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터에서 들은 말

by 이진무

붐비던 장터 골목

사람들은 더 이상 오지 않는다.

월세를 내야 하는데 걱정이 태산이다.

막노동이라도 해야 하는가!


돼지기름 둥둥 떠다니는 솥에서

근심을 가득 담아 국을 퍼먹던 중

돈을 꿔간 동동이

로또를 맞았다는 소리를 들었다.


깜짝 놀라 두리번거리는데

누가 그런 말을 했는지 알 길이 없다.


건어물을 파는 A 씨는

파리채를 든 채 꾸벅 졸고 있고

국밥집 할머니는 돌을 걷어 찾는지

다리를 절며 욕을 하고 있다.


몇몇 시장 사람들은 함께 모여

걱정과 절망으로 검게 퇴색한 얼굴을 하고

국을 먹고 있었지만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다고 한다.


갑자기 안개가 낀 듯 머리가 먹먹하다.

아직 잠에서 덜 깼는가!

그러나 분명히

동동이 로또를 맞았다는 소리를 들었다.


나는 참지 못하고 부리나케

동동의 반찬 가게로 달려갔지만

가게는 셔터를 굳게 내린 채

휴업중이라는 종이 팻말을 들고 있을 뿐이다.


나는 동동의 가게 앞에서

로또를 맞았는지 따질 요량으로

온종일 인상을 쓰고 서 있었다.



80년대 시장.jpeg


아주 오래전, 어쩌면 별로 오래되지 않았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시간의 개념이 아니라 마음으로 느껴지는 거리감으로 본다면 말입니다.

무전취식하며 떠돌아다닌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모두 어려울 때였습니다.

하루 번 돈으로 하루를 살아야 하는,

하루를 벌지 못한다면 다음 날은 먹을 게 없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이 시는 그때 시골 장터 사람들을 생각하며 썼습니다.

묵묵히 국밥을 퍼먹던 사람들 속에는

월세를 내지 못해 안달하던 사람도 있었습니다.

날마다 복권을 사며 도와달라고 기도하던 사람도 있었지요.

그러나 이럴 때는 하늘이 참 냉정했습니다.

다 뜻이 있다고 하면서 말입니다. 우습죠.

그래도 그렇게 살아남았습니다.

그래서 그때의 마음을 떠올립니다.

글자들로 그 시절의 냄새를 전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