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려 가는 피노키오

by 이진무


피노키오와 루카는 전력을 다해 달렸다.

심장이 폭발할 듯 뛰었다.


뒤에서 외계인의 숨결이 목덜미에 닿는 것만 같았다.

식은땀이 비 오듯 흘러내려 옷이 등에 달라붙었다.


집에 도착해 문을 닫자, 둘은 동시에 무릎을 꿇고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후… 살았다.”

그 순간만큼은 살아 있다는 사실이 기적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안도의 시간은 길지 않았다.

루카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도와줘, 도와줘. 피노키오!”
루카가 비틀거리며 벽에 몸을 기댔다.


“왜 그래?”

“어떡해… 똑바로 서 있질 못하겠어!”


그 말을 듣자마자 피노키오의 다리도 덜컥 주저앉았다.
“나도야… 나도 마찬가지야!”


순식간에 두 아이의 몸은 제멋대로 움직였다.

손과 발을 땅에 대고 바닥을 긁으며,

네발 달린 짐승처럼 방안을 빙빙 돌며 달리기 시작했다.


뛰는 동안 손과 발은 당나귀 다리로 변했고, 얼굴은 당나귀처럼 길쭉해졌으며,

등은 깊은 얼룩이 있는 밝은 잿빛 털로 뒤덮였다.


하지만 이 불행한 두 아이에게 가장 끔찍하고 수치스러웠던 순간은

바로 꼬리가 나올 때였다.

“안 돼… 안 돼…!”

하지만 절망을 삼키려 입을 연 순간,

입에서 터져 나온 건 탄식과 통곡 소리가 아니라 당나귀의 울음소리였다.
“히힝! 히잉—!”


아, 차라리 울지 말 것을!

그때, “쿵쿵!”

갑자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누군가 외쳤다.
“문 열어! 난 너희를 이 나라에 데려온 땅딸보 운전사다!

열지 않으면 따끔한 맛을 보여 주지!”


둘은 숨죽여 서로를 끌어안았다.

하지만 곧 “쾅!” 하고 문이 부서지듯 열려버렸다.


땅딸보는 방 안으로 들어서며 히죽 웃었다.
“잘했어. 아주 잘 울었구나. 그 울음소리만 듣고도 대번에 알았다니까.

시간이 없으니 빨리 가자.”


당나귀 변신.jpeg


땅딸보 뒤로 검은 옷을 입은 인부 두 명이 그림자처럼 따라 들어왔다.

피노키오와 루카는 고개를 떨군 채 꼬리를 다리 사이로 감췄다.

발버둥 칠 힘조차 남지 않았다.

곧, 두 인부의 손에 이끌려 다시 붉은 연기로 가득한 빨간 공장으로 돌아갔다.

거기서 기다리고 있는 것은 차가운 가죽이었다.
짙은 갈색의 가죽이 꿰매지듯 몸 위에 덥히는 순간

피노키오와 루카는 완벽한 당나귀의 형체로 굳어졌다.


땅딸보는 먼저 당나귀들을 어루만지고 토닥거렸다.

그런 다음 말빗으로 잘 빗겨 주었다.


눈이 부실 정도로 매끈하게 다듬어지자,

눈앞에 선 두 마리 당나귀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회색빛 가죽이 번들거리고, 사람의 눈동자가 희미하게 남아 있는 두 짐승.
하지만 아무리 바라봐도 이제 더 이상 ‘아이’라는 증거는 찾을 수 없었다.


“흠… 이놈들은 좀 튼튼해 보이는군.”

땅딸보는 코를 훌쩍이며 루카의 뒷다리를 들어 올렸다.

단단한 근육이 힘줄처럼 느껴졌다.

“요놈은 버스 바퀴로 쓰면 딱이야. 질긴 고무보다 훨씬 오래 버틸 거 같군!”


말이 끝나기 무섭게, 기계공들이 달려와 쇠고리를 걸었다.

루카는 당황한 듯 몸부림쳤지만, 당나귀 울음소리만이 공장 안에 메아리쳤다.


차가운 철판 사이로 밀려들어 가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루카의 몸은 거대한 원형 틀에 맞춰져 회전축에 끼워졌다.


이제 그는 더 이상 소년도, 당나귀도 아닌,

거대한 버스의 바퀴로 굴러가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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