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수고한다

by 사비나

옥상달빛의 '수고했어 오늘도'는 해마다 나의 학생들과 음악 수업 시간에 빼놓지 않고 부르는 노래이다.


수고했어 오늘도

아무도 너의 슬픔에 관심 없대도

난 늘 응원해, 수고했어 오늘도


고음이 아닌 대부분 저음과 중음으로 작곡되어 변성기 아이들도 편안하게 부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무엇보다 가사에 위로와 인정의 힘이 담겨 있어 모두에게 사랑받는 곡이다.

부르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그리고 수고한 우리 모두에게 말이다.


수, 고...

받을 수, 고통 고


우리는 모두 수고하고 있고, 심지어 수고하세요(고통을 받으세요)라는 말은 격려의 의미로 전해진다.

이 말이

내가 당신의 고통을 잘 압니다. 그러니 부디 힘내고 잘 견디세요 라는 응원과 위로로 받아들여야 하는 말이라는 걸 난 최근에서야 알았다.

그래서 수고했다는 말은 얼마나 힘들었니, 그 노력과 고통을 내가 잘 알고 있어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겠다.

누군가 내 수고를 알아준다는 것, 그리고 그 마음을 말로써 표현해 준다는 건 참 고마운 일이다.


저녁 6시가 되면 나는 습관적으로 라디오를 켠다.

주파수를 93.1로 맞추면 전기현 씨가 진행하는 <세상의 모든 음악>을 들을 수 있다. 클래식, 팝송, 샹송을 비롯해 칸초네와 파두 그리고 저 멀리 남미의 보사노바까지 그야말로 두 귀로 세상을 두루 여행하는 느낌이다. 하지만 그보다 이 프로그램이 많은 사람들에게 오랜 시간 사랑받는 이유는 따로 있다.

언제나 변치 않는 '오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로 끝나는 오프닝 멘트 때문이다.

하루의 고된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위에서, 그리고 나처럼 퇴근 후 돌아올 가족들을 위해 저녁을 준비하는 부엌 한켠에서 라디오를 통해 오늘도 수고 많았다는 멘트를 들으면 나에게만 하는 말이 아님에도 내 하루의 고됨을 누군가가 알아주는 것 같아 고맙고 위로의 말에 가슴이 따뜻해져 온다. 유난히 일이 잘 풀리지 않았거나 버거웠던 날일수록 그 말은 더욱 절절히 안겨온다.

쉬운 말인데도, 흔한 말임에도...


세상은

오늘도 어제와 다른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더 나은 미래를 향해 가고 있다.

이 모든 건 세상 곳곳 각자의 자리에서 우리 모두가 기꺼이 수고하고 있는 덕분이 아닐까.

지금도

너와 나, 그리고 우리는 모두 수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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