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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칸다 포에버 Mar 22. 2021

착한 어린이 선발 대회

누구나 다 흠이 있다

나는 팀 버튼의 영화를 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특유의 괴기함이 나를 불편하게 만든다. 내게는 공포로 다가오는 것 같다. 이제야 많은 사람이 재미있다고 말하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보게 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우연히 검색어 순위에 오른 것을 보며 만학도가 된 것처럼 뒤늦게 영화를 접했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


세계 최고의 초콜릿 공장인 ‘윌리 웡카 초콜릿 공장’은 가장 활발히 움직이는 공장 중 하나지만 이곳이 어떻게 생겼는지, 누가 있는지 알 수 없는 곳이다. 이 베일에 싸인 공간의 주인 월리 웡카(조니 뎁)은 오랜 시간 공장 밖으로 나간 적이 없는 미지의 인물이다.



어느 날, 윌리 웡카는 웡카 초콜릿에 함께 포장된 ‘황금 티켓’을 찾은 어린이 다섯 명에게 자신의 공장을 공개하겠다고 선언한다. 행운의 아이들은 먹는 것을 좋아하는 아우구스투스, 부잣집 딸 버루카, 껌 씹기 대회 챔피언 바이올렛, 승부욕 넘치는 마이크. 그리고 조부모, 부모와 허름한 집에서 사는 찰리(프레디 하이모어)였다.


웡카의 초콜릿 공장에는 초콜릿 폭포가 흐르고 움파룸파 족이 배를 타고 초콜릿 강을 건넌다. 꿈에서 볼 법한 신비의 세계에서 찰리를 제외한 다른 네 명은 웡카의 주의는 무시한 채 자기 욕심에 눈이 멀어 문제를 일으킨다.



공장 견학은 착한 어린이를 찾아 웡카 자신의 후계자로 삼는 일종의 오디션이었다. 대개 우리에게 익숙한 오디션은 노래 같은 돋보이는 재주, 재능을 찾는 오디션, 미스코리아 선발 대회 같은 외적인 모습을 평가하는 오디션 등이 있다. 웡카의 오디션은 인성을 보기 때문에 색달랐다. 실제 오디션은 실력만 있다고 1등을 하는 건 아니다. 참가자 자신의 욕심과 전략도 있어야 할 수 있다. 부가적으로 평가자의 취향이나 선호가 변수로 작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오디션은 누가 우승할 것인지 처음부터 짐작할 수 있다. 제목만 봐도 힌트가 있다. 이 오디션은 다른 참가자들과 달리 욕심이 없는 주인공 찰리가 우승한다. 다른 참가자들은 한 명씩 욕심을 부린 대가를 치른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동행한 부모들도 벌을 받는다. 아무렇지 않아 하는 웡카의 모습을 보며 아이들을 잘못 키운 너희들의 잘못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웡카의 이런 모습에는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 있었다. 교정 때문에 먹고 싶은 간식을 먹지 못하게 하는 아버지를 뒤로 한 채 집을 나선 웡카는 찰리와 함께 아버지와 다시 만난다. 치과 의사인 웡카의 아버지는 웡카의 행적과 관련된 기록들을 다 모으고 있었다. 웡카의 아버지는 알고 보니 따뜻한 사람이었다. 몸은 어른이지만 마음은 어린아이였던 웡카는 아버지를 그제야 안아본다.



일반적인 권선징악 이야기에 익숙한 우리들은 누가 나쁜 사람이고 누가 착한 사람인지 바로 알 수 있다. 이 영화 또한 어떻게 마무리 지어질지 예상할 수 있다. 대부분 권선징악 이야기는 네가 왜 벌을 받을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 설명을 해주는 데 그친다. 하지만 이 영화는 더 나아가 웡카가 왜 징벌자의 위치에 오르게 되었는지, 징벌자에게도 결핍된 부분이 있었고 그게 무엇인지까지 알려준다. 보편적으로 착하게 살라는 교훈을 주는 권선징악 이야기와 다른 하나의 교훈(사랑의 필요성)을 던져준다. 벌을 내리는 웡카는 착한 사람인가. 내가 느끼는 웡카는 착한 사람이 아니었다. 자기가 무슨 권한으로 다른 사람을 혼을 내줄 수 있다는 말인가. 자신의 과거와 얽힌 분노를 대충 합리화하며 위협을 가하는 것처럼 보일 뿐이었다. 특히 기괴한 형벌 모습을 눈앞에 직면하면서도 아무렇지 않아 하는 모습은 충격이었다.



웡카가 미워했던 치과 의사 아버지를 보며 참가자들의 부모들도 하는 짓이 밉상이었을 뿐 악인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벌 받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워했으니. 단지 그들의 교육이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털어서 먼지 하나 안 나오는 사람 없다고 돌이켜 보면 찰리도 마냥 착했던 것은 아니다. 돈을 주웠으면 주인을 찾아줄 생각을 해야지 행운으로 여기고 초콜릿을 사버렸으니. 욕심이 하나도 없는 사람은 없다.


그런 점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사람은 가게 아저씨였다. 리가 초콜릿 포장을 뜯어 황금 티켓을 찾았을 때 주변 사람들은 동요하며 자기들에게 팔라고 유혹했다. 하지만 그 아저씨만큼은 단호하고 침착하게 “아무 말도 듣지 말고 가져가”라고 말했다. 내가 만약 가게 주인이었다면 나도 그 자리에 있던 어른들과 별반 다를 바 없었을 것이다. 일생일대의 기회일지 모르기 때문에 더 큰 값을 부르며 사려고 했을지도 모른다. 이 아저씨에 대한 이야기는 이후 없었지만 아마 찰리의 도움을 받아 더 많은 행복을 누리지 않았을까. 나도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며 아저씨의 밝은 뒷이야기를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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