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질 무렵, 붉은 노을이 바다 위를 천천히 덮고 있었다.
바람은 잔잔했고, 갈매기 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평화롭고 느릿한 바닷가 마을.
그런데 그 고요함을 깨며, 한 노인이 해변 모래 위를 절뚝이며 걷고 있었다.
바닷바람에 휘날리는 흰 머리카락과, 깊게 팬 눈가.
제페토 박사였다.
낡은 목발 하나에 의지한 채, 한 손엔 낡은 모자 하나를 꼭 쥐고 있었다.
그의 표정은 단호했지만, 눈빛은 근심으로 뒤덮여 있었다.
그는 골목과 골목 사이를 조심스럽게 지나며,
벽에 붙은 조개껍데기, 쓰러진 모래 삽, 아이들 발자국 사이를 살폈다.
“피노키오! 어디 있니!”
목소리는 간절했지만, 파도 소리에 묻혀버렸다.
대신 그 마음은 바람을 타고 멀리까지 전해졌을지도 모른다.
그 순간, 저 멀리 작은 그림자가 하나 스쳤다.
제페토는 눈을 크게 뜨며 멈칫했다가, 목발을 짚고 있는 힘껏 달려갔다.
하지만 가까이 가보니 그 아이는 피노키오가 아니었다.
모래 위에 손가락으로 꽃을 그리며 놀고 있는, 그냥 마을의 꼬마였다.
꼬마는 험상궂은 인상의 노인이 목발을 짚고 헐떡이며 달려오자,
겁에 질려 울음을 터뜨렸다.
곧 아이의 엄마가 황급히 달려왔다.
“당신 뭐예요? 왜 아이를 울려요?”
제페토는 당황해 손을 내저으며 정중하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제 아이를 찾고 있었는데… 이 아이인 줄 알고 그만…”
그 말에 아이 엄마는 당혹스러웠지만,
노인의 정중한 태도에서 진심이 느껴졌는지 마음을 풀었다.
“그래요… 아이를 찾고 계셨군요. 이름이 뭔가요? 어떻게 생긴 아이죠?”
제페토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 아이만 해요. 그런데 로봇처럼 생겼습니다.
종이로 만든 신발을 신고 있고, 모자도 빵으로 만든 거였는데…
뭐, 지금쯤이면 다 먹었겠죠. 이름은 피노키오입니다.”
아이 엄마는 놀란 듯 고개를 끄덕였다.
“직접 본 건 아니지만… 그런 아이 이야기를 들은 적 있어요.”
제페토는 바로 귀를 쫑긋 세웠다.
“정말요? 어떤 이야기였죠? 부탁입니다, 들려주세요.”
아이 엄마는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사실 우리 마을은 지금 심각한 상황이에요.
몇 달 전부터 바다에 괴물 고래가 나타났거든요. 어마어마한 크기예요.
눈으로 본 사람들도 있지만, 믿기지 않을 정도라서 다들 그냥 ‘괴물’이라 불러요.
그 고래는 바닷가 물고기들을 싹쓸이로 삼켜버렸어요.
우리는 보다시피 물고기를 잡아서 먹고사는데, 고래 덕분에 물고기의 씨가 말랐어요.
그렇다고 물고기를 잡으러 배를 타고 멀리 갈 수도 없어요.
그 고래가 바다에서 떠나지 않고 있거든요.”
제페토는 고개를 끄덕이며 무겁게 말했다.
“바다는 곧 생명이지요… 어민들에겐 더더욱.”
아이 엄마는 이어서 말했다.
“그런데 며칠 전, 어떤 아이가 작은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갔다는 거예요.
아빠를 찾으러 간다고 했대요. 물론 다들 말렸죠.
하지만 그 아이는 고래가 있는 쪽으로 사라졌고… 그 후론 소식이 없어요.”
순간, 제페토의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아빠를 찾으러 바다로 나갔다면… 피노키오일 가능성이 높아.’
박사의 눈에 서서히 눈물이 고였다.
그는 아이 엄마 앞에서 눈시울을 붉히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부탁입니다. 저에게 배 한 척만 빌려주세요. 가진 건 모두 드리겠습니다.”
아이 엄마는 놀라서 물었다.
“설마… 고래한테 간다고요? 그 아이가 피노키오인지 확실한 것도 아닌데요?”
제페토는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괴물 고래가 있는 바다로 아빠를 찾으러 갔다면 피노키오가 분명합니다.
그는 세계 제일의 효자거든요. 부탁합니다.”
말끝을 흐리며 다시 눈물을 삼키는 제페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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