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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칸다 포에버 Nov 29. 2020

관찰 예능에 대한 생각

앞으로 변화 모색

예능 프로그램 시청자들의 눈길을 끄는 데 필요한 것 중 하나는 참신성이다. 어디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롭고 기발한 소재로 이루어진 방송은 눈에 띄기 마련이다.  


"예능의 끝은 다큐멘터리"라는 이경규의 말처럼 게임적 요소 없이 꾸미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은 관찰 예능이 2010년대에 많이 등장한 것은 참신성을 모색하면서 장르 간 크로스오버를 통한 참신성의 모색이었다고 할 수 있다. 다큐멘터리처럼 꾸미지 않은 모습에서 사람들은 새로움과 공감하는 재미를 얻었다.


하지만 방송을 접할 플랫폼의 증가와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는 콘텐츠에 방송에서 참신함을 찾기는 어려운 일이 되었다.  제작자가 방송을 만들어도 시청자에게는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을 지우기 힘들어진 것이다. 완전한 새로움이 어려워진 지금 예능은 한정된 장르 안에서 약간 비틀어 새로움을 맛보게 하는 모습으로 변하고 있다.


관찰 예능의 성공작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MBC <나 혼자 산다>는 초기에는 혼자 사는 남자들에 집중했다. 기러기 아빠, 노총각 등 다양한 ‘혼남’의 생활 모습을 보여줬다. 이들이 가지는 공통적인 것은 외로움이었기에 서로를 달래줄 단체를 ‘무지개’로 칭하며 단합대회를 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정된 출연자의 이야깃거리가 떨어질 무렵 <나 혼자 산다>는 변화를 시도한다. 혼자만의 영상이 아닌 출연자 간 교류 영상, 여성 출연자 등장, 단타성 출연인 ‘무지개 Live’ 등으로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방송을 한 번 더 살렸다. 하지만 출연자끼리 점점 친해질수록 그들이 쌓은 우정은 그들만의 친목이라는 느낌을 주게 되었다. 긍정적으로 보자면 한 연예인의 일상 속 이야기들이나 무지개 구성원 간의 일화를 한 회의 구성에 담아냄으로 관찰 예능을 시트콤 드라마의 성격을 띨 수 있게 만들었다.


하지만 웃음을 줄지는 몰라도 초기 <나 혼자 산다>의 감정까지는 이끌지 못했다. 지금 <나 혼자 산다>에는 현실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 노총각, 사회초년생, 기러기 가족 등 현실에 가까운 요소가 있는 환경 속에서 여러 이야기가 만들어졌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그들만의 성공시대, 그들만의 친목이 더 많이 나오고 있다. 일반인은 잘 하지 않을 기행, 생소한 활동을 함으로써 우리의 일상과 그들의 판타지 같은 삶에서 오는 괴리감을 자아냈다.


일반 시청자가 느낄만한 공감대가 점점 줄었다. 몇몇 출연자들은 좁은 방, 월세 생활을 하며 공감을 주기도 하지만 그것도 잠시일 뿐 방송을 몇 번 타고나면 그들의 삶은 마치 게임처럼 집 크기와 가전 수를 늘려가며 변화한다. 성공했다며 손뼉을 치지만 이후 그들의 삶에서 함께 동질감을 느끼기란 쉽지 않다. 여기에 방송에 잘 나오지 않는 톱스타들이 출연해 판타지 같은 일상생활을 보여줄 때는 보이지 않는 장벽을 더 크게 느낀다. 시청자는 깍두기가 되어 놀이에 참여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나 혼자 산다>의 성공을 따라 만들어진 다양한 관찰 예능도 대부분 그렇다. 출연자의 구성원, 다루고자 하는 소재만 조금 다른 경우가 많다. 현실을 사는 시청자들의 공감을 일으키거나 판타지 같은 삶을 살며 부러움을 자극한다면 (방송으로 시선을 끌었기에) 성공이지만 이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결국 선택하는 것은 TV에 자주 드러내지 않았던 새로운 인물을 계속 등장시키거나 본 적 없었던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렇게 양산되는 그들의 시트콤 같은 일상은 조작, 대본으로 만들어진 것처럼 느껴지게 한다. 이는 어디서 본 듯한 방송, 재미없는 방송이라는 꼬리표를 달게 한다.  


그런 관찰 예능의 홍수 속에 나온 tvN의 <온 앤 오프>는 관찰 예능에 변화를 주려는 모습이 보였다. 시트콤 같은 관찰 예능이 넘쳐나는 지금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을 준 것이다. 마치 넷플릭스에서 볼법한 다큐멘터리의 자막과 화면 구성, 편집, 다큐멘터리 방식은 더욱 실제 같은 느낌을 준다. 일하는 ‘온’과 일상에서 ‘오프’로 구성해 온에서 치열함, 오프에서 공감, 그 사이의 여러 감정을 보여줬다. 초반 김민아의 이야기는 이를 잘 보여줬고 심은우의 이야기는 다른 관찰 예능과 큰 차이 없어 보이는 구성이었지만 새로운 관찰처럼 잘 포장해냈다.


이들이 강조하는 것은 인위적이지 않은 방송, 실제 그대로의 모습이다. 공과 사를 자신들이 먼저 구분하며 모든 것이 실제라고 시청자에게 의심하지 못하도록 선을 긋는다. 하지만 오프를 방송으로 찍는 것이 방송인인 그들에게는 온이기에 이들의 ‘선(先) 차별화’는 시간이 지날수록 무효가 될 가능성이 크다.


오프에만 치중하다 보면 아무리 오프에서 편한 모습을 보이더라도 다른 관찰 예능과 다를 게 없는 모습이 되어버린다. 특이한 오프는 조작 같다는 의심을, 일반적 오프는 다른 곳에서도 많이 본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온 앤 오프>도 결국 소재가 떨어질 위험이 있다. 결국, 온이나 오프의 조작과 새로운 캐릭터 발굴에 열중하는 것 두 방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러므로 <온 앤 오프>는 일반인은 경험하기 힘든 온에서 모습과 오프에서 편안한 모습 중 색다른 휴식을 하는 오프보다 다큐멘터리의 느낌이 살아 있는 온을 더 많이 활용할 필요가 있다. 


깍쟁이 같지만 털털한 모습. 남다른 취미 활동 등 연예인의 본래 이미지와 다른 모습이나 새로운 캐릭터는 진부한 예능을 순간 새롭게 보이게 한다. 이는 관찰 예능뿐만 아니라 다양한 예능을 만드는 데 있어 필수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이제 이 방법으로 관찰 예능이 재미와 인기를 잡는 것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그렇게 된다면 많은 방송에서 새로운 모습을 방송에 보여주기 위해 (예전에 보여준 자신의 모습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거나, 자신의 성향과 정반대인) 자신의 캐릭터를 창조, 조작하는 무리수를 두는 모습을 보일 것이다.


완전히 새로운 방송을 만들 수 없다. 지금 방송을 만드는 것처럼 작은 요소들을 비틀어볼 필요가 있다. <온 앤 오프>가 다른 관찰 예능보다 다큐멘터리 요소를 더 부여하며 새로움과 관찰 예능의 발전 가능성을 발견한 것처럼 이후 새로운 관찰 예능은 또 다른 비틀림으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 이는 관찰 예능의 수명을 늘리는 방법으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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