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거리

by 이진무


거리가 있었습니다.

햇살처럼 웃음이 굴러다니고

연인 같은 건물들이 줄지어 있었습니다.


그녀는 그곳을 좋아했습니다.

마음을 열고 입술을 허락하면서

좁지만 넉넉한 거리라고 말했습니다.


비가 오면 비를 맞으며 눈이 오면 눈을 맞으며

걷고 또 걸어도 걸음은 항상 그곳으로 향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모두 사라지고 거리는

마음에만 남았습니다.


그녀는 마지막 가게 문을 닫듯이

마음을 닫고 헤어지자고 말했습니다.


이제 텅 빈 바람만 맴도는 거리입니다.

곳곳에 남은 추억을 더듬으며

나는 한숨만 깊어집니다.


혼자 남은 새처럼

계단에 앉아 언덕 넘어

노을 지는 하늘을 바라봅니다.



포장마차길.jpeg

비가 올 듯 말 듯, 하늘이 잔뜩 흐립니다.

그래도 비는 오지 않을 것 같네요.

오늘은 야구 한국시리즈가 열리는 날입니다.

요즘 웃을 일도 별로 없는데,

오늘만큼은 마음껏 소리라도 지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니 비는 좀 참아줬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날이 궂어서일까요. 동네 앞길을 걷다 보니 별의별 생각이 다 듭니다.

문득 옛날 사귀던 여자 친구가 떠오릅니다.

둘이 참 많이 돌아다녔는데, 그중에서도 유독 자주 가던 거리가 있었습니다.

주변에 먹자골목, 포장마차, 노래방이 있어서 우리 둘이 다니기엔 딱 좋은 곳이었죠.

그런데 어느 날부터 그 거리에서 사람들이 하나둘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많던 가게들도 하나둘 문을 닫았습니다.

어느새 시골 골목보다도 못한 거리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때쯤 여자 친구와 헤어졌습니다.

왜 헤어졌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이상한 일입니다. 분명 그때는 뜨겁게 사랑했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그렇게 잊히고, 다시 사랑하고, 또 잊히고.

우리는 그렇게 살아가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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