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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칸다 포에버 Sep 17. 2019

관심이 만드는 변화

작은 변화는 아닐지라도

솔로이스트


야간 근무를 마치고 교대할 때가 되면 마음이 풀어진다. 주말 근무라면 더욱더 그렇다. 평일과는 달리 주말, 특히 일요일 오전에는 사람 수가 적기 때문이다. 머릿속이 집에 갈 생각으로 가득 차 있을 때 역장님은 청소도구를 들고 밖에 나가 광장을 청소하셨다.


우리가 먼저 나서야 주변이 바뀐다는 말씀에 의구심이 생겼다. 실제로도 쓰레기가 늘었으면 늘었지 줄어드는 모습은 볼 수 없었으니까. 그래도 역장님은 광장 청소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으셨다.


그다음 주 일요일에도 역장님은 광장을 청소하셨다. 역장님의 관심 덕분이었을까? 광장에 버려지는 쓰레기는 점점 줄었고 역장님이 다시 돌아오는 데 걸리는 시간도 점점 줄었다. 광장이 지난번보다 버려진 쓰레기가 줄고 더 깨끗해졌다고 만족해하시는 모습에 내가 괜히 뿌듯했다.


<솔로이스트>라는 영화가 있다. 마블 영화를 좋아하는 내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영화를 찾아보다 만난 영화다. 군대 후반기 교육에서 본 <모범 시민>이라는 영화에 나온 제이미 폭스도 주연을 맡았기에 그 두 명의 주연 영화는 상당히 흥미로웠다. 영화를 보고 나서는 영화 자체보다는 지금 나의 상황과 겹치는 것 같다는 생각만 하긴 했지만 말이다. 일개 관객의 입장에서 이 영화는 기대만큼 재미는 없었으니까.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만약 길을 가다 지저분한 옷을 입고 두 줄만 남은 고물 바이올린을 켜는 노숙자를 만난다면 우리는 어떻게 행동할까? 누구라도 피하겠지만 영화 속 기자 스티브 로페즈(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나다니엘 에어스(제이미 폭스)를 피하지 않았다. 뛰어난 음악적 재능과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나다니엘을 본 스티브는 그의 이야기를 기사를 쓰기로 한다.


다른 사람에게는 시답잖은 존재일 수 있는 나다니엘에게 스티브는 꾸준한 관심을 보인다. 나다니엘이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도 듣지 않는 연주라도 음악이 세상의 모든 소음을 잠재운다는 믿음. 그 믿음을 보여주는 나다니엘은 기자로서 삶에 대해 회의를 느끼던 스티브에게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는 존재였다.


제이미 폭스

이쯤이면 나다니엘은 스티브의 도움으로 인생역전에 성공해 부귀영화를 누리며 영화가 끝날 것 같다. 안타깝게도 이 영화에 그런 엄청난 변화는 없다. 하지만 스티브의 기사를 읽은 노인이 자신이 쓰던 첼로를 나다니엘에게 선물하고 시장은 노숙자를 위해 재정지원을 늘리고, 노숙자로 가득한 거리를 정비하는 등 영화 속 동네에는 조그마한 변화가 생긴다.


역장님의 행동을 보고, 영화 <솔로이스트>를 보며 ‘시나브로’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조금씩. 변화라는 것이 대개 그런 것 같다. 갑작스러운 변화도 있겠지만 물감이 천천히 번지듯 서서히 일어나는 것. 우리 주변은 시나브로 변하는 것이 많은 것 같다고. 지금은 아무런 변화가 없을지라도 꾸준히 관심을 보인다면 언젠가 변화가 일어나기 마련이다. 영화 속 나다니엘과 스티브, 그리고 역장님의 관심이 주변을 변화시킨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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