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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칸다 포에버 May 08. 2023

소비의 맛

우리나라의 소비문화

대한민국은 1960년대에 들어서면서, 과감한 경제개발계획의 추진으로 ‘한강의 기적’이라 일컬어지는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룩하면서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그 요인으로는, (논란이 있더라도)박정희라는 정치적 리더십의 확립과 경제개발계획 추진 세력의 출현, 6·25전쟁을 겪으며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국민의 강인한 생활의지, 사회 전체로서의 가치관의 개선, 국가적 당면과제의 변화, 당시의 저렴한 노동력, 국제정세의 호전 등을 들 수 있다. 이 밖에도 1960년대의 많은 기술혁신, 새로운 시장의 형성, 새로운 자원의 발견, 국내정치의 안정, 원조정책의 전환, 교육 발전에 따른 전문 인력의 향상 등이 경제성장에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급격한 경제성장의 부작용으로, 빈부의 격차가 심해지고, 물질 만능주의의 유행, 도시인구의 과밀화와 농촌인력의 부족, 환경오염 등과 같은 심각한 문제들이 제기되었다. 1990년대에는 국민 소득 1만 달러를 달성하였지만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 경제는 계속 불황이다. 더불어 빈부격차는 점점 늘어나고 있으며 많은 경제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어느 정도 외환위기 문제를 해결했다고 말하고, 경제는 성장할 것이라고 말하지만 아직도 국민들의 경제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소비는 생활의 영위를 위하여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입하고 사용하는 모든 과정을 의미한다.  모든 인간은 출생에서부터 삶을 마감하는 순간까지 소비한다. 즉 소비는 삶의 연속적인 과정이며, 이 가운데에서 어떻게 소비하는가에 따라 다양한 소비의 유형 및 소비자의 유형이 달라질 수 있다. 현대사회는 모든 면에서 급속한 변화가 있었지만, 특히 본격적인 생산과 소비가 대두되면서 생산을 위해 소비가 더 강조되었다는 점에서 경제적 측면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


경제학에서는 개인의 취향이나 선호가 고정되어 안정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인’은 일관된 선호를 하고 있고 이에 따라 효용 극대화가 가능하다는 것이 경제학의 가정이다. 모든 개인은 효용의 극대화를 위해 독립적으로 합리적 선택을 행하기 때문에 오로지 하나의 고정된 안정적인 선호 순위를 갖고, 이 선호의 효용함수에 따라 자신의 이해관계를 추구한다는 것이다. 개인의 선호는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개개인에게 내적으로 일정하게 주어진 것이며 안정적이어서 사회적, 제도적 틀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가정된다. 또한 개인들이 효용의 극대화나 최적화를 위해 ‘합리적’으로 행동한다고 한다. 그래서 베블렌 효과 같은 비합리적인 경제 행위의 다양성을 보지 못한다. 모든 행위는 자신에게 어떤 결과를 초래할 것인가의 기대에 따라 평가되기 때문에 개별성의 가정이 나온 것으로 여겨진다. 즉 개인들이 원자화되어있다고 주장한다. 경제학적인 관점으로 보면 현대 사회에서의 소비는 해석하기 어렵다. 경제학 관점(합리성이 반드시 일치한다는 구성, 개인화의 오류를 범하고 있고 논리적 전개로 인해 특수적인 상황을 흘리는 경향이 있다)에서 배제한 문화와 관계를 바탕으로 우리 사회에서 소비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사회는 자본주의적 생산양식과 과학기술 문명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소비사회로 특징지어진다. 소비사회에서 소비는 단순히 물질적인 소비대상 그대로의 소비 형태를 취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고, 사회적인 이미지나 상징 등과 같은 인간 생활을 형성하는 비물질적 요소를 포함한다. 따라서 소비자의 행동과 소비생활의 관습이 역사적, 제도적, 산물이며 경제와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현저히 변화해 나감을 시사하고 있다. 즉 현대인의 소비는 경제적 행위일 뿐만 아니라 심리적, 사회적, 질적 측면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소비행위는 욕구를 충족뿐만 아니라 자신과 집단의 정체성을 표현한다. 사람들은 소비양식의 유사성과 차이점을 통해 동류의식과 이질감을 형성한다. 급격한 사회변동으로 전통과의 단절이 심하고 사회적 계층이동을 빈번하게 겪었던 우리에게 소비는 특별한 의미를 전달한다. 소비를 통해 우리는 편리하게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표시하고 확인할 수 있으며, 다른 이들과 자신을 구분하는 ‘차이 표시’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 현대의 상품 소비는 물질적 소비 욕구의 일차적 만족을 벗어나 정신적 소비와 서비스 소비를 포함하며 상징의 소비, 기호의 소비로서 소비 자체가 의식과 행동방식을 규정하는 요인이 된다. 그리고 소비자는 소비재의 의미를 사용하여 문화적 범주, 원리를 사용하고, 라이프스타일을 창조, 유지하고 자아개념을 형성하며 사회적 변화를 창조 혹은 유지하는 것이다. 따라서 소비란 그 특성에 있어서 문화적인 특성이 있으며 특히, 현대의 소비와 문화는 관계가 매우 밀접할 뿐만 아니라 문화형성의 주된 구성요인으로서의 소비문화를 형성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고도의 경제성장으로 인한 소득수준의 상승과 더불어 소비지출의 확대와 소비구조의 변화 및 소비수준의 향상을 경험했다. 그러나 이러한 소비수준의 향상은 생활의 질을 향상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 반면에 소비를 통하여 자신을 과시하고 심리적 만족을 추구하려는 경향을 가져옴으로써 물질주의, 과소비, 과시 소비, 체면 소비와 같은 비합리적이고 건전하지 못한 소비문화를 초래한 부정적인 측면도 가지고 있다. 현재 경제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나라 비합리적인 소비문화에 대해 파악할 필요가 있다.


