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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칸다 포에버 May 09. 2021

세기말, 밀레니얼의 소통

㈜간디겅듀™  「㉡ㅏ랑놀쟈♨」 등등의 소통

잠깐 넋두리를 하자면 부정하고 싶지만 조금씩 요즘 세대들과 세대 차이가 느껴지고 있다. Z세대라 불리는 친구들의 모습을 지켜보자면 같은 스마트폰을 쓰는 데도 소통하는 방식, 속도가 다르다. 천천히 길게 전하는 나와 달리 이제 빠르고 간략함이 미덕이 되고 있다. 나름 신세대였던 나도 이제는 ‘쉰세대’가 되었나 보다. 그들이 어떻게 소통하는지 알아보고 나도 따라 하려 하지만 어설프기 짝이 없다.


너무나 빠른 소통 속도에 과거의 추억이 계속 눈에 아른거린다. 그때도 나름대로 낭만이 있었다. 지금은 마음먹으면 알고 싶은 대상이 누구인지 찾아볼 수 있다. 예전에는 마음만 먹으면 완전한 익명이 가능했다. 지금은 익명이 금방 들통나고 익명을 활용한 범죄도 잦아 안 좋은 인식이 많지만, 과거에는 미지의 상대와 소통이 매력적이었다.


후아유


영화 <후아유>와 <접속>은 그 향수를 조금이나마 느끼게 해준다. 익명의 상대와 소통을 통해 사랑하기도 하고 자신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기도 하는 등 사이버 펜팔 친구와 이야기 나누는 설렘이 있는 영화다.



게임 기획자 형태(조승우)는 채팅 게임 ‘후아유’의 열심히 준비 중이다. 하지만 이를 비웃는 닉네임 별이가 거슬린다. 별이의 실제 모습은 수족관 다이버 인주(이나영). 인어 쇼 준비도 시원찮고 남자친구도 유학을 떠나 답답해하며 지내다 후아유에서 마음이 통하는 닉네임 멜로를 만난다. 별이가 인주라는 걸 알고 멜로라는 아이디로 의도적으로 접근한 형태는 게임과 현실, 양쪽에서 이중적인 모습의 인주에게 호기심을 느낀다. 그리고 현실의 형태보다 게임 속 멜로만 찾는 인주의 모습에 게임 속 자신인 멜로를 질투한다.



인주는 현실에서 좌절의 연속이다. 후천적으로 장애를 얻고 현재 직장에서도 마음대로 일이 풀리지 않는다. 맘이 굳게 닫힌 그녀가 자신을 오롯이 드러낼 수 있는 공간은 자기가 비웃던 사이버 공간이다. 게임 속 아바타에서 만난 누군지도 모르는 친구에게 자기 속 얘기를 털어놓는다. 



서로 잘 모르기 때문에 솔직해질 수 있다는 아이러니함은 그 소통에 중독되게 만든다. 해답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들어주고 공감해주고 위로해줄 수 있는 사이는 밀접한 친구와 가족보다 익명의 누군가가 되는 경우가 많다. 20대 청년 형태와 인주가 그런 것 역시 사춘기보다 더 혼란스러운 청춘의 길에서 의지할 대상이 딱히 없었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나 자신을 단 한 마디로 단정 짓기보다 사이버 공간에서라도 나의 여러 면을 드러내 나를 발견하는 과정은 답답하기보다 그 세대의 해소법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접속


<접속>은 PC통신을 활용한 <후아유>보다 더 과거의 소통을 보여주는 영화다. 방송국 PD 동현(한석규)은 옛사랑에게 받은 음반을 방송으로 내보낸다. 수현(전도연)은 드라이브 중에 자동차 사고를 목격하고 동시에 그때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빠진다. 그리고 PC통신을 통해 그 음악을 신청한다. 수현이 옛사랑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동현은 PC통신에 접속하지만 다른 사람이란 걸 알게 된다. 동현과 수현은 통신 속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에게 빠져든다. 이들은 사이버 공간이 아닌 현실에서 만나 영화를 보기로 약속한다.



지금은 가까운 거리에 있음에도 서로를 알아보지 못하고 계속 스치는 모습이 이해되지 않겠지만 그 답답함은 기분 나쁘기보다 보는 사람에게 간절함을 불러일으킨다. 길게 대화가 이어지는 채팅은 이제 과거의 유물이 되어버리고 많은 이의 공감을 사기 힘든 소통 방식이겠지만 이 영화는 아기자기하면서 두근거리는 설렘을 느끼게 한다.



가상공간 속 우리는 수많은 포장지로 우리를 포장한다. 거짓된 모습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우리가 현실에서 이루고 싶은 ‘바람’의 모습일 수도 있겠다. 상대방이 누구인지도 몰랐던 당시의 사람들은 오히려 완전한 익명성을 보장받는다는 데서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려고 노력했다.  그렇기 때문에 현실의 나와는 다른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고 이 때문에 나의 솔직한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오묘한 감정을 느낄 수 있지 않았을까.


‘싸이월드’와 ‘버디버디’가 다시 나온다는 소식을 접했다. 성공을 장담할 수 없겠지만 이 덕분에 유행은 돌고 돈다는 말처럼 PC통신 세대 같은 세대들도 다시 등장할지도 모른다. 이 흐름이 단순한 레트로 열풍에 따른 작은 움직임일지, 선한 영향력을 내는 새로운 발걸음이 될지 궁금하다. ‘다모임’도 부활하는 건 아닐까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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