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석을 불렀고 학생은 대답했다고 하나 듣지 못한 내가 결석처리를 한 것 같아 기분이 나빴다는 게 이유였다.
학생이 나를 국민신문고에 신고한 이유가...
이틀 전 올라왔던 신고 글이라며 사실 확인을 하기 위해 장학사 한 분이 내게 전화를 걸어왔다.
대강의 이야기를 전해 듣고 뒤이어 그 학생을 만나 자초지종을 들었다. 게시한 내용 그대로였으며 글을 올린 건 그 일이 있던 바로 그 수업 시간이란다.
떨리는 맘을 억누르며 말했다. 수험생활로 스트레스가 많았던가 보라고... 그 아이는 네...라는 대답과 함께 사실은 그 수업 시작 바로 직전에 자기에게 좋지 않은 일이 있어 기분이 이미 안 좋은 상태였었다고 실토했다.
그렇다고 출석체크 여부를 직접 교사에게 확인하는 절차 없이 임의로 간주해 신고까지 하는 일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어렵다고 나는 말했다.
그 아이는
그건 죄송하지만, 앞으로는 선생님도 학생들의 출결을 제대로 확인하라고 내게 충언한다.
하! 교직 25년 차에 학생에게 처음 듣는 말이었다.
더욱 억울한 건
난 그 학생을 결석처리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또한 더 어처구니없는 건 그렇게 글을 올려도 아무도 안 읽을 줄 알았다는 학생의 말 같지 않은 변명이었다.
1년간의 긴 휴직을 마치고 복직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때인 지금의 2학기에 나는 마음 안에 긴장감이 풍선처럼 부풀어 있는 고3 수험생들에게 음악 교과를 가르쳐야 했다. 어떤 내용을 수업해야 아이들의 지친 마음에 도움을 줄 수 있을까를 매일 고민하며 수업을 계획했다. 그리고 너무나 고맙게도 아이들은 내 수업에 귀를 기울이고 열심히 들어주었다.
복직하길 참 잘했구나, 수능을 두어 달밖에 남기지 않은 시점인데도 어쩜 이리 음악 수업에 호응을 잘해줄까 하며 매일매일 감탄하고 있던 차에 제대로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다.
그 일이 있은 후, 맥이 빠지고 솔직히 수업도 더 이상 잘하고 싶지 않았다.
내 안 어딘가에서 푸르르게 잘 자라던 나무가 갑자기 훅 불어 온 바람에 송두리째 뽑혀나간 느낌이었으니까.
평소 좋아하는 우리 가요가 있다.
지금은 우리 곁을 떠난 고 김민기 님이 작사 작곡한 노래 '봉우리'는 주옥같은 가사로 많은 사람들에게 힘을 주곤 한다. 물론 내게도 마음과 상황이 어려운 때 큰 위로를 준 곡이다. 그윽한 내레이션으로 시작되는 이 노래를 함께 감상하고 각자의 소감과 비평을 글로 써보게 하는 수업을 했다. 조금이라도 위안을 얻어 보라고, 조금만 더 힘을 내라는 나의 응원이었다.
곡을 들으며 긴 가사를 꾹꾹 눌러쓰던 아이들에게 이 곡은 어떤 의미를 갖게 할까, 정말로 보이지 않는 이 노래가 이 아이들에게 힘과 용기를 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갖는 동안 수업은 끝이 났다.
교무실 내 자리로 돌아와 아이들이 정성껏 쓴 수업 활동지를 읽는다.
그리고
어느새 내 눈에 뜨거운 무언가가 맺혔다.
나는 혼자서 나에게 속삭인다.
그래,
복직하길 참 잘했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