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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칸다 포에버 Jun 22. 2021

전쟁과 우리 사회

근대 국가는 전쟁을 통해서 성장했다. 전쟁은 국가를 지도상에서 소멸시키기도 하면서 동시에 강하게 만들 수 있다. 유럽에 1500년대 전쟁이 없던 시기는 5년밖에 되지 않는다. 17세기에는 6년, 18세기는 22년이다. 자신의 합리성을 위해 잦은 전쟁이 벌어졌다.


전쟁은 국민국가 형성 조건에 부합한다. 오래전부터 국가는 전쟁을 통해 영토를 확장하고 영토의 경계를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군사력을 가짐으로 물리적 폭력수단을 독점하고 대외전쟁을 통해 국민의식을 키웠다. 국가 내 과학의 발전으로 새로운 무기가 등장하고 군사력 유지와 무기 생산, 식량 조달, 용병 고용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서 권력을 독점한 군주의 권한이 무너짐과 동시에 새로운 계급이 형성, 성장하여 그들이 군주에 저항함으로써 국민국가가 형성되었다.


전투의 전개 양식은 국가의 형성과 국가 제도 발전에 이바지했다. 전투의 방식을 5개의 단계로 나누면 양궁 부대의 사용, 이후 장창으로 무장한 보병의 성장, 총과 대포의 발달, 용병의 출현, 상비군의 출현으로 나눌 수 있다.


고대에 모든 시민이 전쟁에 참여했다. 활을 쓰고 창을 쓰는 보병이 중심이었다. 이와 달리 중세에는 자금을 바탕으로 기마술을 익히고 중무장을 한 기사 중심으로 전투했다. 이는 정치적인 불평등을 초래해 피지배 계급은 농노로 존재하고 귀족과 영주 같은 기마병이 전투의 중심이었다.


총포와 화포가 발달하면서 기사 군이 점점 쇠퇴하고 총포로 무장한 상비군이 중심이 되었다. 하지만 이 상비군은 자국민으로 구성되지 않았다. 용병 중심의 군대였다. 자국민들에게 무기를 주면 자신에게 저항을 일으킬 거라는 걱정 때문이었다. 새로운 무기가 등장함에 따라 전투의 전술도 달라졌다. 공성전, 수성전으로 벌어지던 전쟁은 점점 장기간의 지구전으로 변화했다.


용병을 유지하고 무기를 생산하고 지구전에 의한 식량을 조달하기 위해 왕은 더 많은 자금이 필요했다. 하지만 신흥 상공업자 부르주아 세력을 비롯한 농민과 노동자 계급에 세금을 모아 유지하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자신의 영지 수입과 특권을 판매해야 했다. 이는 국왕의 권위를 약화시켰다. 자신이 가진 자본을 추출하는데도 한계가 있고, 농민 등에게서 추출하는 양도 한계가 있었다.


이 때문에 국민들의 반발과 저항도 커졌다. 노동자, 농민 계급도 이제는 추출에 꼭두각시처럼 따르지 않고 저항을 하며 자신의 권리를 찾으려 했다고 할 수 있다. 시민사회 속 가족이라는 존재는 구성원들의 민족과 국가의 의식을 유지할 수 있게 도왔다. 기존의 정치 세력은 권력을 유지하고자 했으나 이미 그들의 힘은 약해졌고, 국가 내 반발도 거셌다. 약했던 정치세력과 새로 등장한 정치 세력은 부르주아, 노동자, 농민 계급과 손을 잡고 새롭게 결사체를 구성해 이들을 무너트렸다. 


근대에는 다양한 계급이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또 국가마다 국민국가의 형성과정이 다양하다. 국가, 귀족, 자본가, 노동자, 농민 등의 다양한 계급이 각자 다양한 방식으로 국가를 형성했다. 프랑스의 경우 국가와 자본가가 국왕과 귀족체계를 무너뜨리고 민주주의로 발전한 양상이다. 영국은 국가와 젠트리 중심의 새로운 의회 세력이 국왕과 전통 귀족을 서서히 대체하며 민주주의를 발전시켰다. 러시아는 국왕과 귀족이 농민을 탄압하다 노동자혁명이 일어나 공산 독재로 이어졌다. 중국은 기존 정치 질서가 무너지면서 농민을 중심으로 한 공산주의 정권이 혁명을 일으켰다. 일본은 국가와 새로운 사무라이 계급이 약한 부르주아 계급과 연합해 농민을 기반으로 파시즘 국가를 형성했다. 독일과 이탈리아는 국가가 부르주아 계급과 타협하고 노동자를 적대시하는 파시즘이 등장했다. 인도는 피 흘리지 않는 혁명을 통해 기존 사회제도와 신분제도를 유지한 채 농민과 노동자가 배제된 민주주의 형태를 형성했다.


국가 형성의 패턴을 분석해 알 수 있는 공통점은 국가 내 권력자라 할 수 있는 국왕과 귀족 세력이 힘을 발휘하기보다 새로운 계급(부르주아, 농민, 노동자 등)이 성장해 사회변화를 주도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이 적극적으로 합리성을 추구하며 자신의 목소리를 내려 했다는 것이다. 공통점들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시민사회에 대한 인식이다. 시민사회에 대한 전통적인 인식은 사회계약론에서 비롯되었다. 전통적인 시민사회는 개인들이 살아가는 영역이자 개인들의 단순한 합으로 인식되었다. 국가와 시민사회의 단순한 관계로만 여겨졌다. 하지만 근대로 접어들면서 시민사회는 집단지성과 숙의민주주의가 가능한 사회가 되었다. 개인과 국가 간 관계에 시민사회가 개입해 국가를 감시, 통제하는 삼각의 관계가 이루어졌다. 


그러므로 민주주의와 전쟁은 원인과 결과의 관계라 할 수 있다. 전쟁의 영향으로 왕 중심의 독재체제에서 새로운 계급이 등장, 성장했고 민주주의가 발생했다. 또 민주주의는 전쟁을 방지하는 차단 장치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국민의 기본적인 합리성은 생존에 대한 합리성이다. 자신의 생존을 위해 무엇이든 하는 것이 국민이다. 하지만 전쟁을 하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고 세금이 이 자금을 충당하는 데 필요하다. 국민은 자신의 돈이 이렇게 소모되길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민주주의는 쌍방향적인 정치가 가능하므로 국민은 자신의 권위를 사용해 막을 수 있다. 이들이 반대한다면 전쟁을 하기는 쉽지 않다. 


현대국가의 전쟁은 중세, 근대와 차이가 있다. 과거의 전쟁이 무력으로 이루어진 과도기였다고 한다면 지금은 정치체계가 잡혀있다. 지금의 목적은 권력 유지와 독점을 위한 전쟁이다. 현대국가는 용병보다 자국의 힘을 이용한다. 국가 내 국민의식도 잡혀있고 경계선도 확실하다. 근대 국민국가의 필요 요소를 갖추고 있다.


권력 유지와 독점은 국가 내 일이 아니라 세계 문제라 할 수 있다. 현대국가는 세계 간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전쟁을 만든다. 미국의 이라크 공습, 테러 집단 소탕을 위한 공격 등은 자국의 안전을 위한 목적도 있지만, 세계 제1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미국은 세계의 보안관을 자청하며 활동하고 있다. 자본의 부담이 없고, 국가로서 체제가 확실히 구성되어 있어 무너질 위험이 없다. 현대에는 자신의 세계에서 합리성을 유지하고 권력을 휘두르기 위한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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