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휴식 시간이 되자, 단장은 동물들을 모아놓고 채찍을 휘두르며 소리쳤다.
“힘내라, 피노키오!
이제 이 고마운 관객분들께 네가 굴렁쇠를 얼마나 멋지게 통과하는지 보여줘야지.
자, 쇠턱아! 네가 굴렁쇠를 들어라!”
곰, 쇠턱의 눈빛이 순간 스산하게 흔들렸다.
지금까지 굴렁쇠 묘기의 주인공은 늘 자신이었다.
그러나 이제 주연은 피노키오였고,
그는 그저 굴렁쇠를 들어주는 조연으로 밀려난 신세였다.
곰의 두툼한 입술 사이로 날카로운 이빨이 살짝 드러났다.
그럼에도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다. 시키는 대로 해주지.’라고 말하는 듯한 침묵의 끄덕임이었다.
드디어 공연이 다시 시작되었다.
피노키오는 굴렁쇠를 향해 두 번이나 몸을 던졌다.
허리가 찢어질 듯 고통스러웠지만 이를 악물고 굴렁쇠를 완벽히 통과했다.
관객석에서는 폭발하듯 함성이 터져 나왔다.
피노키오는 고개를 숙이며 귀엽게 인사했다.
아이들은 환호했고, 어른들은 휴대폰을 들어 영상을 찍었다.
그 옆에서 굴렁쇠를 들고 있는 쇠턱은 일그러진 얼굴로 그 장면을 바라봤다.
부러움과 분노, 그리고 자존심이 뒤엉킨 표정이었다.
세 번째 순서가 되자 분위기는 절정으로 치달았다.
피노키오는 크게 원을 그리며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긴장감이 관객석에 가득 퍼졌다. 모두 숨을 죽였다.
드디어 피노키오는 전속력으로 굴렁쇠를 향해 돌진했다.
“두두둑, 두두둑, 두두둑…”
그때, 굴렁쇠를 들고 있던 쇠턱의 얼굴에 기묘한 미소가 번졌다.
그리고 피노키오가 굴렁쇠를 통과하는 바로 그 순간,
쇠턱은 굴렁쇠를 살짝 위로 올렸다.
“쿵!”
피노키오의 뒷다리가 굴렁쇠에 걸려 공중에서 무너졌다.
그는 바닥에 힘없이 내리꽂혔다.
순간 관객석은 얼음처럼 차갑게 식었다.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피노키오가 다리를 절면서 몸을 일으키자 다시 환호성이 터졌다.
피노키오는 너무 아파 눈물을 흘리면서도 관객을 향해 인사했다.
그러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관객석이 다시 환호로 뒤덮였다.
사람들은 그가 흘린 눈물조차 “프로의 눈물”이라며 박수를 보냈다.
피노키오는 고통을 꾹 참고 마구간으로 걸어갔다.
관객들은 아직 흥분이 가시지 않은 채 소리쳤다.
“오키노피 나와라! 당나귀를 보여 줘! 당나귀 나와라!”
서커스장의 불빛 아래, 단장은 관객들 앞에서 고개를 깊이 숙였다.
“존경하는 관객 여러분! 애통하게도
여러분이 사랑하시는 오피노키가 다리를 다쳤습니다.
여러분을 위해 더 높은 굴렁쇠를 뛰어넘으려는 욕심 때문이었습니다.
회복이 덜 된 몸으로 무리한 묘기를 시킨 건 모두 제 불찰입니다.
부디 오피노키가 빨리 회복되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무대에 서는 날을 기다려 주시길 바랍니다.”
순간 공연장은 무겁게 가라앉았다.
아이들은 입술을 깨물며 아쉬워했고, 어른들은 탄식을 터뜨렸다.
그러나 누구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단장은 이미 눈치챘다.
피노키오가 뛰어오르는 순간 쇠턱이 굴렁쇠를 슬쩍 들어 올린 것을.
그러나 그는 쇠턱을 혼낼 수 없었다.
피노키오가 무대에 오르지 못하면 서커스는 쇠턱이라도 내세워야 했기 때문이다.
그날 밤, 단장은 무거운 마음으로 피노키오의 회복을 빌었다.
하지만 세상일이 늘 바라는 대로 흘러주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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