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톡톡
나는 노래가 참 좋다. 만들거나 잘 부르는 재주가 있는 것도 아니고 명곡을 골라내는 탐지기능을 가진 것도 아니다. 장르나 가수에 대해 깊이 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지식도 없다. 끼가 없지만, 박자와 멜로디에 어깨가 들썩이는 것을 보면 나도 단군 이래 한반도에서 풍류를 즐기던 조상들의 피가 흐르고 있음을 느낀다.
전체적으로 시대를 호령한 유행가와 히트곡이 있다. 그렇다고 모든 노래를 내가 즐겨 듣지는 않았다. 대세에 편승해 따라 듣기도 했지만, 시대와 시기를 거스르고 남들이 듣지 않던 노래를 찾아들었던 때도 있었다. 기억을 톺아보며 자주 들었던 노래와 그때 이야기를 간략히 적어보고자 한다.
<유아기>
우리 집 TV 앞에는 녹음기가 있곤 했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가 나오면 엄마는 그 노래를 녹음기로 녹음했다. 테이프를 일일이 사기는 어려워 믹스 앨범을 만들었던 것이다. 앞, 뒤 노래로 꽉 채워 직접 곡 목록을 적은 엄마의 테이프는 내 보물 중 하나였다. 엄마의 사랑 덕분에 노래 듣는 것은 일상이었다.
심신 – 오직 하나뿐인 그대
심신에게 끌렸는지 소꿉놀이할 때 쓰는 장난감 숟가락을 마이크 삼아 불렀다는, 나는 그 기억이 없는 노래. 가끔 나이를 먹고도 재롱을 부린다고 이 노래를 골라 부르면 그때만큼 잘 부르지 못한다고 평을 받았다. 유아 감성을 어떻게 지금도 자연스레 풍길 수 있을까. 아무리 해도 흉내에 불과하거나 그때 그 바이브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항상 좌절한다. 이 노래 이후에는 ‘욕심쟁이’도 자주 들었다.
빛의 전사 마스크맨 오프닝 – 빛의 전사 마스크맨
누구나 어릴 적에 전대물 시리즈를 한 번쯤은 봤을 것이다. 80년대 어린이들이 자주 접할 수 있었던 전대물은 <후뢰시맨>, <바이오맨>, <마스크맨>일 것이다. 나는 그중에서 <마스크맨>을 좋아했다. 변신하고 나서 입은 전투복 맵시가 다른 전대보다 멋있어 보였다. 일본 원곡은 불타는 감성으로 지르는 방식이었다면 우리나라는 원곡과 다르게 새로 작곡을 한 건지 강애리자가 낭랑하게 동요 부르듯 불렀다.
슬램덩크 – 너를 좋아한다고 외치고 싶어
내 인생을 뒤흔든 만화를 하나 꼽으라면 단연코 <슬램덩크>라고 말할 것이다. 이 만화를 처음 접한 것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이었다. 비디오와 책 모두를 섭렵했고 복습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때 그 열정으로 공부를 했더라면 나는 위인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비디오로 먼저 애니메이션을 접하고 이후 SBS에서 새로 방영했는데 나는 박상민의 SBS 버전 오프닝보다 비디오 버전 오프닝을 좋아했다. 오프닝 가수의 독특한 음색이 좋았다.
김민교 – 마지막 승부
<농구대잔치>, <슬램덩크>, <마지막 승부> 90년대 이 트리오가 우리나라 농구 열풍에 불을 지폈다. 드라마 <마지막 승부>도 무슨 내용인지 모르지만 즐겨봤다. 이후 OTT나 케이블 방송을 통해 재방송을 보니 어린이가 보기에는 다소 폭력적인 내용도 많았는데 그 당시 그런 내용은 이해도 못 할뿐더러 전혀 관심 없었고 농구 드라마였기 때문에 좋아했던 것 같다. 덕분에 이 노래를 정말 좋아했다. 당연히 노래방 선곡 1순위였다.
R.ef – 상심
유치원에 다닐 때 친구가 노래 부를 일이 있었는데 불러서 인상 깊었던 노래다. 이후 자주 들으며 노래방 애창곡으로 등극했다. 오리지널 곡보다 리믹스해서 나왔던 노래의 신나는 박자가 더 끌렸다. 이후에 R.ef에는 관심이 없었지만, 성인이 되고 유튜브 등을 통해 예전 노래를 다시 들으며 추억을 되씹는 중이다.
이외에도 <슈퍼 그랑죠>, <피구왕 통키>, <축구왕 슛돌이>, <란마 1/2> 등 애니메이션과 김건모, 김원준, 룰라 등 여러 가수의 음악을 자주 들었다. 대한민국 대중음악의 부흥기라 불릴 만큼 개성 넘치는 가수들이 많이 등장한 시기였다. 90년대에 ‘서태지와 아이들’ 신드롬이 일어났다지만 어린아이였던 내게는 그 영향력이 미치지 않았던 것 같다. 그 당시에 학교에 다니는 누나가 문방구나 학교 앞에서 종이로 된 악보나 가사집을 얻어오곤 했는데 그것들을 보면서 다양한 노래에 익숙해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