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같이 놀이와 오락에 푹 빠져 지내다 보니 시간은 눈 깜짝할 새에 흘러갔다.
하루가 이틀 되고, 이틀이 일주일 되고, 어느새 몇 달이 훌쩍 지났다.
“와, 진짜 끝내준다!”
피노키오는 루카만 보면 늘 이 한마디를 외쳤다.
루카는 어깨를 으쓱하며 으스대듯 말했다.
“내 말이 맞지?
근데도 네가 맨 처음에 안 오겠다고 버틴 거 생각하면 아직도 웃겨 죽겠다.
엄마한테 돌아가서 뭐? 공부한다고? 하, 진짜 상상만 해도 답답하다.
지긋지긋한 책이랑 학교에서 해방된 게 다 내 덕인 줄 알아.
이게 진짜 인생이지. 이게 바로 우정이야!”
피노키오는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루카! 지금 내가 이렇게 행복한 건 전부 네 덕분이야.
근데 선생님이 항상 뭐라고 했는 줄 알아?
‘루카 같은 아이랑 놀지 마라. 널 나쁜 길로 빠뜨릴 몹쓸 아이란다’라고 했어!”
루카는 시큰둥하게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에휴, 불쌍한 선생님 같으니라고.
날 싫어하니까 괜히 나쁘게 몰아세운 거지.
하지만 괜찮아. 난 마음이 넓으니까 다 용서하지 뭐.”
피노키오는 벅차오른 마음을 참지 못하고 루카를 와락 끌어안았다.
그리고 이마에 쪽 소리를 내며 입을 맞췄다.
“넌 진짜 최고야, 루카!”
그렇게 책 한 번 안 열어보고, 학교에 발길도 끊고,
하루 종일 놀고 떠들기만 하며 무려 다섯 달이 흘러갔다.
하지만 행복의 정점에서 위기는 느닷없이 찾아왔다.
어느 날 아침, 피노키오는 눈을 비비며 일어나자마자 뭔가 이상한 걸 느꼈다.
머리와 온몸이 미칠 듯이 가려운 것이다.
그는 두 손으로 마구 긁적이다가 깜짝 놀랐다. 손끝에 만져지는 뭔가가 있었다.
천천히, 조심스럽게 더듬어 보니… 귀였다.
그런데 이상했다. 귀가 평소보다 훨씬, 믿을 수 없을 만큼 커져 있었다.
제페토 아빠가 만들어 줄 때 귀는 원래 아주 작았다.
재료가 모자라서 눈으로도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게 만들었는데,
밤사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귀가 한 뼘이나 튀어나온 것이다.
피노키오는 당황한 나머지 거울을 찾으려고 집안을 마구 뒤졌다.
그러나 어디에도 거울이 없었다.
결국 물을 가득 채운 대야를 가져와 얼굴을 비춰 보았다.
그리고 그 순간, 피노키오는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아아악!”
대야 속에는 사람이 아닌, 당나귀 같은 모습의 피노키오가 있었다.
귀는 커다랗게 늘어져 있었고,
그 끝에는 거칠고 억센 털까지 삐죽삐죽 자라나고 있었다.
피노키오는 대야를 엎어버리고 벽에 머리를 박으며 울부짖었다.
“안 돼! 이게 뭐야! 제발 멈춰줘!”
하지만 울면 울수록, 머리를 찧으면 찧을수록 귀는 더 커졌다.
커다란 귀가 얼굴 옆에서 계속 자라나며, 그의 절망을 비웃는 듯 흔들거렸다.
놀이 천국에서의 황홀했던 시간은 순식간에 악몽으로 뒤바뀌고 있었다.
위층에 사는 귀여운 다람쥐가 피노키오의 울음소리를 듣고 깜짝 놀라 쪼르르 내려왔다.
작은 다리가 바쁘게 계단을 뛰어 내려오더니, 문을 열자마자 다람쥐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무슨 일이야, 이웃 친구!”
피노키오는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몸이 이상해, 다람쥐야. 나 무서운 병에 걸린 것 같아. 너 혹시 맥 짚을 줄 아니?”
다람쥐는 귀를 까딱거리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응, 조금은. 근데… 넌 로봇이잖아. 로봇한테 맥이 있을 리가 없는데?”
“그래도 제발 한 번만 봐줘. 내 팔에서… 아니, 몸속에서 뭔가 통통 뛰는 소리가 들려.”
“알았어, 그럼 봐줄게.”
다람쥐는 조심스럽게 오른쪽 앞발을 피노키오의 손목 위에 얹었다.
순간,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럴 수가… 맥이 뛰고 있어! 로봇인데 어떻게 맥이 잡히지?”
그 말에 피노키오는 가슴이 뭉클해졌다.
‘아… 공주 엄마가 말했지. 조금만 기다리면 사람 될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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