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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윤이프란츠
Jun 11. 2024
찔레꽃
보슬비가 하늘에서 소리 없이 곱게 내렸다. 날 위로하듯 머리를 쓰다듬고 천천히 가슴
을
적시며
떨어졌다. 가냘픈 비는 하염없이 아늑하고 고요했다. 모두가 숨죽이는 사이 빗줄기는 조금씩 세차지다 주르륵 빗방울로 떨어진다.
굵은 빗방울이 찔레꽃, 시들어진 꽃대 끝에 매달렸다. 투명한 비꽃은 내게 몸을 떨구며 눈물처럼 아롱거렸다.
이젠 안녕
, 봄날이 헤어지는 인사를 한
다. 봄을 향했던 애틋한 맘을 달래
듯
빗방울
은 또각또각 큰 소리를 냈
다.
정말 갈 거냐고
물
어보고 싶지만, 차마 묻지 않는
건
정말 이별이 될까 두렵기 때문이다.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봄날과
같이
했던 지난날들이 정겹게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나는 울지 않을 것이다. 봄은 떠나
도
내게 무엇으로 남
을 것이란
걸 알기에.
그렇게 봄이 아득히 멀어지고 있다.
빗방울을 따라 꽃잎
이
공중에
흩
어져 꽃비가 되었다. 어느 축제의 피날레를 장식했던 플라워 샤워처럼 하염없이, 사뿐히 땅으로 가라앉았다. 내려앉은 꽃잎은
누군가의 발길을 재촉할 것처럼
카펫이 된다.
찬란했던 봄날이 지나는 길목에 서서 나는 아무렇지 않게 비를 맞는다. 그리고 생각했다. 당신은 오로지 꽃이기만 해라.
꽃이 되어 향기로 나비와 바람을 부르고,
보드라운 입술로 햇살과 구름에게 속삭여라.
이렇게 봄이 끝날 때 당신과 함께 고즈넉이 보슬비를 맞고 싶다. 그러면 내 맘은 꽃으로 차고 넘칠 것이다.
아직 꽃이기 전부터
당신을 기다렸던 것 같다. 봄에서 여름으로 가는
여기서
나는 비를 맞으며, 언제쯤 내게 꽃으로 다시 올는지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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