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말에 숨지 않길
지난 사랑을 끝낸 뒤 시간이 꽤 흘렀지만
문득 최선을 다했다는 말의 무게에 대해 생각했다.
유독 나도 그도 만나는 동안
갈등의 상황에서 가장 많이 썼던 말.
그 말을 썼던 때에는
말 그대로 그게 최선이라 생각했는데
이제와 보니 그 말을 쓰던 모습들이
왠지 모르게 비겁하게 느껴진다.
나 정말 최선을 다했어.
미안하지만 나에게는 그게 최선이었어.
너만 최선을 다 한 게 아니야.
우린 서로 최선을 다했지만.
나도 정말 최선을 다해보려고 노력했어.
우리가 서로에게 주고받았던 최선이라는 말들.
하지만 그 최선이
서로에게 정말 필요한 최선이었는지 생각해 본다.
상대에게 필요하지 않았던
혹은 내가 하고 싶었던 최선을 다해놓고
상대와의 갈등상황에서
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무기로 혹시
이 말을 사용하진 않았는지 생각해 본다.
생각해 보면 나도 그 말을 듣는 순간마다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완벽히 상대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말.
최선을 다했다는 사람에게
과연 누가 쉽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서로가 서로에게 가장 가까운 사람이 되겠다고
선언하고 약속한 뒤로
최선을 다 하지 않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모두 자기 나름대로는
다들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럼에도 우린 서로에게
최선을 다했던 의도와 다르게
상처를 주고받곤 했으니.
최선을 다했다는 건 어쩌면
상처받은 피해자가 있는상황에선
중요하지 않은 말이었는지도 모른다.
최선이 과연 누구를 위한 최선이었는지
누구에게 필요했던 최선이었는지.
그 최선의 방향을 서로 논의해 본 적이 있었는지.
적어도 다음 사랑에선 이 말의 뒤에 숨지 않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