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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이프란츠 Jun 15. 2024

광화문 광장

사랑엔 늘 수많은 기호들이 기웃거린다. 특히 의문의 형태들, 예를 들어 '나를, 왜, 얼마나, 어떻게, 사랑하느냐?' 같은 음은 상투적이 오늘의 날씨를 묻는 것처럼 늘 새롭다. 머리 위 하늘은 온전히 하나여도 그날의 온도, 습도, 구름, 바람 세기에 따라 다양듯 사랑도 그렇. 오롯한 사랑이라도 그때 감정, 태도, 진함에 따라 천연색이거나 더러 흑백이 될 수 있.


사랑만큼 시도 때도 없이 소용돌이치는 게 과연 있을까? 열 길 물 속보다 알아채기 힘든 게 한 길 사람 속이는데. 그 속에 흐르는 물이 도랑일지 강물일지 슬이 햇빛 때문인지 달빛 때문인지  수 없는, 그만큼 사랑은 단순지 않다. 어쩌다 사랑이 가칠가칠 거칠고 위태울 땐 간절했던 마음 천덕꾸러기 대접을 받는다. 신에게 그런 적이 없다고 한들 그게 중요하진 다. 다만, 사랑이 그다는 걸 말하고 싶 뿐이다.


랑은 내가 원한다고 3분 카레처럼 레인지에 돌려 뚝딱 나오는 것이 아니다. 내 맘대로 쓱싹 지 수 있는 낙서도 아니다. 차라리 서 분간할 수 없는 대형 그라피티일 테다. 한 발치 물러서야 제대로 보이는 게 사랑이 말이다. 까이 있을 땐 사랑의 본성 헤아림, 그리움, 절함, 헌신 같은 것들이 간과되기 쉽다. 그저 당연한 줄 알고 소중한 줄 모르기 때문이다. 그것들은 도무지 꽁꽁 숨겨져 있어서 저의를 알지 못할 때가 많다. 하지만 그것이 가슴 으로 터져 나올 땐 변화난측,  사랑을 겉으로 드러냈을 땐 시시때때로 른 형태들이 나타나 쉽게 예측 수 없다. 연인 간 밀고 당김이란 것도 알고 보면 순전히 본의 아니게 일어나는 사랑 현상이다.


사랑하는 사람 누구인지, 어떤 사랑인지, 사랑의 무엇에 집착하는지, 이러한 질문들은 생각보다 답하는 게 쉽지 않. 사실 사랑에 관한 질문 텍스트에 삽입된 특정 단어 문장은 이미 답을 정해 놓기도 고, 경우에 따라 자유롭게 답을 선택할 수도 있다. 어떤 식 흡과 발성인지에 따라 화성의 조화가 결정되는 것처럼 사랑도 그렇다. 원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처럼 말하거나, 싫은 것을 괜찮다고 거꾸로 말을 하는 건 노골적이거나 적나라한 맘을 들키고 싶지 않기 때문이.


그래서 우리는 사랑에 ''해야 다. 답을 알아도 서둘지 않고 먼저 '응'이라 하는 건, 너의 마음이 무엇인지 알겠다는 이다. 설령 답을 찾지 못했어도 '응'라 답하는 건, 네 마음에 상처가 나지 않도록 에둘러 가겠다는 . '응'이란 글자는 위아래 공기주머니를 달고 있 뽁뽁이 같다. 너와 나 사이의 갈라진 틈이 '응'이란 완충재로 말랑말랑 충전어 앙칼과 냉기를 막는다.


또한 '응'은 상대의 속사정을 염려하고 격려한다. 괄약근 힘이 모자란 아기 옆에서 함께 응가를 외치는 건, 세상에 혼자 감당해야 할 일이 많다는 것과 비록 더럽고 구역질 나는 것이라도 곁에 함께 있겠다는 말이다. 살다 보면 커다란 운동장이 한쪽으로 기울어져 가망 없는 확률 0%인 상황이어도, 계측할 수 없는 무언의 힘으로 기울어진 '%'를 똑바로 세워 '응'할 수 있게 만든다. 나는 그 힘을 사랑이라 믿는다.


'응'은 마주한 두 사람이 양손을 붙잡고 탱고 춤을 추는 것과 같다. 너와 내가 나란히 수평으로 서서 흔들리지 않게 균형을 잡아주는 것이다. 어떤 시인은 '응'이란 동그란 달과 동그란 해처럼 서로 위, 아래로 있는 아름다운, 눈부신 체위라 했다. 같이 붙어있을 때  사랑스럽기 때문이리라.


'응'이란 소리를 내려면 입술을 동그랗게 오므려야 한다. 그러면 입이 살짝 벌어진다. '응' 할 때마다 벌려진 틈으로 연한 속을 보이고 나는 무방비가 된다. 그리 약점을 보인 후에야 복부에 힘을 주고 숨을 내뱉는다. 그래서 '응'은 내속에 있는 마음을 담아내는 소리다. 그리고 '응'은 나뭇가지를 물고 있는 까치의 주둥이를 닮았다. 한 개씩 물어다 견고히 집을 짓는 까치처럼 '' 할 때마다 사랑도 켜켜이 견고해진다.


그러하니 사랑은 입증이나 반증되는 것이 아니고, 너에게 응함으로써 명징해진다. 오늘 걸었던 광화문 광장에도 무수히 많은 응들이 물오름처럼 둔중한 블록 위에 새겨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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