물질주의는 물질을 소유하는 데 중요성을 부여하기 때문에 물질주의 수준이 높아지면 물질의 소유가 개인의 삶에서 중심을 차지하게 된다. 그러므로 사회적 지위를 인정받는 수단으로써 물질적 금전적 우위를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승인하는 사회에서는 물질주의 성향이 고가의 제품이나 유명제품을 소유함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나타내고 과시하려는 과시 소비 성향을 유도하는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 한국 전통사회에서는 경제적 재화에 관념은 부정적으로 평가되었고 물질적 가치는 학문이나 도덕적 가치보다 주변적인 것으로 간주하였다. 그러나 자본주의가 발달하면서 근대 경제사회에서는 전통사회에서 부정적으로 평가되고 주변적인 가치로 파악되던 경제적 재화가 중심적 가치로 간주하였으며 경제적 재화 자체를 사회적 성공과 노력의 표시로 생각하는 물질적 출세주의가 급속히 부각되었다. 경제성장 과정에서 사회 전반적으로 형성된 이러한 물질주의는 가치관의 혼란으로 과소비와 과시 소비를 부추기는 사회적 분위기를 형성하게 되었다.


과소비는 글자 그대로 국민의 소비지출이 과도하게 많은 것으로써 불공정한 분배로부터 발생하는 과도한 사치와 낭비를 의미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용되고 있는 과소비의 개념은 개인적 차원과 함께 사회 전체적인 맥락에서 논의되고 있다. 개인적 차원에서 과도함은 개인소득 또는 가계소득보다 소비가 도에 넘치는 것을 의미하며 사회적 차원에서의 과도함은 국가의 경제 수준 및 국민소득과 관련해서 소비가 지나치다는 것을 뜻한다. 특히 분배정책과 관련지어 고려해 볼 때 우리나라에서 논의되고 있는 과소비의 개념에는 불공정한 분배로부터 발생하는 과도한 사치와 낭비, 그리고 도덕성, 평등성의 개념을 내포하고 있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과소비의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소득에 비해 많은 소비, 과도한 과시적인 소비, 향락업소 출입 등 비윤리적인 소비의 과다지출 등이 포함되고 있다. 과시 소비를 경쟁적으로 하는 경우로 외제품 선호, 고급 내구재 소비 등에서 무분별한 소비가 조장되고 있다. 향락업소 등에서의 과다한 소비지출은 사회적 차원에서 과소비 개념에 포함될 수 있는 것으로 몰지각한 일부 계층의 허영과 과시욕에서 비롯된 향락 풍조가 사회의 건강성과 도덕성을 흐리고 있다. 사회 전체의 소비패턴에 영향을 미치는 고소득층의 이러한 과도한 소비는 개인적 차원에서 보면 과소비가 아닐지라도 다른 계층의 소비를 과소비로 유도하게 됨으로써 우리나라의 과소비 풍조는 상품 층에 국한되지 않고 수입의 고저를 막론하고 나이, 성, 지역, 직업을 초월하여 보편화한 현상으로 나타나게 되었다. 중상류층 가정의 ‘있는 자’들에 의해 시작된 과소비는 다른 소비자들에게 상대적 빈곤감과 박탈 의식을 느끼게 하였다. 게다가 지난 30여 년간 억눌려 왔던 소비 욕구가 과소비 열풍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상대적 빈곤감과 박탈 의식은 강렬한 경쟁 심리를 유발하게 되어 결국 대부분의 소비자가 이웃을 따라 과소비를 하게 만든다.


