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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칸다 포에버 Feb 19. 2021

풍선으로 여행을?

하늘을 나는 할아버지

할아버지의 도전기

젊어서 놀면 나중에 고생한다. 지금 안 놀면 나중에는 힘들어서 못 논다. 휴식, 힐링, 자아실현 등의 단어들이 몽땅 포함된 이 논쟁에서 나는 전자의 손을 들어주며 살아왔다. 가진 게 없으니 당연하다고 생각했지만 SNS에서 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 할 것 없이 국내외 명소에 가서 두 팔을 벌린 채 웃고 있는 사진이나 폴짝 뛰며 서전트 점프 높이를 자랑하는 모습을 보며 가끔은 부러운 마음이 들기도 하고 ‘나도 한 번 가볼까’하는 생각이 들곤 했다. 곧바로 고개를 젓긴 했지만.


내 삶의 다른 부분을 충족시키기 위한다는 것을 핑계 삼아 여행은 내 머릿속에서 점점 사라져 갔다. 일도 잘 안 풀려 심신이 지치던 2019년 겨울, 항공사 마일리지가 소멸한다는 메일을 보고 비행기 표를 사서 제주도 여행을 떠났다. 고2 수학여행으로 갔던 게 처음이자 마지막일 줄 알았는데 말이다. 계획은 그곳에서. 최대한 교통은 이용하지 않으려 했다. 맛있는 식사와 가보고 싶은 곳을 찾아 걸어 다녔다. 호텔을 이용해 본 적이 없어 엘리베이터가 움직이지 않는다고 혼자 당황하기도 하고 늘 잘 먹던 혼밥을 타지 호텔에서 하려니까 괜히 눈치 보기도 했다. 우당탕 소리가 나는 것 같았던 여행이었지만 이곳저곳을 다니며 느꼈던 감정은 즐거움이었다. 탁 트인 풍경들을 보며 다니는 게 오랜만이라 그랬던 것 같다.


UP


영화 <UP>도 나와 같은 우당탕 소리 나는 여행이었다. 칼 프레드릭슨(에드워드 애스너)은 탐험가 찰스 먼츠(크리스토퍼 플러머)를 보며 탐험가를 꿈꾼다. 아내 역시 마찬가지. 하지만 아내는 세상을 떠나고 칼은 혼자 집을 지킨다. 주변 건물이 철거되면서 칼의 집도 같은 운명에 처한다. 이때 칼의 선택은 여행. 엄청난 양의 풍선으로 집을 띄워 남미의 파라다이스 폭포로 향한다. 이 모험에는 예상하지 못한 이가 함께 하는데 바로 보이스카우트 러셀(조던 나가이)다.  



칼은 항상 꿈을 꿨다. 하지만 현실의 벽에 계속 우선순위를 미뤘고 그러다 보니 같이 여행을 꿈꾼 아내는 어는 순간 곁에 없었다. 그 아쉬움과 슬픔이 얼마나 컸을까. 인상까지 바뀐 칼을 보며 내가 저렇게 될 수도 있겠다는 걱정이 생기기도 했다. 우울한 분위기는 불청객인 러셀이 함께하며 나아진다. 다 갖췄지만 늙어버린 칼도 러셀을 보며 더 젊어지지 않았을까? 이 모든 게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이야기지만 그렇기에 이렇게 재미있는 애니메이션으로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재미와 감동 모두 느낄 수 있었던 여행이었다.



무슨 일이든 해보지 않으면 잘 모른다. 처음에는 당연히 어렵다. 하지만 하고 나면 쉽게 할 수 있는 생각, 가끔은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여행도 내게 그런 존재였다.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방콕 생활만 해서 그런가. 내 안에 없던 역마가 생겨나는 것 같다. 상황이 나아진다면 다음에는 해외여행 한번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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