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하게 말했는데, 그게 철없는 거야?
평소처럼 출근하고, 톡방을 켰다.
늘 그렇듯, 별 내용도 없는 말들이
쉴 새 없이 오갔다.
의미 없는 농담, 익숙한 리액션.
친구들과의 대화는 늘 편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조금씩 낯설기도 했다.
친구들은 성실하고 똑똑한 사람들이었다.
자격증을 땄고, 대학을 졸업했고,
좋은 회사에 들어가 묵묵히 오래 다녔다.
그들은 규칙을 잘 지켰고
어른이 되는 과정을 교과서처럼 밟아왔다.
나는 조금 다르게 살아왔다.
정해진 길보다 가고 싶은 방향을 따라 움직였고,
공부보다 사람을, 성과보다 경험을 더 많이 배웠다.
실패도 많이 했고, 이유 없는 후회도 많이 남겼다.
그래서인지, 내가 살아온 방식이
때론 친구들의 기준 밖에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다.
그날, 나는 톡방에서
조금 더 솔직해지고 싶었다.
그냥 지나칠 수 있었던 감정을
가볍지 않게 꺼냈다.
“나 요즘 좀 불안해.”
“뭘 하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고.”
“그냥 좀, 멍하달까…”
그 대화의 끝은 이랬다.
“야, 철 좀 들어 ㅋㅋ”
농담이었을 수도 있고
장난이었을 수도 있다.
그 말에 내가 발끈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이
묘하게 무거워졌다.
왜일까..?
솔직하게 말한 감정은
왜 철없다는 말로 돌아와야 할까..?
고민을 말했을 뿐인데,
왜 미성숙으로 여겨지는 걸까..
어쩌면 그들에게 나는
늘 에너지 넘치고,
가볍게 사는 사람처럼 보였을지도 모른다.
늘 웃고, 농담 잘하고,
가끔 ‘별나다’고 느껴지는 친구.
하지만 그 ‘별남’ 속에도
무게는 있고, 깊이는 있고,
버티는 나날들이 분명히 있었다.
나는 가끔 감정을 표현하는 걸
‘용기’라고 생각한다.
웃으면서 아무렇지 않게 넘기는 게 아니라
진심을 드러내고, 불안도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것.
그게 진짜 어른스러움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사회는,
우리를 자꾸만 감정을 숨기는 쪽으로 훈련시킨다.
참아야 한다고,
다 괜찮은 척해야 한다고,
어른이라면 조용히 버텨야 한다고.
그래서 사람들은
아픈 걸 말하지 않는다.
슬픈 걸 들키지 않으려 한다.
지쳐도 웃고,
무너져도 버티는 법부터 배운다.
하지만 나는 다르게 살고 싶다.
나답게, 솔직하게, 감정을 감추지 않고,
말한다고 해서 약한 게 아니고
드러낸다고 해서 미숙한 것도 아니다.
지금의 나는 ‘철든 어른’이라 불리기보다는
내 감정에 정직한 사람이고 싶다.
그게 누군가에겐 철없게 보이더라도.
나는 그냥 내 삶을 살아온 거고,
그 속에서 배운 감정들을
말한 것뿐이다.
그게 왜 어른이 아닌 건지
그 말엔 아직도 답을 찾지 못하겠다.
어른이 아니라니.
내가 말한 진심이,
그저 ‘철없는 말’로만 들리는 세상이라면
우리는 지금, 너무 많은 감정을 놓치고 사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