과소비가 행동적인 차원이라고 본다면, 과시 소비는 사회적 차원이라 할 수 있다. 과시 소비는 과소비를 초래하는 중대한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 두 개념이 같은 것은 아니다. 과시 소비는 소비의 사회적 가치 즉, 물질적 소비에 내재한 신분과시라는 하나의 잠재적 기능을 밝혀낸 베블렌에 의해 구체화하였다. 베블렌은 소비자의 결정이 생활양식과 결부되어 한 사람을 평가하고 등급을 매기는 데 작용하기 때문에, 선호가 외부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인식하고 이를 ‘과시적 소비’ 개념을 사용해서 설명한 바 있다. ‘소비는 자신을 세상 속에 자리매김하는 사회구성원으로서의 표현 방식’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의 소비 물품이 자신의 사회관계에서 어떠한 역할을 하는 가에 상징적 의미를 부여한다. 즉, 특정 소비재와 서비스에 대한 개인의 취향은 그 재화나 서비스에 부여된 사회적 의미에 의해 형성된다는 것이며, 이렇게 볼 때 취향의 형성은 하나의 커다란 사회적 과정인 셈이다. 부유한 사람들이 그들의 부를 과시하기 위하여 비싼 상품을 사는 경향을 과시 소비라 할 수 있다.


과시 소비는 타인에게 보이기 위한 소비로, 소비를 통해서 타인에게 사회적 지위를 인정받으려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그런데 현대 자본주의사회에서 문제가 되는 부를 과시한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어서 제한적으로 정의하면, 과시 소비는 타인에게 부를 과시할 수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 사용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과시 소비는 남에게 보이기 위한 소비이므로 다른 사람에게 무엇을 과시하느냐에 따라 여러 가지 형태가 있을 수 있다. 즉 사회에 따라, 시간에 따라, 제품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과거에는 상류계층의 소비 문제로만 언급되던 과시 소비는 생활 수준의 향상으로 점점 더 보편적인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과시 소비자들은 지위나 특권을 나타낼 수 있는 상품을 고가의 가격으로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이나 부를 다른 사람들에게 과시하기 위한 수단으로 많은 제품을 구매하기 때문에 소비를 위해 구매한 상품에 대하여 사용가치에 의해 만족을 얻는 것이 아니라 과시된 부에 대한 다른 사람의 반응에 의해 만족을 얻게 된다. 그러므로 순수한 과시 소비자들에게 있어서 제품의 가치는 재화의 상징적 의미에 대한 자신의 판단이 아니라 그가 의사소통하고 싶어 하는 주요한 준거집단의 판단에 의해서 결정된다.


우리나라는 급속한 경제성장 과정과 물질적 생활의 개선을 이루는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게 되었다. 고도의 경제성장 과정에서 유발된 불로소득의 증대 및 소득과 부의 편재가 소비 욕구의 고도화와 타인 지향적인 소비성향 및 물질주의 가치관으로 자신의 지위나 경제력을 과시하기 위하여 고가의 유명제품을 구매하고 소비하는 과시 소비가 많이 나타나게 되었다. 이러한 과시 소비는 경제 평등화 사고와 대중매체 및 전시효과를 통하여 상류층의 과시 소비는 중하위 계층으로, 성인들의 과시 소비는 청소년들에게로 전달되고 있다. 과시 소비는 단지 부나 지위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라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어 모든 계층에서 나타남으로 지나친 과시 소비가 사회문제로 대두된 것이다.


