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는 그만 찾자

시작하기도 전에 왜 이유를 찾아

by 하루



사람과 대화를 하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말이 안 통한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나는 그저 이야기하고 싶었을 뿐인데,
상대는 설득하거나, 반박하거나, 방향을 바꾸려 한다.




조언이 필요한 것도 아니었고,
정답을 구한 것도 아니었다.

그냥 마음속에 담아둔 생각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었을 뿐이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어.”
“이렇게 해보려고 해.”


그 말의 끝은 대개 “어때?” 였지만,
그건 허락을 구하는 질문이 아니었다.
그냥 들어줘도 되는 말이었다.




그런데 돌아오는 대답은 늘 같았다.


“근데 왜 그렇게 하려고?”
“그건 아닌 것 같은데...”
“그렇게 하면 안 되는 이유가 있잖아.”


왜 자꾸
이유를 찾고, 반대부터 해야 되는 걸까.


가끔은 그냥
“좋아, 그렇게 해봐.”
“응, 넌 할 수 있을 거야.”


그 한 마디면
괜찮았을 텐데.




말을 꺼내면 꺼낼수록
내 말은 잘리는 데 익숙해지고,
내 표정은 무뎌졌다.

결국 나는 말하지 않았다.

듣지 않을 거라면,
말할 이유도 없으니까..


나는 조언이 무서운 게 아니다.

나를 꺾으려 드는 말들이
그 어떤 실패보다 나를 더 무너지게 하니까 그렇다.




대화를 하면 할수록
의욕은 사라지고,
자신감은 줄어든다.

결국
시작조차 못 하게 되는 날이 많아졌다.

누군가는 진심으로 걱정해서 말했을지도 모른다.
그 말이 틀렸다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내가 기대한 건 반대가 아니라, 믿음이었다.


이해하려는 척하지 말고
그냥 믿어줘도 괜찮을 때가 있다.
이유를 찾는 대신,
그냥 내 편이 되어줘도 괜찮을 때가 있다.




모든 말은 조언이 아니어도 된다.
모든 대화는 방향을 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겐 충분한 위로가 된다.


나는 지금도,
무언가를 시작할 때마다
머릿속에 그 말들이 먼저 떠오른다.


“근데 왜?”
“그건 좀 아닌데.”
“그렇게 하면 안 될걸?”


그 말들이
시작하기도 전에 내 마음을 식힌다.




그래서 이젠 묻고 싶다.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 이유를 찾아야 해?

정말 그게 어른스러운 거야?
정말 그게 다 옳은 거야?


때론 이유 없는 선택이
가장 진짜일 수도 있다.

때론 불안한 걸음이
가장 나다운 걸음일 수도 있다.

그러니 제발,
이유는, 그만 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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