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소는 이제 망할까?
갓성비가 대세인 요즘, 나는 쿠팡을 넘어서 테무(Temu)까지 손을 뻗고 있다.
쿠팡은 여러 차례 취약한 노동환경 문제로 뉴스에 오른 적 있고,
테무 역시 구조상 다를 게 없을 거라 생각한다.
싼값에 물건을 산다는 건, 결국 누군가가 그만큼 손해를 보고 있다는 뜻이다.
알면서도 손이 간다. 쿠팡, 테무, 그리고 한국 가성비의 제왕—다이소.
최근 다이소는 화장품에 이어 건강기능식품까지 들이며,
거의 무적처럼 보일 만큼 승승장구 중이다.
대체 어떻게 모든 제품을 5천 원 이하로 맞추는지,
그 속사정은 알고 싶지 않을 만큼 완벽한 소비자 경험을 준다.
대학교 동기 중에는 LG생활건강에서 화장품 BM으로 일하는 친구가 있는데,
예전에 다이소 이야기를 하다 1년치 쌍욕을 한 적이 있다.
그 이유는 이렇다.
지금은 다이소가 갑이 되어, 수많은 대기업들이
줄줄이 미팅을 잡고, 고개를 숙이고, 다이소 입점을 위해 매달린다는 것.
그만큼 지금 소비자들은 값싼 물건에 매료되어 있다.
양심이 찔린다.
그러나 현실도 무시할 수 없다.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으니 결국 나도 가성비의 블랙홀로 끌려 들어간다.
스스로 고문하듯 반복되는 이 소비의 악순환.
하지만 어쩌겠는가.
진짜로 필요한 생활용품을 단돈 오천 원에 살 수 있는데.
최근엔 궁금증에 못 이겨 다이소에서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까지 사봤다.
그리고… 그냥 너무 좋았다.
올리브영에서 5만 원 넘게 주고 사야 하는 것들을
비슷한 성분으로, 귀여운 용량에 담아 만원 안팎에 구매할 수 있다니.
이건 거의 마법이었다.
그래서인지 다이소의 인기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을 거라 생각하던 찰나,
오늘 아침 출근길에 기사를 하나 읽었다.
다이소가 이제 끝날 수도 있다는 기사였다.
생각해보면… 맞는 말 같기도 하다.
기사의 요지는 이렇다.
최근 몇 년간 공격적인 확장을 해온 다이소는
이제 더 이상 뻗어나갈 여지가 없고,
물가 상승으로 인해 공급업체들이
이제는 ‘5천 원’이라는 기준 가격을 맞추는 데 한계를 느끼고 있다.
다이소가 판매하는 제품은 이미 생활용품부터 화장품, 건강기능식품까지
거의 모든 영역을 커버하고 있다.
SKU를 더 늘려봐야 한계가 명확하고,
더 많은 매장을 낸다고 해도, 그 또한 무한정 가능하지는 않다.
이쯤에서 들었던 생각은 하나.
"그렇다면… 다이소 플러스는 어떨까?"
(※ 가치소비를 이야기해 놓고 다이소 확장 기획을 쓰는 건 어쩌면 모순이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아이디어 공유용 실험실이다. 이 모순이 불편하다면 여기서 컬럼을 닫아도 괜찮다.)
지금의 다이소는 1,000~5,000원 사이 제품 중심이다.
그야말로 갓성비.
한국을 대표하는 관광지로까지 자리 잡은 다이소.
(실제로 외국인 관광객들이 줄 서서 다이소에 들어가는 모습을 본 적 있다.)
하지만 해외 진출은 또 다른 문제다.
미국에는 이미 Dollar Store, Dollarama, 그리고 Target 같은 유사 경쟁 브랜드들이 존재하고,
다이소가 해외에서 그대로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렇다면 새로운 방향은 이렇다.
다이소 플러스.
6천 원에서 1만 원대의 ‘가치가 있는’ 제품군.
기존 다이소와는 진열 색도 다르게—예컨대 파란색 진열대로
고급스럽고도 질 좋은 제품들을 선보인다.
브랜드 제품을 ‘소용량 + 합리적 가격’으로 재구성해 파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올리브영에서는 쿠션 하나를 사면 미니 쿠션을 사은품으로 준다.
하지만 정작 미니 쿠션만 사고 싶어도 따로는 팔지 않는다.
결국 3~4만 원을 써야만 가질 수 있는 사은품인 셈이다.
그런데 다이소 플러스에서는
이 ‘미니 쿠션’만을 정가 1만 원에 구매할 수 있게 만든다.
헤라 쿠션 (3만 원) → 미니 사이즈 1만 원
맥 립스틱 (3만 원) → 미니 립 9,900원
브랜드와 직접 협업해서 만든 공식 미니 버전을 여행용, 샘플용으로 내놓는 개념.
해외 브랜드도 포함할 수는 있겠지만,
보다 조심스럽고 정제된 접근이 필요하다.
처음에는 이 아이디어가 너무 마음에 들어
흥분한 채로 칼럼을 쓰기 시작했다.
그런데 쓰다 보니 점점 "무리수였나?" 싶은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하지만 어떻겠는가.
상상은 언제나 자유고, 기획은 언제나 실험이다.
이걸 실제로 실행하려면
더 많은 스텝, 재정 계획, 협력사 계약, 브랜딩 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나는 그런 숫자 계산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나는 상상하고, 생각하고, 제안하는 사람이다.
혹시라도 이 컬럼을 다이소 관계자가 본다면,
자유롭게 가져가 실행에 옮겨보길 바란다.
“너무 쉽게 얘기하는 거 아니냐?”고 할 수 있다.
맞다. 내 일이 아니니까 쉽게 얘기한다.
하지만…
그게 실험실의 묘미 아닌가?
그리고
이 시대를 힘겹게 살아내고 있는
모든 직장인들, 모든 레이지들에게
조그마한 응원이 닿기를.
PS.
실현 가능성은 둘째치고,
'브랜드 제품의 미니 사이즈를 저렴하게 판매하는 플랫폼'이라는
이 실험의 씨앗은 언젠가 어디선가 틔울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