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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칸다 포에버 Jan 09. 2021

우리 사회에 필요한 대장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시간이 갈수록 거듭되는 발전을 통해 살아가는 인간의 힘은 대단하다. 하지만 그런 인간도 재난을 당하면 얼마나 연약한 존재인지 알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2014년 세월호 침몰 사고다. 이 사고는 대한민국 국민에게 큰 충격이고 슬픔이었다. 몇몇 사람들은 말했다. 정말 기적이 있다면, 신이 있다면 바다가 잠잠해지고 배가 제 모양으로 다시 떠오르면 좋겠다고. 슈퍼맨 같은 초인이 나타나 사람들을 구하고 배를 건졌으면 좋겠다고. 하지만 이 말들은 소망이었을 뿐 일어나지 않았다.


세월호 사고는 리더의 리더십 부재를 드러낸 사고였고 이점은 많은 이들의 질타를 받았다. 세월호 승객들의 안전은 나 몰라라 한 채 먼저 탈출하고 구조된 세월호 선장. 허술한 대처로 조금이나마 나아질 수 있었던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 해경과 정부의 리더들. 지도자라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행동에 많은 사람이 아쉬워했다. 


캡틴 아메리카: 윈터솔져


나는 단순한 액션 영화, 허구로만 받아들여질 수도 있겠지만 영화 속 인물이 리더가 무엇인지 지금 우리 사회에 화두를 던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상적인 사람이라 현실에는 당연히 존재할 수 없는 리더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이번 사고와 관련해서 그리고 사고를 수습하는 사람들의 모습과 대조하고 싶다. 바로 ‘미국 대장’ 캡틴 아메리카 스티브 로저스(크리스 에반스)다.


크리스 에반스


<캡틴 아메리카 퍼스트 어벤져>에서 주인공 스티브 로저스는 그의 도덕성을 관객에게 보이며 리더에게 필요한 도덕성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스티브 로저스는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때 불량배들이 활개 치는 모습을 지켜만 볼 수는 없다며 스스로 전장에 뛰어든다. 각종 병을 지닌 허약하고 힘없는 체질의 스티브는 초인 실험으로 강력한 힘을 가진 세계 최초의 슈퍼 영웅으로 태어난다. 스티브의 상사가 터지지 않는 수류탄이 훈련장 한복판에 던졌을 때 모든 사람이 제 목숨 살기 위해 피했지만, 스티브는 몸을 던져 수류탄을 품었다. 국회의원의 꾐에 빠져 무대에 올라 채권 홍보 도우미 역할을 하기도 했지만, 그는 초심을 찾아 전장의 선봉에 서서 동료들을 독려하며 적을 쓰러뜨렸다. 



2차 대전에서의 사고로 70년간의 동면에서 깨어난 캡틴은 <어벤져스>에서 개성 강한 영웅들을 하나로 묶는다. 그 과정에서 그는 다른 이에게 능력 없는 구닥다리 영웅이라고 놀림도 받는다. 명예, 용기, 희생으로 요약되는 그의 정신은 낡고 촌스러운 것으로 치부되었다. 하지만 지금 순간에도 필요한 것은 캡틴의 정신이었고 특별한 기술 없이 사람들을 감화시키며 팀을 이끌었다. 그게 바로 캡틴의 능력이었다.


세바스찬 스탠


이후 세상은 평화로워졌다. 평화로운 세상에선 이제는 영웅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캡틴 아메리카는 정체성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에서 그의 적은 악당의 모습을 하고 등장하지 않는다. 그것은 7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세상이 복잡하게 변했다는 사실과도 관련이 있다. 21세기의 사람들은 진실과 거짓이 뒤섞인 세계를 살아가고 있다. 우리가 진실이라고 믿었던 것이 거짓일 때가 많다. 세상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기 시작하는 시대에 영웅으로 사는 스티브는 혼란스러워한다. 스티브는 할머니가 되어버린 연인 페기에게 말한다. “무엇이 옳은지 이젠 모르겠어.” 페기는 “세상이 변했다”고 말한다. 변하지 않은 것은 캡틴뿐이었다. 



