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노키오는 제페토 아빠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말에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공주 엄마의 손등에 연달아 입을 ‘쭉쭉’ 맞췄다.
그러고는 사랑에 취한 눈빛으로 올려다봤다.
“엄마, 말씀해 주세요. 그때… 묘비를 만들 때 기분이 어땠는지요?”
공주 엄마는 잠시 먼 곳을 바라보다가 낮게 대답했다.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어. 그때 제일 많이 한 걱정이… 바로 너였단다.”
피노키오는 숨을 삼켰다.
“그래서 묘비에…
‘사랑하는 피노키오에게. 버림받은 고통으로 죽은 파란 머리 소녀 여기 잠들다.’라고 쓰신 거군요.”
“그래. 맞아.”
피노키오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데… 왜 버림받은 고통으로 죽었다고 쓰신 거예요?”
공주 엄마는 피노키오를 바라보며 장난기 가득한 웃음을 흘렸다.
“호호호! 너 말이야, 아빠 마중 간다고 나가서는 돌아오지도 않았잖아.
그때 난 완전히 버림받은 기분이었어. 그래서 그렇게 쓴 거지.
그리고 혹시 네가 돌아와서 내 묘비를 본다면… 골탕 좀 먹어보라는 마음도 있었고.”
피노키오는 억울함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래서 제가 얼마나 가슴 아프고 슬펐는지 아세요?”
“알고 있단다. 그래서 널 용서했어.
네가 진심으로 후회하는 걸 보니까… 마음이 착한 아이라는 걸 알았거든.
착한 아이는 말썽도 부리고 나쁜 짓도 하지만, 새사람이 될 희망이 있어.
내가 널 놓지 않은 이유도 그거야. 이제… 내가 네 엄마가 돼 줄게.”
피노키오는 두 발로 ‘꿀렁꿀렁’ 뛰며 외쳤다.
“이야, 신난다!”
공주 엄마가 엄격하게 말했다.
“항상 엄마 말 잘 듣고, 시키는 대로 해야 한다.”
“네! 당연하죠. 정말로 그럴 거예요!”
“좋아. 그럼, 내일부터 학교에 가는 거다.”
순간 피노키오의 표정이 풍선에서 바람이 빠지듯 쭉 가라앉았다.
하지만 공주 엄마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말했다.
“그리고 네가 배우고 싶은 기술이나 일을 찾아보는 거야.”
피노키오는 고개를 옆으로 틀며 얼굴을 찡그렸다.
“음… 학교에 가기엔 너무 늦은 거 아닌가 싶어서요.”
“그렇지 않아. 얘야, 무언가를 배우고 공부하는 데는 정해진 때는 없는 법이야.”
“근데 전… 기술도, 일도 배우고 싶지 않아요.”
“왜?”
“전… 일하는 게 싫거든요.”
그 순간, 공주 엄마의 눈썹이 ‘쫙’ 올라갔다.
“피노키오!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대부분 병원이나 감옥에서 죽는단다.
부자든 가난뱅이든, 사람은 태어나면 자기가 할 일을 찾아야 해. 누구나 일을 해야 해.
게으른 사람은 결국 불행해질 수밖에 없어.
게으름은 아주 고약한 병이라서 어릴 때 고치지 않으면 평생 못 고친다.
그렇게 살면… 착한 아이도 못 되고, 사람도 못 되는 거야.”
그 말이 피노키오의 마음속에 ‘쾅’ 하고 꽂혔다.
잠시 입술을 깨물던 피노키오는 고개를 번쩍 들었다.
“공부도 하고, 일도 할게요. 엄마가 시키는 건 뭐든 다 할게요.
로봇으로 사는 건 진짜 지겨워요.
사람이 되는 일이라면 뭐든 하겠어요.
진짜 어린이가 될 수 있다고… 약속하신 거 맞죠?”
공주 엄마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약속했어. 이제부터는 네가 하기 나름이야.”
그 순간 피노키오의 눈에는 새 결심이 번쩍하고 빛났다.
다음 날 아침, 공주 엄마는 피노키오를 아주 예쁘게 단장해 주었다.
하늘색 줄무늬 티셔츠, 짙은 청색 반바지,
노란색 운동화에 모자 안쪽에 ‘엄마가 준 거’라고 적힌 쪽지가 붙어 있는 초록색 캡모자까지 씌워 주었다.
로봇 그림이 그려진 작은 백팩에는 연필, 지우개, 도시락,
그리고 공주 엄마가 몰래 넣어준 손 편지가 들어 있었다.
피노키오는 거울 앞에서 한 바퀴 빙 돌며 자기 모습을 확인했다.
“이건… 멋진 꼬마 신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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