체면 소비에서 체면은 ‘표현된 자기’로서 사회적 자존심에 해당하는데, 자신이 위치한 사회적 상황과 관계에 따라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모습과 다르게 행동함으로써 자신이나 상대의 지위나 명분을 높여주는 행동 과정 혹은 현상이다. 이러한 체면 의식은 권위, 품성, 지위, 위신, 명예, 명성 등과는 다른 개념으로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지만, 특히 한국, 중국, 일본 등 사회적 관계에서 예와 형식을 중요시하는 유교 문화권에 속하는 소비자들에게 강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한 개인의 체면은 개인의 덕성을 통해서 얻어질 수도 있고, 그 사람의 사회적 지위나 교육적 배경 또는 직업, 경제적 부 등의 비인격적 측면에 의해서 결정될 수도 있으나 일반적으로 사회적 지위에 의해서 결정되는 수가 많다. 그러므로 체면 의식은 사회적으로 내세울 사회적 지위나 신분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중요하며 당위나 명분을 중요시한다.


이렇게 얻어진 체면은 사회적 규범과 행동 양식에 의해 통제되기 때문에 개인에게 자신의 사회적 지위나 위치에 맞는 행동을 하도록 요구하게 된다. 그리하여 체면 의식은 행동 기준을 자기 속에서 찾게 하지 않고 자기를 둘러싼 집단 속에서 찾게 하며, 사회생활 및 소비생활에서 중요한 기준으로 적용하게 된다. 체면 의식이 강하게 나타나는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각각의 사회적 신분에 맞는 소비패턴에 대한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으며 자신의 체면을 지키기 위하여 이와 같은 묵시적인 사회적 규범을 따르려는 동기가 소비 행동에 강하게 존재하고 있다. 자신의 사회적 지위나 신분을 유지하거나 상승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사회적 체면에 걸맞다고 생각된 소비 행동을 하려고 하는 것이다. 즉 제품을 구매할 때는 자신의 사회적 지위에 어울린다고 생각되는 유명상표나 유명 상점에 대해 높은 선호도를 나타낸다. 그리고 선물을 할 때는 자신과 받는 사람의 사회적 위치에 적합한 가격이나 상표의 제품을 거기에 걸맞은 장소에서 구매해야 비로소 자신의 체면이 유지되고 받는 사람의 체면도 지켜진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사회적인 지위나 신분에 어울린다고 생각되는 체면을 유지하기 위하여 유명제품을 구매하고 유명 상점을 이용한다. 자신에 대한 사회적 기대를 충족 시켜 체면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소비 행동에 강하게 나타나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기대나 요구는 소속한 집단의 본인에 대한 기대에서 오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자신의 평가보다 다른 사람의 자신에 대한 평가에 더 많은 중요성을 부여하고 자신의 사회적 위치에 상응하는 체면을 유지할 수 있는 소비를 하려고 노력한다. 우리 조상들이 생활 원리로 삼았던 유교 의식은 예의와 분수를 중시하여 각자 자신의 신분에 맞는 엄격한 소비규범을 가지고 있었다. 개인적인 소비규범으로는 검소하고 절제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꼽았으나 사회적 소비의 규범은 분수를 지키며 형식을 살리는 것을 중시하여 신분에 따라 차별적인 소비규범을 가지고 있었다. 사회적 신분에 따라 소비의 규모와 범위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었는데 사회적 신분이 높을수록 화려하고 성대한 의례 행위를 하게 되어 있었으며, 이것은 신분의 구분이 뚜렷한 유교적 전통에 따라 살았던 우리의 독특한 소비규범이었다. 전통사회에서 사회계층의 신분을 나타냈던 이러한 소비규범에 대한 전통이 사회적 신분이 와해된 오늘날에도 우리의 의식에 많이 남아 있다. 자신의 혹은 집안의 사회적 신분에 맞게 체면을 지켜야 한다는 명분 아래 물질로 자신의 지위나 권위를 내세우고 집안의 부를 과시하고 있으며, 내용보다는 형식을 중시하여 실리보다는 형식에 치우친 소비 행동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형식주의적인 소비 경향이 상표명을 위해 비싼 값을 지불하는 소비 행동을 초래하는 것이다.