실종자 가족들은 누구도 믿지 못한 채 스스로 사태를 파악하고, 진위를 판단하며, 해결책을 모색해야 했다. 피해자 가족들은 선체 진입에 성공했다는 초기 발표와 오보라는 수정 발표에 안도와 절망 사이를 오갔다. 구조자와 탑승자 수가 계속 바뀌었고, 사망자의 신원은 뒤바뀌는 등 잘못된 정보가 넘쳐났으며, 대통령이 현장을 다녀가기 전까지 구조 상황을 누구도 설명해주지 않았다. 언론은 자극적인 보도, 특종 잡기에 집중하며 더욱 분노를 일으키게 했다. 피해자와 가족들에게는 치유할 수 없는 상처만 안겨 주었다. 누구도 제대로 된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선박직 생존자 중 누구도 승객을 구하려 하지 않았다. 생존자들은 자신의 힘으로 승객들의 협력을 통해 탈출했다. 당시 세월호의 선장은 책이나 신문 기사에서 베테랑으로 등장할 정도로 경력이 있었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선장은 자기가 지휘하는 선박에 매우 급한 위험이 있을 때에는 인명·선박 및 적화물의 구조에 필요한 수단을 다하여야 한다. 선박이 충돌한 때 자기가 지휘하는 선박에 매우 급한 위험이 발생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인명과 선박의 구조에 최선을 다하여야 한다’라는 최소한의 의무도 저버린 채 먼저 탈출했다.


탑승객의 대부분은 구명조끼만 입은 채 “대기하라.”는 말만 믿고 선실에서 기다리다 배와 함께 가라앉았다. 세월호 선장, 조타수, 항해사 같은 배의 실질적 운전과 책임을 진 사람이 아닌 승무원 故 박지영 씨의 경우 선원은 가장 마지막에 나가는 것이라면서 승객들의 탈출을 물에 잠기는 순간까지 구했다. 승무원이 탈출한 선장보다 더 선장다운 모습을 보인 것이다.


해경은 1초가 급한 상황에서 허둥대는 모습을 보였다. 단원고 학생이 구조 요청을 했을 때 해경은 학생에게 위도와 경도를 알려달라고 했다. 황당한 통화 때문에 아까운 구조 시간이 또 지나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세월호를 탈출한 선원들의 행동을 “살인과도 같은 행위”라고 비난했다. 아직 사고의 수습과 수사가 마무리되지 않았음에도 국가 최고 책임자가 살인이라는 죄명을 붙인 것이다. 하지만 이 사고의 문제를 찾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다른 문제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문제들이 계속 등장했다. 재난으로부터 보호받을 국민에 대한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 것일까?


목포 해경의 한 간부는 “80명이라도 구했으면 대단한 것이 아니냐.”는 말을 한 후 질타를 받고 직위해제 되었다.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세월호 침몰 사고 수습에 정부 당국이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청와대는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다.”라는 책임회피 발언을 했다. 리더라면 자신들이 속한 단체와 조직을 이끌어 최선의 결과를 내고 잘못이 있다면 책임을 져야 하는데 자신들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에 대해 적반하장 식의 태도를 보인다는 것이 더욱 국민을 화나게 했다. 


사고에서 리더들의 명예, 용기, 희생이라는 영웅의 정신은 찾기 힘들었다. 이기, 회피, 비리만 남아있을 뿐이었다. 리더보다 더 리더다웠던 사람은 자신을 희생하여 이 세상을 떠난 사람이었다. 



다른 영웅들과 비교해서 특별한 과거도 없고 꽉 막혀 보이는 캡틴 아메리카는 정말 재미없는 영웅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가 영화를 통해 보여준 정신은 지금 이 시대에 필요한 것이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사람은 초인적인 힘을 가진 사람이 아니다. 평범한 이일지라도 책임을 지고 최선을 다하는 대장다운 사람이 필요하다.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에서 할머니가 된 페기는 캡틴 아메리카에게 “모든 것을 처음으로 되돌리고 다시 시작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 대한민국은 아무도 믿지 못하는 불신으로 가득 찼다. 세월호 사고뿐만 아니라 각종 사고와 재해에서 여전히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서로를 향한 불신은 비난과 공격으로 커지고 불난 집에 부채질하듯 왜곡된 정보들이 세상을 혼란하게 만들고 있다. 갈라진 상처들을 봉합할 수 있을지,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잘못된 것이 있다면 고쳐 새롭게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이 모든 상황을 악화시키기보다는 완화할 무언가가 필요하다. 이를 이끌어줄 한국 대장들이 나타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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