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와 처서를 지나면서 기세등등하기만 하던 매미 소리가 확실히 달라졌다. 더 작아지고 가끔 불어오는 찬바람에는 더욱 풀이 죽은 것처럼 처연히 들린다.
수년을 땅 속에 있다가 겨우 2~3주만 세상에 존재를 드러낸 후 아주 짧은 생을 마감하게 되는 매미를 보면 안타깝고 덧없겠다 싶다.
하지만
과연 매미도 자신들의 일생을 그렇게 생각할까?
자신들의 일생이 안타깝고 덧없다고?
2~3주의 시간이 매우 짧다는 건 지극히 우리 인간의 관점이지 매미의 관점은 아닐 거란 생각이 든다.
매미에게 그 기간은 짧은 것이 아니라 너무도 당연한 것이며 오히려 죽어가면서도 이번 생을 충분히 행복히 잘 살고 떠난다고 자기네끼리 날개로 말할지 모른다.
한참 전에 종영한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았고 지금도 간간이 회자되고 있다.
넉넉지 않지만 오히려 지금보다 풍요로운 시대였다 싶은 건 나만의 생각이 아닐 것 같다.
인정이 있었고, 이웃 간의 관심과 정이 있었던 그 시절에는 물질적으로 많은 결핍이 있었음에도 지금보단 확실히 따뜻했음을 드라마는 잘 묘사했다.
그저 냉장고 속 김치랑 남은 찬밥을 쓱쓱 볶은 김치볶음밥을 동네 친구들과 나눠 먹고, 겨우 천 원짜리 시장 국수 한 그릇씩 이웃과 사 먹으면서도 혼자가 아닌 함께였으며 그 안에는 웃음과 많은 이야기들이 오갔다.
소박하기 그지없는 그야말로 서민 냄새 가득한 풍경이지만 훨씬 더 많은 것을 가진 지금의 우리에게는 결코 쉽게 느낄 수 없는 황금 같은 장면이다.
어릴 적 나는 엄마가 계란 프라이 하나만 해주셔도 밥 한 그릇을 뚝딱 먹었었고, 거기에 간장과 참기름까지 더하면 스테이크 밥상이 부럽지 않았다.
나에게 그건 분명 행복이었다.
누군가에겐 그저 초라해 보일지 몰라도 작은 것 안에서도 기쁨을 느끼는 행복한 사람도 분명 많다. 심리학에서도 행복은 크기가 아니라 작더라도 빈도의 영향이 더욱 크게 작용한다는 것을 여러 연구들을 통해 증명해 왔다.
그러니
나보다 못하다 싶은 사람도 함부로 내 관점으로만 쉽게 그의 인생을 재단하지 말아야겠으며, 또한 작은 모든 것들을 넉넉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바라볼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반성을 해본다.
곧 들리지 않을 매미 소리를 들으며
다른 어느 곤충보다 이 여름을 맴맴 울어대며 열심히 살다가는 정열의 매미들에게 마음속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