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가 있었습니다.
햇살처럼 웃음이 굴러다니고
연인 같은 건물들이 줄지어 있었습니다.
그녀는 그곳을 좋아했습니다.
마음을 열고 입술을 허락하면서
좁지만 넉넉한 거리라고 말했습니다.
비가 오면 비를 맞으며 눈이 오면 눈을 맞으며
걷고 또 걸어도 걸음은 항상 그곳으로 향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모두 사라지고 거리는
마음에만 남았습니다.
그녀는 마지막 가게 문을 닫듯이
마음을 닫고 헤어지자고 말했습니다.
이제 텅 빈 바람만 맴도는 거리입니다.
곳곳에 남은 추억을 더듬으며
나는 한숨만 깊어집니다.
혼자 남은 새처럼
계단에 앉아 언덕 넘어
노을 지는 하늘을 바라봅니다.
비가 올 듯 말 듯, 하늘이 잔뜩 흐립니다.
그래도 비는 오지 않을 것 같네요.
오늘은 야구 한국시리즈가 열리는 날입니다.
요즘 웃을 일도 별로 없는데,
오늘만큼은 마음껏 소리라도 지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니 비는 좀 참아줬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날이 궂어서일까요. 동네 앞길을 걷다 보니 별의별 생각이 다 듭니다.
문득 옛날 사귀던 여자 친구가 떠오릅니다.
둘이 참 많이 돌아다녔는데, 그중에서도 유독 자주 가던 거리가 있었습니다.
주변에 먹자골목, 포장마차, 노래방이 있어서 우리 둘이 다니기엔 딱 좋은 곳이었죠.
그런데 어느 날부터 그 거리에서 사람들이 하나둘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많던 가게들도 하나둘 문을 닫았습니다.
어느새 시골 골목보다도 못한 거리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때쯤 여자 친구와 헤어졌습니다.
왜 헤어졌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이상한 일입니다. 분명 그때는 뜨겁게 사랑했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그렇게 잊히고, 다시 사랑하고, 또 잊히고.
우리는 그렇게 살아가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