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회
피노키오는 뿌듯한 마음에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길을 달렸다.
그런데 갑자기 옆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피노키오. 나 모르겠니?”
깜짝 놀라 돌아보니,
울타리 밑에서 반짝이는 껍질을 한 달팽이 한 마리가
느릿느릿 기어 나오고 있었다.
“음… 알 것도 같은데 확실히는 모르겠어요.”
달팽이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파란 머리 공주님 집에서 일하던 달팽이야.
내가 문을 열어주러 내려갔을 때 네 발이 문에 박혀 있었잖아.”
피노키오는 눈이 번쩍 뜨였다.
“아, 맞다! 달팽이님!
세상에… 진짜 반가워요! 그런데 얼른 말해주세요.
공주 엄마는 어디 계신 거예요? 잘 지내시나요?
혹시 절 용서하셨을까요? 아직도 절 기억하고 계실까요?
여전히 절… 사랑하실까요? 멀리 계신 건가요?
제가 당장 만나러 갈 수 있을까요?”
피노키오는 숨도 쉬지 않고 총알같이 질문을 퍼부어 댔다.
하지만 달팽이는 여느 때처럼 느긋하게 대답했다.
“피노키오… 가여운 공주님은 지금… 병원에 계셔.”
“네?! 병원이요?”
“안타깝지만 그렇단다.
불행을 너무 많이 겪으신 데다가
최근에는 힘들게 검은 별과 전쟁을 치르셨거든.
…지금은 빵 한 조각 살 돈도 없어.”
피노키오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
“정말이에요? 세상에… 우리 엄마! 얼마나 힘드실까!
나한테 돈이 많았다면 전부 다 드릴 텐데…
지금 가진 건 코인 다섯 개뿐이에요.”
그러더니 주머니를 뒤적뒤적하다
동전 다섯 개를 꺼내 달팽이에게 내밀었다.
“이거요. 사실 새 옷 사려고 모은 돈인데 필요 없어요.
엄마한테 당장 전해주세요.”
달팽이가 살짝 당황했다.
“새 옷은 그러면 어떻게 하려고?”
피노키오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새 옷이 뭐가 중요해요.
엄마를 도울 수만 있다면
차라리 이 헌 옷이라도 팔고 싶어요.
그러니까 제발, 어서 서둘러 주세요.
그리고… 이틀 뒤에 다시 오세요.
그땐 제가 돈을 더 모아 드릴게요.
이제부터는 아빠뿐 아니라 엄마를 위해서도
매일 다섯 시간씩 일을 더 할 거예요. 꼭이요!”
피노키오가 간절하게 손을 모으자,
달팽이가 감동한 듯 껍질을 번쩍 들었다.
그 순간, 믿기 힘든 일이 벌어졌다.
늘 세상에서 제일 느린 생명체였던 달팽이가…
뜨거운 여름밤의 아스팔트를 밟은 도마뱀처럼
미친 듯이 쏜살같이 달려 가는 것이다.
“엥? 달팽이님, 언제부터 이런 스피드가…?”
피노키오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멍하니 달려가는 달팽이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집에 돌아오자 아빠가 물었다.
“새 옷은 어디 있니?”
피노키오는 씩 웃으며 대답했다.
“저한테 꼭 맞는 게 없었어요. 괜찮아요! 다음에 사면 되죠.”
그날 밤, 피노키오는 평소 열 시까지 하던 일을 열두 시까지 이어갔다.
덕분에 보통 여덟 개를 만들던 인형을 무려 열여섯 개나 완성했다.
손은 아프고 눈은 시렸지만, 마음은 이상하게도 편안했다.
잠자리에 들자, 피노키오는 놀라운 꿈을 꾸었다.
초록 머리 공주 엄마가 환하게 미소 지으며 나타난 것이다.
그녀는 다정하게 피노키오의 이마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
“장하다, 피노키오. 네 착하고 갸륵한 마음 덕분에
이제 지난 잘못은 모두 용서하마.
부모가 힘들고 가난할 때
기꺼이 곁에 있어 주는 아이는 칭찬과 사랑을 받을 만하지.
반드시 말 잘 듣는 모범생이어야만 사랑받는 건 아니란다.
앞으로는 착하게 살렴. 그러면 행복해질 거야.”
꿈은 거기서 끝났다. 피노키오는 깜짝 놀라 눈을 떴다.
그런데… 믿기 힘든 변화가 벌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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