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 마을

by 이진무

피노키오는 아빠를 꼭 구하겠다는 마음 하나로 밤새 헤엄쳤다.

그 밤은 말 그대로 재난 영화였다.

비는 마치 양동이째 쏟아지고, 하늘은 우박을 투척하며 천둥을 꽝꽝 울렸다.

번개는 또 얼마나 치던지, 세상이 순식간에 대낮처럼 바뀌었다가 다시 깜깜해지기를 반복했다.


동이 트기 직전, 저 멀리 길게 뻗은 땅이 보였다.

바다 한가운데 덩그러니 떠 있는 섬이었다.


피노키오는 힘을 짜내 해안으로 향했지만,

파도가 마치 “아니, 너는 못 가!”라고 말하는 듯 이리저리 휩쓸어 버렸다.


지푸라기와 나뭇조각처럼 부유하다가,

결국 거대한 파도 하나가 피노키오를 번쩍 들어 올려 모래사장에 철퍼덕 내던졌다.

그 충격이 얼마나 세던지, 온몸의 뼈가 덜컹덜컹 소리를 내는 것 같았다.


그래도 피노키오는 중얼거렸다.
“이번에도 기적같이 살아남았네.”


구름이 조금씩 걷히자, 태양이 찬란하게 얼굴을 내밀었다.

거친 바다도 한결 잠잠해졌다.

피노키오는 젖은 옷을 모래 위에 펼쳐놓고,

아빠의 배가 혹시 보이지 않을까, 하늘과 바다를 번갈아 훑었다.

하지만 눈에 들어오는 건 푸른 수평선과, 멀리 점처럼 찍힌 돛단배 몇 척뿐이었다.


“고래가 있다던데… 저 배들은 괜찮으려나? 조심해야 할 텐데.

아, 이 섬 이름이라도 알면 좋을 텐데…

설마 아이들에게 사기나 치고, 목을 매다는 두건과 마스크 같은 사람들 사는 곳이면 어떡하지?

그런데 물어볼 사람조차 없으면….”


사람이 전혀 없는 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마음이 툭 꺾였다.

바닷바람이 차갑게 불어왔고, 피노키오는 괜히 눈물이 맺히는 걸 꾹 참았다.

순간 바다에서 갑자기 커다란 물결이 치더니, 그 위로 번쩍이는 두 개의 눈이 불쑥 솟아올랐다.


피노키오는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
“너 누구냐? 눈이 이렇게 작으니… 작은 물고긴가?”


그러자 물결 위에서 목소리가 버럭 튀어나왔다.
“내가 작은 물고기라고?”


눈동자는 점점 가까워졌고, 곧 물 위로 갈색 턱이 번쩍 드러났다.

그 크기란, 마치 바위가 헤엄쳐 온 것 같았다.
“이래도 내가 작은 물고기야?”


바다사자 피노키오.jpeg


피노키오는 그 엄청난 크기에 놀라 주춤주춤 뒤로 물러났다.

그러나 그의 눈빛은 아주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 미안. 내가 잘못 봤어. 근데 너 체격이 아주 좋구나. 너를 뭐라고 부르니?”

“난 바다사자야. 바다의 수호자지.”


피노키오는 눈이 동그래졌다.
“수호자? 바다에도 그런 게 있어?”


바다사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해안에 턱을 괴고 누웠다.

“그럼. 나는 바다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놈들을 혼내주지.”


피노키오는 한 발 더 다가섰다.
“근데 말이야, 그 거대한 고래는 뭐지?

우리 아빠도 그 고래 때문에 어디 계시는지 알 수 없게 됐어.”


바다사자는 잠시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게… 나도 잘 몰라. 갑자기 나타나서 뭐든 닥치는 대로 삼키고 사라져 버리거든.

그래서 나도 육지로 피한 거야.”


“바다의 수호자라며.”


바다사자는 얼굴이 빨개지며 말했다.

“바다는 많은 비밀을 품고 있어. 누구든 그것을 다 알 수는 없어,”


피노키오는 손을 내밀어 위로하듯 바다사자의 두툼한 턱을 슬쩍 쓰다듬었다.
“그럼, 이 섬 이름은 뭐야?”

“나무섬이라고 해. 둘러봐, 보다시피 섬 주위를 엄청나게 많은 나무가 둘러싸고 있거든.”


“사람은 살아?”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이진무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익숙한 일상 속에서 사람들의 착한 내면을 보고, 현실의 언어를 시와 소설로 바꾸는 사람. 현실과 상상을 잇는 이야기꾼입니다.

1,317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8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88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04화우리 아빠를 보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