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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망 Mar 15. 2022

즉흥적일까? 대책이 없는걸까?

즉흥도 계획을 세우는 사람

저는 즉흥적인 걸 좋아하지 않아요.


가끔 무계획적으로 무언가를 하기는 하지만,

그것조차 그날 하루는 아무 생각없이 살겠다는 큰 다짐을 하고

봇짐을 싸두죠.


그래서 거의 늘 어떤 루틴에 맞춰서 사는 편이고,(맞춰서인지 갇혀서인지 잘 모르겠지만)

덕분에 늘 새롭다 싶을만한 일은 없고

기대와 다른 일이 생길 모멘텀도 잘 없어요.


그런데, 아주 즉흥적인 남자와 연애를 하게되었어요.

어찌보면, 안 맞아서 답답했을 뻔도 한데,

나랑 다른 그 점이 너무 좋아보였나봐요.


그렇게 결혼을 하게 됬죠.


남편은 가끔 저보고 안하던 짓을 하라고, 좀 편안해지라는 얘기를 하곤 해요.

어제는 그 얘기를 듣고, 핸드폰 충전하는 걸 의도적으로 잊어보려고 했어요.

왜냐면 오늘은 외출할 계획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말이예요.

오늘 남편이 눈을 뜨고,  비가 오니 갑자기 고궁을 걷고 싶다지 뭐예요.

다음주에 가보자는 저의 얘기에,

돌아오는 주말에 비가 올지 어쩔지 모르니 꼭 오늘이어야 한다고 채근을 하는거예요.


그래요, Why not? 안될건 또 뭐 있담. 하면서 차에 탔어요.

차에 탔더니, 아, 이 남편이 배터리가 없는 핸드폰으로 음악을 좀 틀어보라는군요.


아. 핸드폰 배터리가 없다. 충전할 길도 없고. 

남편 핸드폰으로 음악을 틀면서 

그래, 하루 핸드폰 없이 사는 것도 나쁘진 않지. 

 마음을 먹고 즐겨보려고 했어요.


그런데 고궁 앞에 주차를 하자마자,

어머, 우리 차에 우산이 없네. 


비가 와서 비 오는 고궁을 걷겠다고 나온 사람들이

우산이 없이 나왔죠.


이게 즉흥적인 서사의 결말이죠..

저와 남편이 종종 실갱이 하는 내용인데, "즉흥"과 "대책없음" 사이에 차이가 어디인가 ㅎㅎ


그렇습니다.

대책없는 저랑 남편은 

우산 없이 여기에 서있는 거죠.


배가 고프니 일단, 밥을 먹고 고민할까!?하며, 


일단 들어간 가게는 소바집이였어요.

날은 스산했으니 소바는 안땡겨서 시킨 돈까스가 세상에 너무 맛있는거예요.

 

그리고는 비가 그치지 않아서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며 커피라도 한잔할까 들어갔죠.


커피 집에서는 좋아하는 목장의 우유로 아이스크림을 만들고 있다고 광고를 걸었더라구요.


어머어머,

아이스크림 맛있다는데, 카페인도 필요하고 하니

아포가토 주문!


여태까지 먹어본 중에 제일 맛있는 단쓴단쓴의 아포카토를 대용량으로 먹게 되었어요.


저는 오늘, 남편의 대책없음을

즉흥적인 잔치로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ㅎㅎ


가끔은 정말이지 계획없이 무계획이어야겠어요.


오늘도 잘, 넘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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