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노키오는 길가에 쭈그려 앉아 있었다.
이제 선택지는 단 두 가지밖에 남지 않았다.
일을 하느냐, 아니면 굶어 죽느냐.
하지만 그는 이제 구걸할 생각도 안 하고 지나는 사람들을 멀뚱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자 근처에서 놀던 꼬마들이 슬금슬금 다가왔다.
“야, 너 왜 구걸 안 하냐? 포기했냐?”
한 꼬마는 침이 잔뜩 묻어있는 핫도그를 빙빙 돌리며 피노키오를 위아래로 훑어봤다.
“그 긴 코를 땅에다 푹 박고 구걸해 봐! 그러면… 음, 내가 한 입 줄 수도 있지.”
피노키오는 속에서 화가 치밀어 오르는 걸 꾹 참았다.
아니, 사실 화낼 힘조차 없었다.
그때, 하늘에서 “위이잉~”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 이게 누구야! 피노키오 아니야? 너 왜 이러고 있어?”
하얀 날개를 펄럭이며 내려온 건, 다름아닌 비둘기 드론이었다.
피노키오의 앞에 착륙한 드론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엄청 피곤해 보이는데, 무슨 일 있니?”
“배고파서 그래. 꿀벌 마을 사람들, 진짜 동정심이라곤 일도 없어.
내가 밥 좀 달라니까 다들 쌀쌀맞게 거절하더라고.”
비둘기 드론은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단호하게 말했다.
“뭐? 너 구걸했구나. 아이고, 창피하게.
공주님이 알면 가슴을 치실 걸?”
피노키오는 이마에 주름을 잡으며 말했다.
“공주님은 돌아가셨잖아. 나 묘비까지 확인했어.”
비둘기 드론이 순간적으로 버벅댔다.
“아… 그… 하늘나라에서 지켜본단 얘기지!
너 구걸하는 거 보면 ‘저 못난 놈!’ 하면서 가슴을 쾅쾅 칠 거야.”
피노키오의 표정이 바로 구겨졌다.
“진짜 그럴까?”
“그렇고말고.”
“근데… 난 힘든 일은 하기 싫어.”
비둘기 드론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참, 너는 구제 불능이구나. 제페토 아빠는 찾았어?”
피노키오의 눈빛이 갑자기 축 가라앉았다.
“아빠는 날 찾으러 바다로 나갔는데… 그 뒤로 소식이 없어.
물고기들도, 바다사자도 큰 고래가 아빠를 삼켰을 거라고 하더라. 나 어떡하지?”
비둘기 드론은 피노키오를 잠시 안쓰럽게 바라봤다.
그러다 날개를 퍼덕이며 하늘로 오르기 직전, 던지듯 말했다.
“어쩔 수 없어, 네가 알아서 해야지. 근데 이렇게 일하기 싫어해서 뭘 먹고 살래?”
그리고는 “휙!” 하고 날아가 버렸다.
한 시간쯤 길바닥에서 반쯤 널브러져 있던 피노키오는,
거의 건전지가 다 된 로봇처럼 눈만 깜빡이고 있었다.
그때 어디선가 ‘또각또각’ 발소리가 다가오더니, 눈앞에 한 아가씨가 나타났다.
감기 기운이 있는지 마스크를 코끝까지 끌어올린 채, 코맹맹이 소리로 잔기침을 하고 있었다.
양손에는 물통을 하나씩 들고 있었는데 보기 안쓰러울 정도로 힘들어 보였다.
피노키오는 거의 쓰러지기 직전의 낙타처럼 간절하게 말했다.
“친절한 아가씨, 물통에 든 물 한 모금만 마셔도 될까요?”
아가씨는 고개를 갸웃하더니 물통 하나를 내려놓았다.
“그래, 마셔.”
피노키오는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물이 목을 타고 내려가는 순간, 눈앞에서 천사가 하프를 켜는 듯한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그는 입술을 닦으며 말했다.
“이제 갈증은 가셨네요. 배도 채울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아가씨가 빙긋 웃더니 제안했다.
“물통 하나를 우리 집까지 들어다 주면, 빵 한 조각 줄게.”
하지만 피노키오는 물통만 내려다볼 뿐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그러자 아가씨가 덧붙였다.
“그 빵에 더해서 트러플 오일을 살짝 뿌리고,
허니 버터를 바른 사과 슬라이스 피자 한 접시도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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