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노키오의 사춘기

by 이진무

루카는 피노키오가 하품을 연발하는 걸 눈치채고 슬쩍 웃었다.
“피노키오, 너 머리 지끈거리지 않아?”


“응… 머리가 띵하고, 졸음이 쏟아져. 완전히 기절 직전이야.”

피노키오는 손바닥으로 이마를 짚더니 덧붙였다.
“이거 진짜 뜨거운데? 달걀 후라이 해도 되겠어.”


루카는 곧바로 손을 번쩍 들었다.

“저, 선생님! 피노키오가 몹시 아파요!”

선생님은 놀라서 책상을 탁, 치며 일어났다.
“뭐라고? 우리 학교의 자랑이 아프다고? 어서 양호실로 가서 쉬어라.

계속 아프면 집에 가도 돼.”


루카는 표정 하나 안 바뀌고 말했다.

“피노키오가 너무 아파서 잘 못 걸을 것 같은데 제가 데려다줘도 될까요?”


“그래, 그러렴. 루카가 수고 좀 해 줘.”


그렇게 두 사람은 어깨를 맞대고 교문을 나서는 순간,

서로 눈이 마주치자마자 빵 터졌다.

“나만 따라와. 내가 발견한 비밀의 장소를 보여줄게.”

루카는 피노키오를 이끌고 섬 한쪽에 숨겨진 강가로 향했다.


루카 피노키오 시냇물.jpeg


나무 사이로 쏟아지는 햇빛 아래, 투명한 물이 반짝이며 흐르고 있었다.
“섬에도 강이 있네?”

피노키오가 감탄했다.

“이 섬은 엄청나게 크거든. 강 하나쯤은 있어야지.”

그때 바람에 덜렁대는 낡은 표지판이 눈에 들어왔다.


[위험! 강에 들어가지 마시오. 작년에 여러 명 익사했음.]

글씨는 빗물에 번져 있었고,

글씨 밑에는 물에 휩쓸린 사람의 그림에 굵고 빨간 X자가 그어져 있었다.


피노키오는 얼굴이 굳었다.
“루카, 이것 봐. 들어가지 말래.”

“그거 그냥 겁주려고 써놓은 거야. 쫄지 마.”

“하지만… 엄마가 공공질서는 꼭 지키라고 하셨어.”


루카의 눈빛이 매서워졌다.
“맵돌이 일당한테 강할 때, 네 엄마가 도와줬어?

아니잖아. 내가 도왔잖아. 그럼, 누구 말을 들어야 해?”


피노키오는 주저하다가 루카를 따라 신발을 벗고 강으로 들어갔다.

강가의 공기는 물비린내와 풀잎 냄새가 뒤섞여,

숨을 들이쉴 때마다 상쾌한 기운이 온몸에 퍼졌다.

발끝이 물에 잠기자, 시원한 감촉이 전해지며 기분은 점점 업됐다.


피노키오는 강가를 뛰어다니다가 뒤에서 첨벙 소리를 들었다.

루카가 바위에서 점프하던 순간, 발을 헛디뎌 그대로 급류에 빠져버린 거였다.

“루카!”

피노키오는 생각할 틈도 없이 몸을 날렸다.

강물은 차갑게, 거칠게 두 아이를 휘감았다.

바위에 부딪힐 때마다 숨이 턱 막혔다.

시야는 회전하듯 어지러웠고, 귀에는 물소리와 심장 박동만 울렸다.


루카 피노키오 급류.jpeg


피노키오는 간신히 루카의 손목을 움켜쥐었다.

그 순간 강가의 커다란 나뭇가지가 루카 셔츠에 걸렸다.

피노키오는 이를 악물고 그 가지를 붙잡았다.

물은 여전히 미쳐 있었지만, 그들은 살았다.


두 사람은 강둑 위로 기어올라 쓰러졌다.

숨은 거칠고, 심장은 폭주하듯 뛰었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 속엔 두려움, 안도,

그리고 이상하게 끈끈해진 우정이 섞여 있었다.


루카가 헐떡이며 웃었다.
“다음엔… 제발 학교 빼먹지 말자.”

피노키오는 젖은 머리를 쓸어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냥 수업 듣자.”




피노키오가 집에 돌아왔을 때 공주 엄마가 도끼눈을 하고 있었다.
“너, 아프다고 학교에서 나왔다면서? 어디 있었어?”


“정말 아팠다니까요. 머리가… 진짜 커피를 끓여도 될 만큼 펄펄 끓었어요.”

“그럼, 바로 집에 왔어야지.”

“사실은…”

“사실은 뭐? 잠깐… 옷이 젖었네? 너 강에 들어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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