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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칸다 포에버 Dec 15. 2021

<스트릿 우먼 파이터> 감상평과 전망

2021년 하반기 예능 최대 흥행 프로그램은 <스트릿 우먼 파이터>였다. 춤을 소재로 한 예능 프로그램은 종종 있었지만 지금만큼 관심을 끌었던 적은 없었다. 댄서들은 회차마다 화려한 춤을 선보였고 댄서 크루 8팀은 각자의 색깔을 잘 드러냈다. 뚜렷한 끼와 개성 덕분에 각 팀의 리더를 비롯한 멤버들은 각종 예능과 광고에서 종횡무진 중이다. 


음악은 방송 제작자나 시청자에게 익숙한 소재다. 그중에도 노래를 활용한 예능은 너무나 많이 있다. 당연히 새로운 예능에 대한 요구가 있지만 그렇다고 너무 새로우면 오히려 시청자는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익숙함과 새로움의 조화를 이룬 방송이 성공 가능성이 더 크다. MBC <복면가왕>이 그 예다. <복면가왕>은 노래라는 익숙하고 흥행이 비교적 쉬운 소재에 대결이라는 요소로 새로운 인물을 빠르게 교체하고 그 정체를 숨겨 추리하게 만드는 게임적 요소의 신선함을 잘 버무렸기 때문에 꾸준히 방송을 이어나가고 있다. 


대부분 음악 하면 노래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스트릿 우먼 파이터>는 음악이라는 큰 소재에서 춤이라는 새로운 갈래를 찾아냈다. 노래가 아닌 춤으로 접근했다는 것은 접근 방법이 단순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춤은 시청자에게 노래보다 거리감 있는 소재다. 지금껏 춤으로 만든 예능은 히트작이 없기 때문에 춤으로 예능을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더욱이 이 방송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오디션 프로그램이었다면 더 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인물에 대한 인지도가 떨어지는 데다 춤에 대한 지식과 관심도 관련자나 본래 춤에 관심 있었던 사람이 아니라면 부족하기 때문에 주목을 끌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이 성공을 위해 선택한 요소는 서사와 출연자의 넘치는 개성 그리고 실력이다. 춤이라는 다소 새로운 소재에 확실히 우리나라 사람들의 주목을 끌 요소를 잘 섞은 것이다. 출연자로 여자 댄스 크루를 선택한 것은 신의 한 수였다. 이들은 ‘여자’, ‘강한 이미지’, ‘뭔가를 잘 함’ 등 요즘 예능 트렌드인 요소를 다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댄스신 안의 서사까지 담고 있으니 춤이라는 소재가 안고 있는 물음표를 조금은 수월히 해결할 수 있었다.   


여기에 제작 방송사가 Mnet이었기에 방송을 만드는 데 편했을 것이다. “고기도 씹어 본 사람이 맛을 안다”는 말처럼 오랜 시간 동안 경쟁하는 방송, 떼로 경쟁하는 오디션 방송을 많이 만들어 왔기에 재미있게 만드는 법을 잘 안다. 늘 그렇듯 악마의 편집이라는 오명을 또 썼지만 그 편집에서 나오는 재미도 분명히 있었다. 출연자들에 다한 스포트라이트 또한 당연히 편차는 있지만 골고루 주목받게 하는데 노하우가 있었을 거라고 본다.


Mnet은 이전부터 오디션과 힙합을 새로운 예능 소재로 끌어올렸고 이후 새로운 음악 예능 제작에 전환기를 만들었다. 새로운 장르와 생존 경쟁이라는 요소가 노래 예능에 도입된 것이다. 다른 방송사에서 성공하긴 했지만 이는 우리나라가 한동안 트로트 오디션 열풍을 겪는 데 시발점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트로트가 잠잠해질 무렵 ‘그다음은 무엇이냐’에 대한 도전으로 Mnet은 춤을 활용했다. 물론 이전에 <댄싱 나인> 등의 방송도 있었지만 춤을 제대로 대중의 관심을 받게 한 것은 <스트릿 우먼 파이터>다. 앞으로 춤으로 새로운 갈래의 예능을 만들 수 있게 됐다는 점과 춤이라는 소재를 음악의 하위 요소가 아닌 또 하나의 큰 소재로 구분하게 했다는 점에서 이 방송의 성공은 여러 면에서 의의가 있다. Mnet에 지속적으로 춤을 활용한 예능이 나온다면 해마다 하는 축제인 MAMA(Mnet Asian Music Awards) 또한 더 풍성하게 만들 것이다.


새로 시작한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여고생 버전인 <스트릿댄스 걸스 파이터>가 기대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새로운 얼굴의 발견은 물론 물들어 올 때 노 잘 젓는 엠넷의 제작 능력이 있기 때문에 연이어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 춤을 활용한 예능과 댄서는 2021년 연말과 2022년 초까지는 인기몰이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스트릿 우먼 파이터>는 출연자가 너무 많았음에도 리더뿐만 아니라 다른 팀원들의 개성을 보는 재미와 여러 조합에 따라 나오는 다양함으로 재미를 선보였다. 개인적으로 마치 <꾸러기 수비대>라는 애니메이션을 볼 때 느꼈던 재미가 떠올랐다. 12 지신 캐릭터가 에피소드마다 다양한 조합으로 재미를 선보인 것처럼 이들의 다양한 조합은 신선하고 재미있다. <스트릿 우먼 파이터>가 끝난 후 출연자들이 다른 방송에 다양한 조합으로 출연할 때 그 재미가 사라지지 않았다. 이로 볼 때 향후 예능 프로그램 제작에 있어 이들의 활용 가치는 크다고 볼 수 있다. 새 얼굴에 대한 갈증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댄서끼리 호흡이 아닌 기존 예능 출연자와 호흡까지 잘 맞는다면 TV조선 <미스 트롯>, <미스터 트롯> 등에 출연 후 각종 방송에 정착한 트로트 가수들 이상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변수는 댄서 주변에 미지의 인물들이 있다는 것과 이들이 주목을 받은 것이 거의 처음이기에  인기를 관리하는 데 숨겨진 장애물이 있다는 것이다. 인기를 유지하고 더 큰 관심을 받기 위해서는 떠주는 밥만 먹기보다 직접 농사를 지어 파이를 키워나가야 한다. 하지만 댄서 모니카의 춤 용어 설명을 놓고 비난했던 남자 댄서의 사례처럼 동종업계 종사자끼리 서로 헐뜯으며 결국에는 주어진 파이를 둘러싸고 싸우는 것처럼 보이는 일이 자주 발생하거나 일부 댄서들의 과거 잘못을 폭로하는 일이 계속 등장해 논란이 잦아진다면 이들이 빠르게 쌓았던 인기의 탑은 금방 무너질지 모른다. 늘 그렇듯 방송에서 누군가의 자리를 비운다면 그 자리는 금방 메워진다. 


말없이 춤으로도 메시지와 다양한 감정이 전달되는 모습을 보며 춤을 잘 활용한다면 재미있고 좋은 방송이 많이 만들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춤을 활용한 더 다양하고 재미있는 예능이 많이 나오길 바라고 특히 <스트릿 우먼 파이터>를 재미있게 본 시청자로서 댄서들이 악재를 겪기보다 더 좋은 대우를 받으며 그들이 좋아하는 춤을 계속 추고 방송에서도 꾸준히 모습을 보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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