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요 - 아르바이트 후기
(2011년에 적었던 글입니다.)
코엑스에서 한다기에 집이 멀어 교통이 부담스러운 게 있었지만, 서울 구경한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신청했다.
당시 일자리를 이리 쑤시고 저리 쑤시는 상태였고 그렇게 해도 연락하나 오지 않았기 때문에 잊고 살았는데 호텔 알바중에 전화가 왔다. 당연히 하겠다고 했다.
역시 강남의 냄새는 다르구나. 사람들이 뭔가 달라 보였다.
첫날은 임무 교육을 받고 유모차 조립을 했다. 금방 끝났다. 유모차 조립도 어렵지 않았고 조금 부담스러운 것은 어느 학교인지 잘 모르겠으나 컨벤션경영학과에서 단체로 수업 대체로 오는 바람에 이미 패가 갈려 있었다는 것. 이전에 했던 아르바이트는 조금 대화를 하면서 친해질 기회가 있었는데 이 일은 이미 친한 사람들끼리 옹기종기 붙어 있었기에 일만 하다 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 날. 8시 30분까지 오라고 해서 새벽에 일어났다. ‘내가 왜 했을까’라는 생각과 동시에 부랴부랴 준비하고 출동. 1호선 용산 급행을 타면서 역시 동인천역에서 출발하니 앉아서 갈 수 있어 편했다. 하지만 2호선에서 출근길 사람들의 애환을 직접 경험했다. 정말 토 나오는 줄 알았다. 손을 내 가슴에 얹은 채 다른 사람들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기 위해 눈치를 봤다. 사람들이 내리진 않고 계속 타서 울고 싶었다. 겨우 도착.
도착해서 쌓인 유모차를 다 내리고 일을 시작했다. 경호원들이 쓸법한 무전기 하나 받고 2인 1조로 나뉘어 미아 수색, 분실물 습득, 전시장 안내 같은 일을 하게 되었는데 같이 일하는 사람이 조금 불편했다. 처음에는 혼자 여러 매장 돌아다니며 장난감을 구경하고 애들 영양 간식을 자꾸 시식하길래 좀 특이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리저리 사라지고 쉬고 싶다고 징징대고. 미아는 바로 내 옆에 있었다. 시달리기를 한 3일. 담당자에게 말했더니 파트너가 다른 일로 옮겨졌다. 그리고 나는 혼자서 일하게 되었다. 차라리 마음 편했다.
일하는 와중에 길을 물어보는 사람이 꽤 많았는데. 아저씨라고 부르며 말 거는 아줌마가 있어서 씁쓸했다. 아저씨라니. 이제 아저씨구나.
마지막 날. 주말에는 지하철 이용이 편했다. 일하는 내내 계속 걸어 다녔더니 아킬레스가 뻐근하다.
배우 이영애가 비니를 쓰고 등장했다는 첩보가 들려와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에 일을 하면서 이영애 수색에 나섰다. 분명히 광채가 있을 것이다. 아무리 찾아봐도 없었다. 숨은 이영애 찾기는 어려웠다.
행사가 끝나고 마지막 유모차 조립해제까지 하면서 길었던 아르바이트는 끝났다.
이 일을 하며 인상 깊었던 것은 8첩 반찬의 점심 도시락. 맥도날드, 버거킹 같은 햄버거가 간식으로 나왔던 것. 무한 음료수. 어머니를 잃어버렸는데도 대담하게 나의 손을 잡고 미아보호소로 따라와 준 귀여운 4살 여자아이
좋았던 점 : 비싼 도시락과 햄버거 간식
안 좋았던 점 : 쉴 수 없이 돌아다녀야 했던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