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간단 IQ 테스트

by 이진무

피노키오는 다시 혼자가 되었다.

늑대들과 작별한 뒤, 그는 천천히 산길을 올라갔다.


해가 지면 큰 나무 위에 올라 잠을 잤고,

해가 뜨면 이슬에 젖은 풀을 밟으며 다시 걸었다.


배가 고프면 도토리나 산딸기 같은 걸 따먹었고,

혼자 있는 게 지루해지면 갑자기 춤을 추거나 노래를 불렀다.


때론 미끄러지고, 때론 발에 가시도 박혔지만, 피노키오는 멈추지 않았다.
왜냐면, 제페토 아빠를 만나야 하니까.


사실 여행이란 게 그런 거다.

목적이 있으면 힘들어도 버틸 수 있는데,

목표가 없으면 조금만 힘들어도 다 던져버리고 싶어진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피노키오는 한참을 걷다가 문득 멈춰 섰다.

등줄기를 타고 스멀스멀 한기가 기어 올라왔다.

‘이 느낌… 낯설지 않아.’

예전에 한 번 느꼈던, 그 소름 끼치는 기운.

바로 그때—

눈앞의 길목 한가운데에, 무언가가 스르륵 기어 나왔다.

초록빛 비늘이 번쩍이는 커다란 몸통, 이글이글 타오르는 붉은 눈.

끝이 뾰족한 꼬리에서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피노키오는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섰다.

“설마… 너…?”


그 거대한 뱀이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

“맞아. 나야. 킬러 스네이크.”


피노키오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잠깐만! 넌 분명 죽었잖아! 내 앞에서 미친 듯이 웃다가—”


“그건… 내 형이지.”

스네이크는 눈을 가늘게 뜨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공기가 서늘해졌다. 날카로운 소리가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쉬이이익—”

공기가 찢어지는 것 같은 경고음이었다.

피노키오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스네이크는 혀를 날름거리며 말했다.

“난 그 형의 동생이다.

네가 내 형을 웃겨 죽였다는 소식을 듣고… 그 순간부터 너를 기다려 왔다.”


“아니야! 나 진짜 그런 의도는 없었어!

그냥 길 좀 비켜달라고 했는데— 그 형이 괜히 웃다가… 그게 그렇게 된 거지!”


스네이크는 코웃음을 쳤다.


“웃기시네. 우리 형이 웃음이 좀 많긴 했어.

근데 웃다가 죽을 만큼 허당은 아니거든.

솔직히 말해봐. 어떻게 죽였어? 어떻게…

힘도 없고 작디작은 네가 어떻게 우리 형을 죽일 수 있었지?”


피노키오는 숨을 들이켰다.
주변은 온통 가파른 비탈이어서 달아날 길은 없었고,

앞에는 분노로 눈이 이글거리는 뱀 한 마리가 길을 막고 있었다.


피노키오가 머뭇거리자, 뱀은 점점 더 가까이 왔다.
피노키오는 등 뒤로 조심스럽게 한 발짝 물러섰다.

그리고 속으로 다짐했다.

‘이번엔 웃기지 말자. 정말 절대, 아무것도 하지 마. 제발…’


그때였다.
스네이크가 빨랫줄처럼 몸을 쭉 펴더니

피융—날아와 피노키오를 순식간에 칭칭 감아버렸다.

피노키오는 눈 깜빡할 틈도 없었다.


뱀 피노키오.jpeg


뱀이 거대한 몸으로 꽉 조이자, 숨이 탁 막혔다.

“으—억!”


눈앞에 뱀이 입을 딱 벌렸다. 그 안은 완전 지옥이었다.

깊고 축축한 동굴 같고, 공기엔 묘하게 썩은 달걀 냄새가 섞여 있었다.

끈적끈적한 침이 줄줄 흘러내리는데,

그게 마치 거미줄처럼 피노키오 쪽으로 츄우우욱 늘어지고 있었다.

게다가 이빨은 날카롭고, 안쪽으로 휘어져 있어서

한 번 들어가면 빠져나올 생각은 아예 접어야 할 것 같았다.


피노키오는 기절 직전까지 갔지만, 정신을 번쩍 차렸다.

‘안 돼! 제페토 아빠를 만나기 전엔 절대 죽을 수 없어!

하느님, 살려주세요! 진짜로요!’


그리고 마치 그 기도가 통하기라도 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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