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와칸다 포에버 Apr 06. 2021

그래서 햄최몇?

먹은 듯 안 먹은 것 같은 햄버거 패티

햄버거 최대 몇 개를 먹느냐고 묻는 말인 ‘햄최몇’을 듣는다면 나는 보통 2개라고 말할 것이다. 그 이상도 가능할 것 같은데 그렇게 먹으면 물려버릴 것 같다. 나는 물릴 정도로 뭔가를 먹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많이 먹으면 맛이 2배’라는 말을 우스갯소리로 있기도 하지만 음식은 적당히 먹고 그 여운을 남겼을 때가 가장 맛이 있는 것 같다.


더블패티


<더블패티>라고 대놓고 1+1을 강조하는 영화가 있다. 그것도 고기 패티가 한 장이 아닌 두 장을 얹은 햄버거가 1+1이다. 이 햄버거는 영화 속 주인공 두 사람을 연결해주는 매개체다. 



씨름 유망주였던 우람(신승호)은 친했던 선배의 죽음을 본 후 씨름을 그만두고 서울로 간다. 술집 정리를 하며 하루를 보내는 그에게 남는 것은 허탈함. 그를 달래주는 것은 식도락. 퇴근 후 한 수제 버거 가게에서 ‘더블 패티 1+1’ 행사하는 것을 보고 들어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아르바이트생 현지(아이린)를 만난다. 현지가 눈에 아른거리는 우람은 그곳을 매일 같이 방문한다.


뉴스 앵커를 준비하면서 이것저것 일을 하는 현지는 삶이 고단하다. 넉넉한 집안의 주변 사람들과 달리 항상 시간에 맞춰 달려가 런치 컵밥을 먹어야 한다. 아이 돌봄 아르바이트, 햄버거  가게 아르바이트 등 피곤함을 견디며 꿈을 향해 달려 나가려 한다. 하지만 일이 잘 풀리진 않는다. 그러던 중 늘 자신이 일하는 곳에 야심한 시간에 찾아와 더블 패티 햄버거 2개씩 먹는 우람에게 호감이 생긴다.



스트레스가 생겨서 덩달아 배가 고픈 것인지,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푸는 것인지. 이 영화에는 먹는 장면이 끊임없이 나온다. 우람은 식당에서 사람들이 구경할 정도로 밥을 먹고, 밤에는 햄버거를 게걸스럽게 먹는다. 현지는 컵밥을 먹기 위해 달리고 저녁은 술로 달린다. 이 둘은 함께 여행 가서 아귀찜도 먹는다. 일반적으로 하루에 세 끼 식사를 한다지만 이 영화에서 먹는 게 뭐가 그리 중요한 건지. ‘청춘=배고픔’이라는 공식이 이 영화에도 적용된다. 하지만 이 먹는 모습이 보는 사람들에게도 청춘은 배고프고 고단한 것이라고 다가올지 잘 모르겠다.



주인공들은 자꾸 먹지만 보는 이들은 영화가 제대로 소화되지 않기 때문이다. 우람이 방황하는 이유가 선배의 죽음 때문이라는 것은 알겠는데 그 사연은 제대로 다뤄지지 않는다. 현지와 우람이 가까워지는 것도 크게 와닿지 않는다. 대식가가 대식가를 알아보는 것인가. 아니면 손님 없는 가게에 단골로 찾아와서 반가웠던 것일까. 이어지는 두 사람의 갑작스러운 여행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불꽃 같은 청춘의 모습을 표현하려 했던 걸까. 


삶은 대개 비슷하고 별거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하나의 단어나 느낌으로 표현하기는 어렵다. 청춘이면 배고픈 것 아니냐. 청춘이면 개연성 없이 이렇게 충동적으로 살 수 있는 것 아니냐.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삶이 고단한 사람들에게 일탈은 필수가 아니다. 정말 고단한 사람은 일탈할 여유도 없다.



영화는 자신의 메시지를 알아달라며 보는 이를 꾸역꾸역 먹이려 들지만, 배우들이 속으로 받아들이는 음식만큼 들어오지 않는다. 코믹하게 가자니 그리 재미있지도 않고 감동적으로 가자니 그리 감동적이지도 않다. 젊은 사람들에게 열심히 살자며 위로하려는 것 같은데 허기는 해소되지 않는다. 배부른 것도 아닌데 속은 더부룩하다. 고열량의 햄버거를 많이 먹으면 혈관이 아프다는 간접적인 경고일 수도 있겠다. 청춘의 희망찬 내일을 나름대로 재치 있게 표현하려고 했겠지만, 마지막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며 왠지 대비되는 것처럼 느껴졌다. 슬프지만 웃게 되는 나를 보며 나도 대한민국 남자임을 다시 한번 느꼈다.



아이돌그룹 레드벨벳의 아이린이 영화를 찍었다는 말을 듣고 흥미가 생겼다. 그렇다고 영화를 보고난 후 무릎을 치며 “이건 명작 중 명작이다”라고 외칠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다. 영화가 나왔을 무렵 ‘그녀’의 갑질 관련 이슈가 활활 불타고 있었기에 더욱 그랬던 것 같다. 


공허감인지 여운인지 남긴 남는 이 영화를 한 줄로 정리하면 아이린 예뻤다.

매거진의 이전글 착한 어린이 선발 대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