부관료, 생물학자, 농업종사자 등이 총동원되었다. 이전까지 사람들은 그저 달걀에만 관심을 쏟았지만, 세계대전과 경제대공황을 거치면서 부족해진 쇠고기나 돼지고기를 대체할 고기가 필요했다.


1951년 농부인 찰스 반트레스가 <내일의 닭>에서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슈퍼닭은 다름이 아닌 코니쉬였다. 이후 코니쉬를 개량하기 위해 각종 실험과 관찰이 진행되었고, 코니쉬 교배종인 로즈, 코브 등 뛰어난 아류종이 탄생했다. 현재 코니쉬 배종은 전 세계 닭 시장의 90프로 이상을 차지한다. 결국 코니쉬는 세계를 동일식량 공동체로 만들었다.


이러한 인간의 위선택은 자연선택과 달리 인간에게만 유리하게 설계되는 경향이 있다. 그렇게 인위선택은 닭을 비롯해 많은 것들을 동일한 객체로 만들었다. 동질성은 인간 편익의 결과인 것이다. 또한 그것은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는 경계선이 된다. 동질성을 갖는 것은 진화의 결과이지만, 동질성을 갖지 못한 것은 돌연변이가 된다. 결국 동질성엔 인간의 유리한 입장만 투영되었다. 그리고 인간은 그런 동질성을 지키기 위해 통제하고 관리한다.


심지어 인간마저도 인위선택의 대상인 것처럼 생각했다. 래서 자신과 조금만 달라도 쓸모없는 존재로 취급거나, 본래 같지 않다는 이유로 차별했다. 리고는 다른 존재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냈다. 비정상은 도태의 흔적일 이라며, 불운이거나 나태해서 생긴 문제라고 다. 인간 사이에도 생존 우위를 점하는 자와 그렇지 못한 자로 나눴다. 그러나 다윈이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를 말했던 건, 그것이 인간의 이익만을 위한 인위선택과 다르다는 것였다. 자연은 모든 생명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천히 시간을 두고 본다. 위 '정상인' 인간만을 위한 게 아니라, 전체 생태계를 고려해 화를 결정다는 것이다.


지금도 빈곤자, 장애인, 한부모, 미혼모, 혼외자, 이주노동자 등 소수의 사람들이 비정상이라는 낙인을 찍고 산다. 그들이 일상을 평범하게 사는 건 무척 힘들어 보인다. 단순히 비슷하게 살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회로부터 소외되고 있는 건 아닐까. 사회적 돌연변이 르는 건 내가 아직도 다수의 동일에 속 살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나 역시 뜻하지 않은 일로 소수에 들갈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차별을 끔찍이 혐오했던 다윈이 본다면, 소수는 사소한 변이이다. 그리고 누구나 자연 앞에서 변이가 된다. 다만, 유의한 차이를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다. 구나 죽을 것이고, 아무도 죽음 앞에선 자신을 정상라 항변할 수 없을 것이다.




(참고자료)

* 배대웅 작가 <최소한의 과학공부>

https://brunch.co.kr/publish/book/7600

* 앤두르 롤러 <치킨로드>

* 사진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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