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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칸다 포에버 May 31. 2021

시간이 금이다

불만 있는 개미의 세상 뒤집기

대학생 때 한 인터넷 페이지에서 처음 본 배너 광고를 보자마자 사기라고 생각했다. 그 광고는 ‘비트코인’이었다. 한 번 투자하라는데 가진 돈도 없는 마당에 뭘 믿고 투자를 하겠는가. 그때는 그 근거 없는 자신감이 어찌나 재수 없게 느껴지던지. 혀를 차며 무시했다. 지금의 내가 그 모습을 본다면 뒤통수를 후려치며 투자하라고 하겠지만.


그랬던 비트코인이 지금은 웬만한 돈 주고는 살 수 없을 정도로 가치가 상승했다. 너무나 큰 가격 변동성 때문에 화폐로서 가치에 대해 여전히 논쟁 중이지만 저명한 사업가, 기업에서 이 분야에 투자하거나 언급하는 것으로 봐서는 먼 미래에 화폐의 개념과 가치, 대상이 달라질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인 타임


만약 시간이 화폐로 활용된다면 어떻게 될까? 영화 <인 타임>은 그런 가정을 이야기로 다룬 영화다. 사람들은 삶에 필요한 모든 것을 시간으로 계산한다. 하지만, 주어진 시간을 모두 소진하고 몸에 있는 시계의 숫자가 0이 되는 순간 죽는다. 부자들은 몇 세대에 걸쳐 넘치는 시간으로 영생에 가까운 삶을 누릴 수 있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어떻게든 하루를 더 버티기 위해 고생한다.


저스틴 팀버레이크


가진 시간이 적어 하루 살기 바쁜 윌 살라스(저스틴 팀버레이크)는 어떤 남자에게 100년이라는 시간을 물려받는 동시에 살인자의 누명을 쓰고 쫓기게 된다. 사람들의 눈을 피해 부자들만이 모여 사는 ‘뉴 그리니치’로 잠입한 그는 금융사 회장의 딸인 실비아(아만다 사이프리드)를 인질로 삼아 간신히 탈출한다. 사회 시스템에 의문이 생긴 그는 사회를 뒤집을 계획을 세운다.


아만다 사이프리드


시간은 누구에게나 주어진다. 시간은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투자를 할 수 있는 가치다. 이를테면 뭔가 성취하기 위해서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노력에는 오랜 시간이 투자되어야 한다. 만약 시간이 화폐로 사용된다면 지금 사용하는 돈과는 다를 게 없을 것 같다. 많이 가지고 있다면 그만큼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것에 집중 투자할 수 있어 좋은 것일 수도 있지만 낭비한다면 별 의미 없는 것이 시간이기 때문이다.



무엇이 화폐로 사용되든 금전적이고 경제적인 일에는 항상 빈부격차가 존재한다. 단순히 자본의 유무가 선악을 결정하진 않는다. 돈 버는 방법을 알고 더 많이 버는 것은 똑똑한 것이니까. 하지만 그 방법이 윤리나 법에 어긋났을 때는 선악의 잣대로 판단할 수 있고 평등을 외칠 수 있지 않을까. 영화 속 세계에서 주인공이 시스템을 뒤집으려 하는 것도 그 이유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동학 개미 운동이 그곳에서도 일어날지 모른다. 내가 이곳에서 산다면 소량의 시간으로 주식을 사서 떡상을 외치며 일확천금을 노릴 것 같다.



무엇이 화폐가 되든 누군가는 편안히 즐기고 살고 누군가는 얽매여 바쁜 삶을 산다. 전자를 꿈꾸지만 현실은 후자의 삶을 사는 내게 영화는 통쾌하면서도 씁쓸했다. 만일 화폐로 사용되는 대상이 바뀌더라도 내 삶에 반전은 기대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 타임>은 정신을 놓고 보면 그냥 즐길 수 있는 영화지만 생각할수록 있는 사람이 더욱더 부러워지는 영화였다. 내 인생도 떡상 가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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