이런 기이한 소비문화들은 일부 계층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라 대중매체를 통하여 사회 전 계층으로 확산되면서 사회적으로 비판이 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었다. 고도의 경제성장 과정에서 유발된 불로소득의 증대 및 소득과 부의 편재로 인하여 일부 부유한 계층들의 차별화를 위한 과도한 과시 소비가 일반 국민에게 좌절감과 무력감을 느끼게 하였다. 이들의 과소비와 과시 소비가 전 계층으로 파급되면서 기존의 가치 의식과 소비문화를 무너지게 되었고 가치관의 혼란으로 물질주의 가치관, 과소비, 과시 소비, 체면 소비 등이 급속도로 확산되었으며 결국 우리나라는 경제 위기를 맞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문제는 이러한 경제 위기 속에서도 국민들의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의 상황과 다른 소비 현상이 드러나는 이유를 경제 사회학적 관점에서 보면 우리 사회 문화 속에 오래전부터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는 연결망과 배태되어있는 가치관이 있기 때문이다. 집단주의 의식, 상하서열 의식, 체면 의식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집단주의는 개인의 이익보다 집단의 이익을 중시하고 개인의 가치를 집단에 예속시킴으로써, 개인은 항상 다른 사람의 기대에 따라서 행동하고, 집단 내에서 조화와 협력을 도모하는 것을 의미한다. 유교 문화권에서 살고 있다 보니 가족, 이웃, 친구들의 결정에 동조하는 경향이 강하다. 사회구조는 일정한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 간에 행위를 주고받는 상호작용이 오랜 기간에 걸쳐 지속해서 반복되면서 유형화된 것을 의미한다. 이런 의미에서 사회구조는 연결망과 같은 의미를 가지며, 사회 구성원들 간에 이루어져 있는 연계의 틀에 해당한다. 사회구조 혹은 연결망에서 어떤 집단이나 사회의 구성원들이 구체적인 행위를 주고받으면서 형성하고 또 배우기도 하면서 영향을 받는 그 집단 구성원들의 총체적인 삶의 모습이 바로 문화인 것이다. 유교적 문화 속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상하서열 의식은 인간을 다 같이 동등한 인격을 지닌 인격체로 보지 않고 항상 상하, 존비, 귀천으로 구분하여 평가하는 위와 아래의 엄격한 신분 질서에 따르는 의식이다. 상하서열에 집중하다 보니 명품을 사용하는 데 집착을 하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기 자신의 평가보다는 다른 사람이 내린 자신에 대한 평가에 큰 의미와 중요성을 부여한다. 따라서 체면 의식은 자신의 사회적 위치에 있어서 커다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오늘날 자기 자신을 과시하기 위한 허세와 관련된 행동 성향이 높다고 간주할 수 있다. 이러한 체면 의식과 관련된 소비문화 현상은 과시 소비, 과소비 등에서도 극명한 예를 찾아볼 수 있다.


배태된 가치관의 영향으로 우리는 쉽게 벌고 헤프게 쓰는 풍조를 조성해 왔고, 계층 간 위화감의 심화를 가져왔으며, 이러한 과시적인 소비 풍조가 확산될 경우 우리의 소비문화가 향락적, 퇴폐적 양상으로 나타날 것은 물론 각 계층 간의 반목과 불신으로 확산될 것이 너무 자명하다. 경제에 미치는 후유증보다 훨씬 더 엄청난 해악이 아닐 수 없다. 그러므로 고소득층의 소비자는 생산 활동이든 소비이든 개개인의 경제활동에는 자유가 보장되어 있다지만, 자유에는 항시 책임이 따르게 마련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소비행위 역시 다르지 않음을 인식해야 한다. 소비행위 역시 다르지 않음을 인식해야 한다. 우리나라 소비문화의 방향은 공동체 의식이 강조된 소비문화로 변화해야 한다. 사회적으로 소비의 차별화를 장려하기보다는 함께 누리는 소비에 관심을 기울이는 분위기 조성. 사회적 위화감을 없애고 상대적 결핍감을 축소해 줌으로써 인간관계에서의 긴장감을 해소하고 인간 생활을 풍요롭게 해주는 데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의식 개혁을 통해 극단의 이기주의나 저속한 물질주의 사고에 의한 무절제하고 과시적인 소비문화를 해소하여야 할 것이며, 바람직한 사회 소비 심리 조성과 건전한 경쟁의식 조성을 통하여 젊은 세대와 고소득 계층에서 특히 만연하고 있는 경쟁적인 소비가 타 계층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아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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