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우주를 살아가는 우리

우리는 어디에 있을까?

by 하루



얼마 전, TV 앞에 앉은 채 문득 멈췄다.
평소 같았으면 스쳐 지나갔을 과학에 관한 예능이었다.
볼 것도 없고, 딱히 할 일도 없던 어느 오후,
무심코 틀어놓은 그 프로그램이 내 생각을 바꿔버렸다.




나는 과학이나 수학은 나와 거리가 먼 것으로 여겨왔다.
어릴 적엔 시험을 위해 외우기 바빴고,
실험은 그저 정답을 맞추는 게임처럼 느껴졌다.

그래서인지 성인이 된 이후에도 과학은 늘 나와는 무관한 세계 같았다.
‘내가 살면서 잘 알지 못해도 불편할 것은 딱히 없는 학문’
이라는 고정관념 속에 오랫동안 머물러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날따라 귀에 들어온 단어 하나가 나를 멈춰 세웠다.
“특수상대성이론”

물리학에 대한 관심도 지식도 없었던 나에게
그 단어는 그저 ‘어렵고 추상적인 개념’일 뿐이었다.
하지만 화면 속 과학자가 그 이론을 설명하던 장면을 바라보며,
문득 이상한 감정이 올라왔다.


“어라, 이거... 어쩌면 내가 평소에 생각하던 것과 비슷한데?”




나는 늘 ‘시간’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한다.
누군가에게 하루는 눈 깜짝할 새에 흘러가고,
또 어떤 이에게는 같은 하루가 며칠처럼 무겁게 느껴지기도 한다.
모두가 똑같은 24시간을 살아가는데, 그 시간이 다르게 흐른다.


예전엔 그것이 단순히 감정의 문제라고 여겼다.
기분, 몰입, 혹은 지루함의 차이.


그런데 과학은 이렇게 말한다.
빛의 속도에 가까워질수록 시간은 느려진다.
우리가 절대적이라고 믿었던 시간은, 사실 상대적인 것이다.


그 말이 이상하게도 내 마음 깊숙이 와닿았다.
물리학이라는 낯선 학문이,
어느새 내 삶의 감각과 겹쳐지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공간’에 대해서도 생각이 이어졌다.
같은 자리에 있어도, 같은 방 안에 있어도,
사람마다 느끼는 분위기와 온도는 다르다.


어떤 공간은 유독 편안하고,
어떤 공간은 아무 이유 없이 숨이 막힌다.
지리적 위치는 같지만, 그곳에서의 경험과 감정은 모두 다르다.


그게 어쩌면 상대성이론이 말하는 또 다른 진실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같은 공간에 있어도, 같은 세계를 살아가지 않는다.




시간이 상대적인 것처럼, 공간도 상대적이다.
삶도 마찬가지다.


누군가는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을 쫓고,
또 누군가는 고요히 정지된 공간 안에 머물러 있다.
같은 하루, 같은 장소, 같은 세계를 살아가도
그 안에서의 속도와 온도, 그리고 방향은 모두 다르다.


그날, 그 프로그램을 보고 나는 생각했다.

혼자만의 생각이지만, 우리는 각자 우주를 살고있다.


그리고 그 모든 차이는

틀리지도 , 이상하지도 않다.

그냥 , 그저 당연히 다른것 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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