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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질했던 모양

by 윤이프란츠

사랑이 언제나 든든하다고 생각하지 않기로 했.


어느 날에는 랑이 소리 없이 저무는 지평선보다 고도를 더 낮게 내어. 또 다른 날엔 거미줄 이슬에 흠뻑 젖신 물방울처럼, 콩나물 음표 나 없는 위태운 모습었어. 그것들은 전혀 나와 무관해 보였어.


얼마 전 나는 당신이 진심으로 필요했고 절실했어. 그리하여 당신에게 살짝 기대고 싶었지. 조금의 구원 같은 것을 당신로부터 얻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 하지만 간절했던 마음은 당신에게 좀체 이르지 못하더라. 결국 는 어느 낡은 숲 속에서 길을 잃어버리고 말았어.


나는 왜 사랑을 받기만 하는 것이라 여겼을까. 아무 상처 없이 물 마시는 일은 냉수처럼 쉬운 일이라 생각했기 때문인 것 같아. 사람은 상처 없이 절대로 사랑할 수 없다는 걸 이제야 깨닫았든. 그런데도 나는 아픈 사랑이 하기 싫었던 것 같아. 다시 깨어다고 해도 사랑이란 걸 먼저 시작할 수 있을는 모르겠어.


나는 별로 이기적이지 않았다고 생각해. 그런데도 사랑은 혼신을 다해 저 멀리 어가더라. 금세 뒷모습은 흔적도 없이 델카코마니처럼 사라졌어. 당신이 나로부터 도망간 것인지 아니면 다른 사랑을 위해 떠난 것인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사실 겁이 나더라. 리고 하루 종일 우울했었어. 지질했던 모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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